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부산항 PSA HPNT와 하역료 놓고 갈등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이 부산신항 4부두 운영사인 PSA현대부산신항만(PSA HPNT)와 터미널 하역료를 놓고 씨름 중이다. PSA HPNT는 현대상선에게 신항의 다른 부두를 이용하는 경쟁선사보다 비싼 하역료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하역료를 인하해주지 않으면 해외 항만으로 컨테이너 물량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유동성 위기로 현대부산신항만에 가지고 있던 지분 50%+1주 중 40%+1주를 싱가포르 글로벌터미널운영사(GTO)인 PSA에 매각했다. 문제는 PSA에 지분을 매각을 하면서 붙은 불리한 단서조항들이다.

현대상선에 따르면 당시 매각 조건은 최소 처리물량으로 70만개의 20피트 컨테이너(TEU)를 2023년까지 매년 PSA HPNT에서 처리해야 하고, 초과물량도 이 부두에서 처리해야 한다. 국내 자체 터미널 인수도 계약조건에 따라 3년간 금지돼 있다. 현대상선으로선 PSA HPNT 외엔 특별한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하역료도 계약조건에 따라 경쟁 선사보다 약 20% 비싼 편이다. 현대상선은 올해 예상 물동량 처리실적으로 150만TEU를 잡았다. 계약조건을 가정한다면 150만TEU를 처리하는 데 연간 300억원대의 하역료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물량을 늘릴수록 현대상선은 손해를 보고 PSA만 좋은 일을 시키는 꼴이다. 그렇다보니 현대상선 내부에서도 환적물량 만큼은 해외 항만으로 대거 이전시킬 것을 고려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재 아시아역내에서 대만 카오슝에 자사터미널을 갖추고 있으며 중화권 항만에 물량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사태 이후 한국발 수출입물량을 책임지며 점유율을 꾀 높이고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하역료 부담에 환적물량을 해외로 대거 이전하면 PSA HPNT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부산항에서 국적선사가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