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부산 북항 컨테이너부두 하역요금이 인가제로 전환된다. 지난 1999년 신고제로 바뀐 뒤 15년만에 다시 원상복귀하는 것이다. “과열된 하역시장을 안정시키고 하역료 급락에 따른 국부유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산업 분야인 항만시장에서 반드시 인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항만하역업계 주장이 전격 수용된 결과다. 다만 정부는 선사의 건의를 받아들여 3년 한시적으로 인가제를 운영키로 했다. 일몰제 방식의 제도 도입이다. 인가제가 도입되면 현재 3만~4만원 수준인 부산 북항 하역요금이 6만~7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인가제 전환이 2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여러 쟁점들이 해소되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사용자인 해운사들은 비용 상승을 부담스러워 한다. 컨테이너 1개당 하역요금이 2만~3만원 오를 경우 선사들의 연간 하역비용은 부산항에서만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선사들 이익 대부분이 오른 하역료로 빠져나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선사들은 전국 항만에서 인가제가 시행된다면 비용 상승폭은 경영의 발목을 잡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인가제 도입이 화물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부정적이다. 부산항의 환적화물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해 4월까지 부산항이 처리한 물동량 중 환적화물 비율은 49.5%에 이른다. 연내로 환적화물 비중이 수출입화물을 역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가제 도입으로 급작스레 컨테이너 하역요금이 인상될 경우 외국선사들이 동요를 일으켜 부산항을 떠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국선사들은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 중 62%를 담당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로 외국 주요 선사들은 해운산업에서 중국의 입김이 커지자 허브항만을 중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머스크라인과 MSC, CMA CGM이 P3네트워크 출범과 함께 동아시아 환적거점을 CMA CGM의 자가부두가 있는 닝보항으로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와 항만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바 있다.
부두별 항만별로 다 다른 하역요금을 어떻게 인가제란 큰 틀로 묶어 내느냐도 과제다. 적정요금을 책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각 부두의 영업환경이이 다르고 원가 구조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싼 요금을 경쟁력의 한 수단으로 삼는 곳도 있기에 무조건 가격을 올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정부가 적정 요금을 산출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연구용역은 아직까지 시작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하려고 나서는 업체가 없는 까닭이다. 인가요금 산정의 어려움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인가제와 같은 시장에 충격이 큰 제도 도입에 앞서 정부에서 항만하역시장 체질 개선이나 항만 난개발 문제에 좀 더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고 꼬집는다.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진행된 무분별한 컨테이너부두 개발이 현재의 하역료 덤핑 경쟁으로 이어졌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컨테이너 부두로 준공됐던 창원 가포신항이 물동량이 없어 개장조차 하지 못하다 일반화물부두로 용도변경된 게 부두 난개발의 대표적인 사례다. 또 항만물류협회가 주도가 돼 지난 2011년부터 추진한 항만하역업계 공정경쟁협약(클린협정)은 업계의 외면 속에 무산되고 말았다.
이 같이 컨테이너하역료 인가제 도입은 항만하역시장 안정화라는 순기능과 함께 선사들의 이용부담과 화물이탈이라는 역기능도 동시에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논란 속에 인가제를 도입하는 만큼 선사와 항만하역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해법 찾기에 공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정부두에 국한된 제도 도입이나 하역료의 단계적인 인상, 사용자와 공급자간 협의체 구성 등 제도 도입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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