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6 10:39

물류업계 “미국행 배 잡기 쉽지 않네”

한진해운 후폭풍 여전, 中 춘절 대응 선복감축도 한몫

“요근래 부산항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화물을 싣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네요.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그 현상은 더욱 심화됐습니다.”

화물을 선적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수배가 어려운 탓에 발만 동동 구르는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부산에서 미주항로로 화물을 보내야 하는 포워더들의 심정은 그 어느 때보다 착잡하기만 하다.

선적 수배에 포워더들 ‘골머리’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시즌이 임박하자 국내 포워더들이 화물 선적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춘절을 겨냥한 중국발 밀어내기 물량이 증가한 탓에 한국에서의 선복 배정량이 평소보다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선사들은 우리나라에서 평소보다 적은 양의 컨테이너를 실은 대신 중국에 뱃머리를 대 많은 화물을 채우고 있다. 화물을 지키는 것도 급급한 판국에, 선적 수배의 문이 더욱 좁아지는 바람에 포워더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진해운 침몰 후폭풍이 현재 진행형인 점도 선적이 쉽지 않은 원인 중 하나다. 미주항로에서 7% 안팎의 물동량 점유율을 기록했던 세계 7위 선사가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자 소속 얼라이언스 선사들은 한국시장에 등을 돌렸다. 한진해운이 빠지고 동맹선사들의 우리나라 입항이 늘어나지 않은 탓에 포워더들은 화물 선적에 애를 먹고 있다.

게다가 비수기를 맞아 감축 운항에 돌입하는 선사들의 공지가 잇따르면서 화물을 싣지 못한 포워더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 포워더 관계자는 “동맹선사인 한진해운이 빠지자 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의 기항이 줄며 선적을 하는 게 1년 전에 비해 어려워졌다”며 토로했다.

화물을 소량으로 쥐고 있는 소형포워더의 상황은 더욱 녹록치 않다. 운임을 더 얹어주면서까지 선적을 요청해도 미국으로 화물을 보내는 게 어려운 상황이다. 한 포워더 관계자는 “현재 외국적선사의 선복을 쓰고 있지만 춘절이 맞물리면서 말도 안 되는 운임을 주면서까지 화물을 선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멈추지 않는 해상운임 상승 ‘포워더 압박’

미주항로의 해상운임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포워더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지난해 상승기류를 탔던 미주항로의 해상운임은 연초에도 그 기세가 꺾이질 않고 있다. 2015년 12월 말 북미 서안 항로의 해상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700달러대였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바닥을 쳤던 운임의 변동 폭이 크지 않았던 덕에 포워더들은 화주에게 운임을 적용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연초에 이어 한진해운 법정관리 소식이 전해지며 미주항로의 해상운임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한진해운 사태와 중국 국경절 연휴 전 수출물량 밀어내기로 지난해 하반기 해상운임은 크게 상승했다. 미 서안과 동안의 40피트 컨테이너(FEU)당 각각 2034달러 2836달러를 기록했다. 2015년 같은 기간 서안과 동안이 1000달러대 1800달러대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인 수치다.

연초에도 운임 상승무드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 동안은 3000달러대를 웃돌고 있으며, 서안은 2000달러대를 돌파했다. 해상운임의 지속적인 상승에 포워더들은 할 말을 잃었다. 오른 운임을 화주에게 적용하려고 할 찰나에 새로운 운임인상(GRI) 소식이 날아 왔다. 포워더 관계자는 “해상운임 변동 폭이 한진 사태 이후 더욱 커지게 됐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운임이 상승하고 있어 화주에게 적용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계약운임도 1년 전과 비교해 대체적으로 상승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외국적선사와 회의를 가진 한 포워더 관계자는 “미주항로의 40피트 계약운임이 대기업 화주의 경우 전년 대비 약 400~500달러 올랐다”고 말했다. 물량이 많지 않은 중소 화주의 운임 인상폭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소량화물(LCL화물)을 취급하는 콘솔사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과 미주를 잇는 해상항로 운임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바람에 일부 콘솔사들은 화주에게 CBM(=㎥)당 약 10달러의 운임을 적용하고 있다. 콘솔사 관계자는 “현재 상승흐름을 고려해 더 높은 운임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높아지고 있는 해상운임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지만 비정상적인 해운시장이 바로 잡혀한다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한 포워더 관계자는 “선복이 부족한 탓에 화물을 싣는 게 어렵지만 높아진 해상운임이 꾸준히 유지되는 게 좋다”라며 “포워더들이 높은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라도 정상적인 운임체계가 자리 잡혀야 한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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