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항로에 모처럼 훈풍이 불었다. 매달 운임인상(GRI) 실패로 고배를 마셨던 동남아 취항선사들은 11월 비정상적인 운임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선사들은 10월 말 베트남 호찌민·하이퐁, 태국 방콕 수출항로를 대상으로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10~120달러의 GRI를 실시했다. 대부분의 선사들은 운임 인상분을 화주에게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적선사들의 화물 점유율이 90%를 넘어서는 하이퐁항로의 경우 바닥친 운임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선사들은 기세를 몰아 인도네시아(자카르타 수라바야) 항로에서도 운임 담금질에 나섰다. 11월15일부로 A그룹인 고려해운 흥아해운 장금상선은 TEU당 150달러를, B그룹인 현대상선 남성해운 동진상선 동영해운 등은 140달러의 GRI를 각각 실시했다. 통상적으로 4분기에 물량이 증가하는 시기이지만, 올해 상승 폭은 더욱 가팔라 운임인상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특히 물량 강세로 선복이 꽉꽉 들어차고 있는 점도 선사들의 GRI 시행에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취항선사 한 관계자는 “원부자재를 중심으로 물량이 증가한 덕에 소석률이 증가했다”라면서도 “삼국간 해상운임이 생각보다 받쳐주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올라간 운임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취항선사들은 수입 운임 역시 상승무드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드펠릿, 냉동화물 등에서 운임을 끌어올려 수출입 밸런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수출과 더불어 수입운임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져 선사들이 채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출입업계가 운임 정상화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0월 동남아항로의 물동량은 1년 전과 비교해 상승곡선을 그렸다. 대만을 제외한 모든 수출항로에서 플러스 성장을 일궜다. 특히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수출항로는 약 20% 이상의 고성장을 보였다.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10월 동남아항로의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은 22만6881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만4099TEU에 견줘 11.1% 증가했다.
수출 물량이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이며 전체 실적개선에 힘을 보탰다. 수출은 전년 10만4731TEU 대비 15.8% 증가한 12만1350TEU를 기록했다. 수입 역시 6% 성장한 10만5531TEU로 집계됐다. 강세를 보인 항로는 태국과 인도네시아로 전년 대비 각각 15.9% 15.7% 증가한 1만3320TEU 1만1597TEU를 우리나라로 실어 날랐다.
우리나라와 동남아를 오간 물량이 늘자 취항선사들도 컨테이너 항로를 강화했다. MOL은 이달 16일부터 흥아해운으로부터 선복을 빌려 마닐라 남항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번 서비스 개시를 계기로 MOL은 부산발 마닐라 북·남항을 모두 각 4일 만에 취항하는 주 2항차 서비스(CBW·PMX)를 화주들에게 제공하게 됐다.
11월 중국발 해상운임도 동남아향 해상운임도 지난달과 비교해 오름세를 보였다.
상하이항운교역소(SSE)에 따르면 11월11일자 상하이-싱가포르의 해상운임은 TEU당 92달러로 한 달 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홍콩항 운임은 역시 54달러로 큰 변화가 없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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