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물류업계의 올해 키워드는 사업재조정을 통한 수익개선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존 사업을 쇄신하고 다각화함으로써 올 한 해 농사를 풍작으로 이끌겠다고 목표했다. CJ대한통운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해운시장 침체, 기존 사업의 구조조정 실패로 쓴맛을 맛봤다.
전통 항만하역 사업은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로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 터미널운영사(TOC)들은 물량 유치 경쟁에 매몰되면서 하역·운송요율 치킨게임을 계속하고 있다. 여기에 항만 노동시장의 과잉공급으로 인건비가 매년 늘어나면서 기업에게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항만하역 사업으론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할 상황에 처해있다 보니, 항만시설의 투자심리마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I CJ대한통운 I
벌크확대·글로벌사업 확장으로 성장가도 이어간다
CJ대한통운은 사업구조 개편과 수익성 개선 노력을 꾀하면서 ‘나 홀로 호황’을 맛봤다. 글로벌사업 확대와 컨설팅 역량 강화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가 주효했다. 가장 많은 매출을 거둔 계약물류(CL)사업은 지속적인 사업구조 개편과 컨설팅 역량 강화로 다양한 산업군의 화주 물량을 수주했다.
또 유통가공·물류장비임대·건설물류 등의 관련 사업에도 진출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항만사업도 쾌재를 부르고 있다. CJ대한통운은 군산 석탄부두와 광양·가포신항 자동차부두를 확보했다. 울산과 인천에는 하버크레인을 도입하는 등 지속적인 항만 인프라 투자로 1억1206만t의 벌크화물을 처리했다.
창고(W&D)사업에서는 비즈니스 플랫폼의 구축을 확대해 TES(기술, 엔지니어링, 시스템·솔루션) 기반의 스마트 물류센터가 기존 물류센터를 대체하고 있다. 물류센터 투자는 신규 고객의 수주를 크게 늘렸고 기존 고객과의 장기계약 체결로도 이어졌다.
택배사업은 원가경쟁력 확보와 영업실적 개선에 성공하면서 사업구조 기반이 강화됐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이 처리한 택배화물은 9억500만개로 21%의 신장세를 보이며 국내 택배사업의 1인자 자리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스마트 택배사업이 큰 성장세를 거두고 있으며 업계 최초 전국 당일 배송망을 구축해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또 수도권 메가허브터미널 증축과 서브터미널 분류 설비 완전 자동화를 앞두고 있다.
글로벌사업은 대형화주의 수주 확보, 다각적인 인수합병(M&A) 등으로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3% 312%씩 각각 성장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중국 최대 냉장·냉동 물류사인 CJ로킨사 인수에 이어 중국의 최대 가전 업체인 TCL그룹과 물류 합작법인인 CJ 스피덱스를 설립했다. 또 말레이시아 물류사인 센추리를 인수해 현지 물류시장의 최강자로 우뚝 서는 등 중국과 동남아지역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2020년 글로벌 5대 물류기업’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I 한진 I
“택배 자동화·인천신항 전면개장으로 수익개선”
한진은 당장 수익성 확보를 위해 사업 및 조직을 정비하는 등 사업구조 개편에 주력한다.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로 한진은 육운 하역 해운 국제 등 연계사업에서 영업이익이 내리 적자 전환했다.
특히 부산 신항의 한진해운신항만(HJNC)은 전략적 제휴그룹인 CKYHE얼라이언스의 선사 기항이 뜸해지면서 컨테이너 물동량도 대거 이탈했다. HJNC는 다음달부터 2M얼라이언스를 손님으로 맞아 실적 개선에 나선다. HJNC의 지분구조도 개선된다. 펠리샤 유한회사가 가진 지분율 50%-1주와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해 한진 부산항만공사 글로벌해양펀드가 증자에 나서 5월 말께 3650억원을 유상감자에 들어간다.
지난해 3월 인천신항에 위치한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은 본격 운영에 나서면서 기존 부산항 평택항 등 전국 주요 항만에 컨테이너터미널 거점을 확보했다. HJIT는 올 연말이면 전면 개장된다. 인천항의 물동량 증가세에 힘입어 하역사업이 기지개를 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외에도 한진해운이 가지고 있던 베트남 현지 컨테이너 터미널 TCIT의 지분 21.33% 전량을 인수해 해외사업도 확장했다.
택배사업은 다양한 고객 수요를 반영한 계층별 프리미엄 서비스 개발이 효과를 보이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한진은 운영과정을 개선하고 택배 네트워크 재배치 및 간선차량 운영효율화 등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최근 대전중부터미널을 인수함에 따라 공급력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전망이다. 올해는 자동화를 적극 도입해 수익성 개선을 노린다.
육운사업에선 신규화주 발굴에 주력해 글로벌 SCM(공급망관리)통합 상품개발 및 네트워크 강화로 포워딩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글로벌사업에선 국제우편물(EMS) 운영, 인천 통관장 확장, 중국 항공1급 면허 취득으로 해외 항공포워딩 사업 확장 및 해외배송대행 서비스를 미국에서 유럽까지 확대했다.
한진 관계자는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로 연계기업들의 피해가 컸지만 올해는 인천 HJIT가 전면개장을 앞두고 있고, 택배부문도 성장세가 가팔라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I 동방 I
“자항선사업 강화, 항만의존도 낮춘다”
동방은 원가경쟁력 확보와 구조개혁으로 사업재조정에 나선다. 업계에서 독보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초중량물 운송사업에는 영업력과 투자를 집중하고, 손실이 늘어나고 있는 항만하역사업에는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항만하역 사업은 물동량 감소에 따른 경쟁업체간 출혈경쟁과 고객들의 요율인하 압박, 인력 과잉공급에 따른 비용 증가 등으로 성장 동력을 잃었다. 당장 평택터미널은 구제금융을 최종 확정해 시행하고 있다. 동방은 평택과 울산터미널을 안정화해 항만하역사업의 채산성이 개선되길 바라고 있다.
3년간 약 2억달러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보이는 카자흐스탄 텡기즈 유전확장 프로젝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전망이다. 동방은 이 프로젝트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동방은 자항선 사업을 집중하기 위해 최근 신조 자항선 7호선을 투입했다.
동방 관계자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해 원가경쟁력을 갖추고, 자항선과 같은 수익성 있는 사업에 집중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I KCTC I
“연계사업 확대와 수익구조 개선에 힘쓸 것”
KCTC는 핵심역량 강화, 수익구조 개선, 연계사업 확대를 올해 목표로 삼았다. KCTC는 2015년에 준공한 3자물류(TPL) 덕평통합물류센터가 조기에 활성화됐고, 벌크 국제물류사업에서 세계 최대규모의 선박블록을 운송하는 등 초대형 프로젝트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세계경기 악화로 플랜트 중장비 수출입이 줄어들면서 중량물수입이 크게 위축됐다.
순수 하역사업도 중장비화물 수요 부진으로 연쇄 충격을 받았다. 2015년 11월에 인수한 광양항 배후단지의 물류창고는 항만하역사업 실적 개선에 큰 힘이 됐다. KCTC는 이 물류창고에서 고철화물을 보관하고 있다. 동남아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KCTC는 2015년 11월에 태국 현지법인을 세운 데 이어 지난해 5월엔 램차방에 ODCY(부두밖 장치장)를 설립해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KCTC는 올해 TPL 등 비교우위를 보이는 사업에 투자를 확대해 장기 대형고정고객 확보에 주력한다. 이를 통해 사업안정과 수익성 확보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부문별 연계사업도 확대한다.
당장 TPL은 컨테이너운송과 연계한다. 벌크사업을 주력하고 있는 평택지점은 평택당진중앙부두를 활용한다. KCTC는 이 부두에 지분 50%를 가지고 있다. 울산지사는 고려항만과 사업을 연계할 방침이다. 그 외 자항선업체인 메가라인은 국제물류와 공조하고, 본사는 해외법인들과의 연계사업 확대로 수익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KCTC 관계자는 “비교우위사업에 투자를 확대해 장기 대형고객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며 “자회사와 지사·지점 간 연계사업을 확대해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I 세방 I
“구관이 명관, 항만하역 경쟁력 제고”
세방은 지난해 컨테이너 하역사업에서 하역·운송요율 인하 압박 등의 문제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대기업 물동량 유치와 3자물류 연계사업 강화로 겨우 전년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 지난해 3월 목포자동차부두에 25.3%의 지분을 투자했다. CJ대한통운과 동방도 이 부두에 각각 24.9%씩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
올해는 끊임없는 혁신과 원가구조 개선으로 항만하역 사업에서 수익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신규 사업보다 기존사업부문의 경쟁력을 갖춰 내실경영에 나서는 셈이다.
또 내륙과 항만 신규거점에 지속적인 투자와 인프라 확보로 영업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광양항 하포일반부두는 8월께 1동을 추가 확충에 나선다. 안성물류센터는 올 하반기 착공될 예정이며, 기존 광양항에 있는 물류창고 2개 외 1개를 추가 확장한다. 세방 관계자는 “원가구조 혁신과 기존 항만물류산업 확대로 내실있는 경영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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