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8 09:40

美 트럼프 보호무역 강화, 韓 물류업계 득실은

현실화되면 부정적 요인 더 많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

지난 8일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내건 슬로건이다. 자국민의 일자리를 되찾아 미국을 빠르게 재건할 것이라고 강조한 가운데, 전 세계가 트럼프의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중 트럼프가 내건 무역정책이 국내 물류업계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가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며 내세운 공약은 이미 체결한 무역협정 재협상과 중국에 대한 무역 보복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48.2% 8.9%를 차지하는 중국과 멕시코에 대해 약 35~4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것. 또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을 추진하고, 만약 상대국에서 거부할 경우 협정을 철회한다는 무역정책을 담고 있다.

트럼프의 무역정책 공약이 현실화되면 가장 큰 직격탄을 맞는 건 물류기업들이다. 관세 인상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한국 등 아시아발 미국향 물량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미주 수출시장을 주력으로 하는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의 향후 사업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특히 물류업계는 미국과 멕시코, 남미 등 해외거점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더불어 국내 대기업 물량을 취급하는 기업들에게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은 NAFTA에 따라 관세없이 자동차를 수출하는 것은 물론 생산비용이 저렴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자동차를 보내고 있다.

최근 일본계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미국, 유럽의 완성차 업체가 수출 거점으로서 생산 능력을 증강해 왔다.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의 2015년 자동차 생산대수는 340만대였다. 이 중 80% 미만에 해당하는 261만대를 수출, 195만대가 미국으로 향했다. NAFTA에 대한 재협상이 진행돼 관세가 붙게 되면 대형물류기업의 근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물류기업 관계자는 “대부분 자동차가 멕시코에서 만들어져 미국으로 들어가는데 재협상으로 Duty Free(무관세)에 관세가 붙게 되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경쟁력 감소는 곧 무역량 감소로 연결된다. 자체 생산 및 소비를 지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공약이 본격화되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도 등 동남아시아 공장에서 생산된 미국행 수출물량 감소가 예상된다. 결국 화물 수출입으로 먹고 사는 선사와 포워더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건 공약이 우리나라에게 모두 나쁜 건 아니다. 긍정적인 시그널도 있다.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공약에 대해 낙관적인 기대를 내비쳤다. 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자재 수입 등을 통해 북미항로 화물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소비재를 대량으로 수입할 경우 오히려 해운물류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아직은 먼 얘기”

트럼프가 내건 보호무역주의 현실화가 멀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아직 FTA 협상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실행이 된다하더라도 빨라야 내후년에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어느 품목에 관세가 매겨질지 향후 재협상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야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물류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물류업계에 영향이 미칠 수는 있겠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는 한 물류기업의 목소리도 나왔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재협상하자는 순간부터 관세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최소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텐데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가 내세운 공약이 현실화되면 분명 기업들의 많은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인프라 시장참여와 미국 경제 성장세 확대의 수혜를 입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에 대한 직간접 수출이 둔화되고 결국엔 한국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 한국의 對미 직접 수출, 우회수출 경로도 모두 부정적이며, 달러 대비 원화 강세에 따라 수출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의 공약이 실제로 현실화될 가능성에 의문점이 있어 과도한 우려 확산은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국제금융시장의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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