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이 한 계단 떨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31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을 각각 BBB 부정적, BB+ 안정적에서 BBB- 안정적, BB 안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이후 8개월 만에 이뤄진 신용 강등이다.
이날 나이스신용평가도 한진해운 신용등급을 한신평과 같은 내용으로 낮춰 잡았다. 나이스신평은 앞서 현대상선의 장기 및 단기 신용등급을 각각 BBB-(부정적), A3-에서 BB+(안정적), B+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한신평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자구계획 이행 성과에도 불구하고 채무상환 부담이 여전히 과중하며, 영업실적 부진과 금융비용, 선박금융부채, 회사채 일부 상환 등에 따른 자금소요로 인해 외부 의존적인 현금흐름이 상당기간 불가피하다고 평가 근거를 들었다.
2014년에 두 회사 모두 비용절감과 유가하락에 힘입어 영업적자 폭을 일정수준 축소했으며 2015년에도 유가하락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가 기대되지만 공급 우위의 선박수급 구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형 글로벌 선사의 제휴나 경쟁 강화로 인해 향후 운임상승에 기반하는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을 전망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또 사업부문과 영업자산, 보유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등 양사 공히 발표된 자구계획을 상당수준 이행함으로써 차입금 축소를 가시화하고 있으나, 2014년 9월 말 별도 기준으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각각 1,108.3%와 763.7%에 이르고 있어 여전히 취약한 재무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유사한 영업 및 재무적 상황에 직면해 있지만 계열 지원가능성과 영업실적 개선 정도의 차이를 반영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차별화되고 있다.
한진해운의 경우 대한항공의 직․간접적인 재무적 지원이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자금대여, 유상증자 등 실질적인 재무적 지원을 제공받았을 뿐만 아니라 자금조달상에서의 대외 신인도 제고 효과를 얻고 있다.
게다가 두 회사 간 영업실적 개선 정도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진해운은 노후선 반환, 적자노선 폐쇄 등 영업측면의 구조조정에 힘입어 2014년 2분기부터 영업적자에서 벗어난 반면, 현대상선은 컨테이너선 부문 수익성 회복이 더딘 가운데 벌크선 부문의 고원가 용선료 부담으로 인해 대규모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나이스신평은 한진해운의 신용 강등에 대해 자구노력을 통한 원가 절감 등으로 회사가 영업수익성 조건(EBITDA/매출액 4%이상)은 충족했으나 자구 노력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효과가 미진해 재무적 대응력이 저하된 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추진중인 다양한 자구노력과 관계사인 대한항공의 재무적 지원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수준의 재무안정성은 당분간 유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등급전망 부여 배경을 설명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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