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들은 유가 하락을 통한 비용 절감보다 운임 하락으로 인한 실적 악화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12월 해운업 경기실사지수(BSI)는 11월에 비해 비해 8포인트 떨어진 68을 기록, 한 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11월엔 유가 하락에 따른 채산성 개선 효과가 반영되면서 1년 만에 처음으로 예상치를 웃도는 결과를 나타내는 등 호조를 보였었다. BSI는 기준치인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긍정응답이, 그 이하면 부정응답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업종별 조사에선 컨테이너선 87(전월비 -6), 건화물선 61(-11), 유조선 63(-10)을 각각 기록했다. 케이프사이즈나 파나막스 수프라막스 등 전 선형에서 운임이 하락한 건화물선의 낙폭이 특히 컸다. 벌크선 부문 응답기업은 전체 120곳 중 71곳으로 해운 BSI 조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컨테이너선 체감경기도 중국 기점 운임지수의 하락세를 반영하며 하락세로 전환했다. 유조선은 중동-일본간 초대형유조선(VLCC) 운임지수(WS) 상승에도 불구하고 선사들이 느끼는 시황은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채산성 BSI는 전월 대비 22포인트나 하락한 77이었다. 컨테이너선 87(-20), 건화물선 68(-25), 유조선 81(-27)을 기록했다.
자금사정 BSI는 79를 기록, 전 달에 비해 10포인트 하락했다. 건화물선과 유조선 부문은 각각 70(-10), 85(-11)로 악화된 반면 컨테이너선 부문은 전 달과 같은 100을 기록, 다른 업종에 비해서 상황이 다소 나은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 BSI는 4포인트 떨어진 81이었다. 컨테이너선 87(-20), 건화물선 81(-2), 유조선 73(+4)을 기록, 전 해운업종에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매출이 줄어든 기업이 늘어난 기업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별 조사 항목인 구인사정 BSI와 투자 BSI는 각각 92를 기록했다. 3분기에 비해 구인사정은 5포인트 상승한 반면 투자 BSI는 1포인트 하락했다.
건화물과 유조선 부문 구인 사정은 각각 87(전기비 -3), 96(전기비 +15)으로 인력채용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컨네이너 부문은 100(전기비 +14)으로 호전됐다.
체감 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컨테이너와 유조선 부문의 투자 BSI는 각각 107(전기비 -7), 109(전기비 +5)를 기록, 선사들의 투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전망도 좋은 편은 아니다. 새해 1월 BSI 전망치는 12월보다 더 떨어진 60으로 예상됐다. 컨테이너선 67, 건화물선 54, 유조선 78이다.
다만 컨테이너 선사는 자금사정을 제외하고 모두 100 이상을 기록, 경영개선에 대한 기대감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탱커선사는 새해 1분기에도 전년동기대비 투자 증가를 예상한 기업이 더 많았다.
KMI 황진회 해운정책연구실장은 "유가 하락으로 11월에는 해운기업의 채산성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한 수입원자재 물동량 감소, 운임 하락 지속 등이 국내 해운기업의 체감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지속되는 물동량 부족과 불확실한 경제상황으로 경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망된다"고 풀이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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