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속속 타전되고 있다. 기대했던 국내 양대 선사들은 흑자전환을 하반기로 미루게 됐다.
한진해운은 603억원 현대상선은 1370억원의 영업손실을 상반기에 냈다. 한진해운은 2분기에 126억원의 이익을 내어 향후 전망을 밝혔지만 현대상선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채산 확보에 실패하면서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고 말았다. 손실 폭을 줄였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상반기 글로벌 정기선사들의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손실을 본 쪽도 많지만 이익을 낸 곳도 사뭇 눈에 띈다. 대표적인 흑자경영 선사는 세계 1위 머스크라인이다. 이 선사는 상반기에만 10억7천만달러를 거뒀다. 한화로 1조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다.
세계 3위 선사인 프랑스의 CMA CGM은 3억912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CMA CGM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한 때 벼랑 끝까지 몰리는 위기에 처했다가 프랑스 정부의 긴급 자금 지원을 통해 회생한 후 매년 흑자성적표를 발표하고 있다. 바닥을 경험한 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흑자구조로 회사를 일신했다는 평가다.
세계 2위 컨테이너선사인 MSC도 폐쇄적인 기업문화 탓에 영업실적을 발표하고 있진 않지만 매년 견실한 흑자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홍콩의 OOCL도 대표적인 알짜 선사로 평가된다. OOCL은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을 하지 않는 대신 해운불황기에도 부침 없는 사업성과를 거둬 경쟁선사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OOCL은 상반기에 2억11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국내 선사들과 대조를 보였다. 중국 차이나쉬핑컨테이너라인(CSCL)도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반면 싱가포르 선사인 APL은 같은 기간 29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독일 하파그로이드도 1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이스라엘 짐라인은 17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회계연도가 다른 일본 선사들도 4~6월을 놓고 봤을 때 컨테이너선 부문에서 적자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나라 선사들은 지난해부터 자구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전용선사업마저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두 선사는 컨테이너선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선사들이 적자기조에서 빠져나와 탄탄한 사업토대를 구축하기 위해선 현재 흑자를 내고 있는 경쟁선사들의 경영전략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특히 매년 수조원의 이익을 내는 머스크라인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다른 정기선사들과 규모 자체가 다른 초대형 선사라고는 하지만 해운시황에 흔들리지 않는 이익 시현은 경쟁기업들이 배워야할 대목임은 분명하다.
일부 선사들의 경우 비교적 견실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경쟁선사들의 사업전략을 배우려는 모습이 포착된다. APL은 OOCL을 모델로 삼아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만성 저운임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비용 감축 시스템 수립도 국내 선사들이 시급히 달성해야할 과제라고 지적한다. 대규모 자본이 투하되는 해운업 특성상 고비용 구조 탈피는 곧 회사 흑자경영의 지름길이다.
머스크라인이 매출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이익을 내는 비결이 다름 아닌 무분별한 비용 지출을 효과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이라는 건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살아남기 위해선 혁신이 필요하다. 다만 혁신은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소위 ‘잘 나가는 기업’을 본받고 철저히 해부해 자기 것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적선사들이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하려면 머스크에 빼앗긴 ‘코스트 리더십’을 되찾아 와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문도 이런 맥락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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