“과연 해법이 뭘까?” 기로에 선 철도물류가 올해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컨테이너 수송량은 2010년대 들어 처음으로 40만TEU대가 붕괴됐다. 지난해 기록한 47만5400TEU와 비교하면 무려 23%나 급감했다. 수송량 감소 원인은 철도파업 여파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운영 효율화 정책 때문이다. 컨테이너 수송량은 2012년 이후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코레일의 영업적자 역시 지속되고 있다.
철도 컨테이너 수송량은 곤두박질치는데 운영 인력은 오히려 늘어만 가고 있다. 올해 코레일은 물류부문에서 20명의 정규직을 채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상반기 20명에 이은 추가 모집이다. 철도물류업계는 기가 찰 노릇이다. 구조개편은 못할 망정, 고임금의 일자리 수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철도물류 활성화를 위해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력 효율화를 진행하는 한편, 노후된 기관차를 교체하고 파업이나 사고 발생 시 정상적인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국 고객을 위한 물류서비스 품질이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코레일이 현 상황을 좌시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코레일은 지난 2015년 물류부문 책임사업부제도를 도입했다. 철도물류 부분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여객과 화물의 운영을 분리하는 게 사업부 출범의 핵심이다. 또한 화물열차 1인 승무체계를 통한 인력 효율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컨테이너 수송용기 제작, 이단적재 화물열차 개발, 장대(張大) 화물열차 상용화 등 철도물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철도물류는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유가보조금 지급, 통행료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육상 운송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코레일의 야심작인 장대화물 열차 상용화는 아직도 표류 중이다.
우리나라의 화물열차는 10~33량이 대부분이다. 50량 이상의 장대화물 열차를 원활히 운용하기 위해선 대기 선로(유효장)를 확장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로부터 수백억원의 예산을 끌어와야 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유효장 건설 예산 승인을 거부했다. 투자금액 투입 대비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공공성을 담보로 진행돼야할 사업이 경제 논리에 가로막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탓에 국토교통부에서도 철도물류 활성화가 쉽지 않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최근엔 철도화물 유가보조금을 기재부에 신청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예산을 쥐고 있는 기재부가 요지부동이니 국토부에서도 뾰족한 해법이 없는 셈이다.
이 와중에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의 통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매년 코레일은 운임의 절반인 선로 사용료를 시설공단에 내고 있다. 적자수렁인 코레일이 공공성 위주로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통합과 구조조정, 보조금·시설개발비 지원 등 해결 방안은 다양하다.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일지는 전문가들이 판단할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철도물류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루빨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9월18일은 188번째 ‘철도의 날’이다. 철도 수송을 장려하고 종사자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날이다. 철도인의 잔치에 물류 부문도 함께 축하받아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철도물류가 걱정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가 먼저 발벗고 나서 철도물류업계와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할 때라고 본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