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주로 지하철로 출퇴근을 한다. 출퇴근뿐 아니라 취재 및 외부 업무 시에도 지하철을 이용한다. 지하철을 타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시간 약속을 잘 지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코레일 노조 파업 기간 중 이 믿음은 보기 좋게 깨지고 만다. 한두 번이 아니다. 주로 1호선을 이용하는 기자는 이번 파업기간 동안 한번은 출입문 고장으로 또 한 번은 전동시스템 오류로(?) 지하철 안에 몇십분씩 꽁꽁 묶여 있었다. 지하철이 몇분씩 서있는 것은 일도 아니다.
지하철 내 승객들의 입에선 험한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경로우대석의 할아버지들은 코레일 직원들을 힐난했다. “배가 부르니까 파업을 한다. 다 잘라야 한다.” 학생들은 수업에 늦을까봐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직장인들은 회사나 거래처에 답답한 표정으로 전화를 걸었다. “지하철 고장으로 늦을 것 같다. 미안하다. 정말 짜증난다”고…. 기자 역시 10월의 어느날 지하철 1호선 종로 5가역에서 30분간 갇혀 있다 빠져나온 경험이 있다. 회사에 늦지 않게 택시를 아무리 잡으려 해도 택시마저 눈에 띄지 않았다. 속이 타들어갔다.
파업을 하면 대체 인력이 투입되는데 이는 미숙한 운영으로 이어진다. 바로 여기에서 지하철 연착과 각종 사건 사고가 생기는 것이다. 그 피해는 애꿎은 국민한테 전가된다.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뻔 한 일도 있었다. 지난 10월5일 오전 지하철 분당선 열차 고장으로 인해 출근길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코레일에 따르면 오전 7시쯤 기지에서 출발해 왕십리역으로 향하던 열차에 문제가 생겨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 분당선을 이용해 강남과 경기권으로 출근하던 시민들이 다음 열차에 대거 몰리면서 큰 불편을 겪었다.
지난 11월7일엔 선로에서 작업하던 유니목 차량 고장으로 새벽 첫차부터 중단됐던 인천지하철 2호선 상행선(서구청∼검단오류역) 운행이 2시간만에 재개되는 일도 있었다. 출근 시간대 인천 지하철 27개 역에는 31개 편성 전동차가 운행해야 하지만, 이 사고로 18개 편성 전동차만 운행해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코레일 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면 당연히 물류 측면에서도 큰 타격을 받는다. 코레일은 철도파업 6주차인 11월3일(00~06시) 기준 화물열차 운행률이 39.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철도파업 첫 날인 9월27일 30%기록이후 줄곧 40%중반을 기록하다 다시 30%대로 떨어진 것이다. 시간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효율적인 측면에서 큰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번 파업의 가장 큰 이유는 ‘성과연봉제’에 대한 반발이다. ‘성과연봉제’란 직원들의 업무능력 및 성과를 등급별로 평가해 임금에 차등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직장인으로서 이들의 파업이 일부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코레일 열차는 승객의 발이자 화물의 바퀴다. 코레일 측에서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한다 해도 해도 국민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다.
코레일뿐 아니라 어떤 직장도 직원들 입장에서 백프로 맘에 드는 곳은 없다. 기업이라는 곳이 직원들의 입장에선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적어도 공기업에 다닌다면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도 좀 생각해 주길 바란다.
코레일 노조 파업은 앞으로도 무슨 이유를 들어서 또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향후에는 국민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는 실속있는 대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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