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동안의 시황 침체가 서안과 카리브해까지 번졌다. 중남미 항로는 예정됐던 5월 GRI(운임인상)을 적용하지 못했다. 매달 GRI를 통해 운임을 끌어올리려 했던 중남미 항로는 6월엔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중남미 항로를 취항하는 정기선사들은 5월 시작과 함께 GRI를 계획했었다. 남미 동·서안 모두 TEU당 500달러의 GRI가 예정돼 있었으나 침체된 시황 때문에 적용하지 못했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집계한 상하이-브라질 산투스 노선의 4월30일자 운임은 20피트컨테이너(TEU)당 996달러에서 5월8일 TEU당 796달러로 약 200달러 하락했다.
올해 들어 중남미 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매달 GRI에 나서며 운임을 끌어올리려 했으나 시황이 침체되면서 6월에는 GRI를 계획하지 않았다. 중남미 항로를 취항하는 정기 선사 관계자는 “서안과 카리브해 역시 시황이 침체되면서 6월은 별다른 운임 회복 조치 없이 넘어갈 것”이라 설명했다. 남미동안과 서안 모두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 적재율)은 80%에 다다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침체로 남미동안 시황은 갈수록 침체됐다. 남미서안의 경우 동안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매달 시도된 GRI로 운임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운임을 유지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설 연휴 이후부터 중국 물량이 차츰 줄면서 서안 운임 역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캐스케이딩(전환배치)에 따른 선복량 증가 외에도 중국의 무역 수치 감소는 중남미 항로 전체 시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따르면 올해 중국의 1분기 GDP 증가율은 7%를 기록했으며 이는 극심한 불황기였던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치이다. 아시아-중남미 수출 물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이다.
카리브해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카리브해는 꾸준한 물량과 적은 공급으로 항상 고운임을 유지하던 지역이었다. 온두라스와 도미니카 공화국 등 카리브해 지역 국가에 각국 기업들의 생산 공장이 들어서면서 의류 품목 등 꾸준한 수요가 늘 있어왔다. 그러나 중남미 거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가 유가 하락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맞으면서 카리브해 운임도 차츰차츰 떨어지고 있다는 게 선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기선사들의 중남미 진출은 계속되고 있다. UASC는 함부르크수드를 통해 중남미 노선에 오는 7월부터 진출하게 된다. 두 선사는 이미 동서항로에선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UASC는 7월부터 아시아-남미동안, 유럽-남미동안 노선에 진출할 예정이다. 국적선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양밍해운의 남미서안 신규 서비스도 7월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중국과 중남미 국가들의 경기 침체로 당분간 시황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정기 선사들의 중남미 노선 진출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선복 증가로 인한 저운임 현상 역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중남미 항로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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