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항로 취항선사들이 오랜만에 운임인상에 나선다. 운임공표제 도입을 배경으로 한 강제적인 인상이 아닌 선사들의 자발적인 인상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3개월만이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는 12월1일부로 한국과 북중국 5개항 간 해상항로 운임을 인상할 계획이다.
인상 폭은 20피트 컨테이너(TEU) 당 50달러다. 선사들은 기본운임인상(GRI)을 시장운임과 장기계약운임으로 나눠 진행할 예정이다. 12월부터 도입되는 GRI는 시장운임을 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현재 해양수산부에 공표된 한중항로 시장운임은 부산발 30달러 광양발 50달러 울산발 80달러다. 공표운임이 ±10% 폭으로 할인 또는 할증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미뤄 부산발 시장운임은 27달러 정도가 부과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장기계약운임은 시장운임보다 크게 낮은 편이다. 선사와 화주가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수송계약을 맺은 운임은 정부에 신고만 할 뿐 대외 공표를 안 해도 된다는 점을 이용해 장기계약화주들은 노골적으로 싼 운임을 요구하고 있다. 장기계약을 체결한 화주에게 부과하는 운임은 1달러 정도에 불과하다고 선사들은 전했다. 정부에서 마이너스 또는 0달러 운임을 허용치 않는다고 규정하자 형성된 운임 폭이다.
THC가 터미널 하역료로 고스란히 빠져나가는 금액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버스요금에 불과한 1000원에 부산에서 중국 상하이로 컨테이너 1개를 보내는 셈이다. 운임공표제 도입 이후 대부분의 화주들이 장기계약으로 갈아타면서 한중항로 운임은 1달러가 평균이 돼버렸다.
선사들은 장기계약운임에 대해선 1월1일부로 GRI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대부분의 수송계약이 새해부터 갱신되는 까닭이다. 선사들은 12월 한 달 간 시장운임을 회복함으로써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 내년부터는 장기계약운임까지 인상에 나설 계획이다. 선사 측은 연료비 또는 선복 임대료,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부산-상하이 구간의 경우 최소 80달러 이상은 받아야 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아무리 해운시장이 혼탁하다고 하지만 시내버스 요금 수준으로 국제수송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장기계약운임도 1만원 이상까진 올려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사들은 최근 한중항로 물동량이 상승세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운임 회복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9월까지 한중항로 물동량은 3.9% 늘어난 205만3700TEU를 기록했다. 수출은 0.8% 수입은 6%의 성장률을 보였다. 분기별로 보면 더 고무적이다. 3분기 한중항로 물동량은 8% 늘어난 71만2600TEU였다. 1분기 -0.6%의 감소세로 시작했다가 2분기 4%로 플러스 전환한 데 이어 하반기에 성장 폭을 늘렸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부진을 면치 못했던 수출화물은 3분기에 7.9% 늘어난 27만9500TEU를 기록했다. 1분기 -7.4% 2분기 2.5% 등 시간이 흐를수록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수입화물도 같은 기간 8.1% 늘어난 43만3100TEU로 집계됐다. 1분기 4.6% 2분기 5% 등 꾸준한 호조세다.
한편 상하이항운거래소에 따르면 11월11일자 상하이발 부산행 수입운임은 TEU당 94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운임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수입운임은 반대로 약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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