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05 13:07

판례/ 선박구조변경으로 인한 침몰과 보험금 지급의무

金 炫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년 4월3일 선고 2013가합14274 판결
【원    고】 A보험 주식회사
【피    고】 ○○건설 주식회사
【주    문】    1. 별지 목록 기재 사고와 관련해 같은 목록 기재 보험계약에 기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선박보험계약의 체결

1) 원고는 해상보험 등 손해보험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2012년 6월29일경 피고와 사이에 샌드 콤팩션선(SAND COMPACTION BARGE)인 ○○36호(SEOKJUNG NO.36, 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에 대해 보험기간을 ‘2012년 6월30일부터 2013년 6월30일까지로, 보험목적물을 이 사건 선박의 ‘선체 및 기관 등(HULL & MACHINERY ETC.)’으로, 피보험자를 ‘피고’로 각 정해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은 내용의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했다.

2) 위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영국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Institute Time Clauses - Hulls - 1/10/83, 이하 ‘이 사건 보험약관’이라고 한다)은 그 본문 첫머리에서 ‘이 보험은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른다 ’라고 규정하고, 제6조에서 담보하는 위험(Perils)으로 바다, 하천, 호수 또는 항해 가능한 기타 수역에서의 고유 위험, 선장, 직원, 부원 또는 도선사의 과실 등을 열거하고 있으며, 다만 선장, 직원, 부원 또는 도선사의 과실조항(6.2.3)에 대해는 피보험자, 선박소유자 또는 선박관리인이 상당한 주의를 결여하고 있었던 결과로 보험의 목적에 발생된 멸실 또는 손해가 발생하지 아니한 것을 조건으로 한다는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

3) 원고가 피고에게 교부한 보험증권에는 ‘보험개시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한국선급(KR), 한리해상손해사정(KORHI) 또는 한국해사감정(KOMOS)의 현상검사를 받고 그에 따른 모든 권고사항을 이행한다’라는 내용과, ‘피예인선박의 예인이 실시되기 전 예인에 부합되는 예인선, 피예인선, 예인방법 등의 적격 여부에 관한 안전도 검사를 한국선급(KR),한리해상손해사정(KORHI) 또는 한국해사감정(KOMOS) 검정인으로부터 받아야 하고, 모든 권고사항을 이행한다 ‘(이하 위 각 조항을 ‘이 사건 워런티 조항’이라 한다)라는 내용이 영문으로 기재돼 있다.

나. 이 사건 선박의 침몰

이 사건 선박은 2012년 12월14일 울산 ○○구 ○○동앞 0.9마일 해상(울산신항 북방파제 제3공구 동쪽방향 끝단 해상)에서 해상 작업을 하던 중, 높은 파도(파도 높이 2.5m, 최대 높이 3.3m)와 강한 바람(풍속8~9m/s)에 의한 선체의 요동으로 선박 앞부분 갑판에서 약 40m 높이에 위치한 우측 지지대의 연결부위가 부러지면서, 균형을 상실한 리더 등 중장비가 선박 뒷부분 갑판으로 넘어졌고, 이로 인해 선박의 무게중심이 쏠린 선박의 뒷부분이 침수되면서 바다에 매몰(이하 ‘이 사건 침몰사고’라 한다)됐다.
【인정 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 1 내지 3, 7 내지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부보위험으로 인해 보험목적물에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

가.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침몰사고는 ‘보험목적물과 무관한 타설장비의 지지력 결여’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이 사건 보험약관상의 부보위험인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피보험자인 피고는 이 사건 침몰사고 발생에 관해 상당한 주의를 결했기 때문에 원고에게 ‘선장, 직원, 부원 또는 도선사의 과실’을 주장할 수도 없으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할 채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피고는, 이 사건 침몰사고는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 등 사고 당시의 기상악화로 인해 타설장비가 선박 뒷부분 갑판으로 넘어지면서 발생했으므로, 이 사건 침몰사고는 이 사건 보험약관상 부보위험인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한 것이고, 선장 및 선원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역시 이 사건 침몰사고의 원인이 됐으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다툰다.

나. 판단

1) 준거법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보험약관을 적용하기로 했고, 이 사건 보험약관은 ‘이 보험은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지급의무의 발생 여부는 이 사건 보험약관의 규정 및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2) 이 사건 침몰사고가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여부

가) 판단기준

영국 해상보험법 제55조 제1항에 의하면 손해가 담보위험을 근인(proximate cause)으로 하는지 여부가 보험자의 책임 유무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바, 여기서 근인이라 함은 손해와 가장 시간적으로 근접하는 원인(proximate in time)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손해의 발생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원인(proximate in efficiency)을 말한다(대법원 2005년 11월25일 선고 2002다59528 판결).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부보위험의 하나로 들고 있는 해상 고유의 위험(perils of the seas)이라 함은 해상에서 보험의 목적에 발생하는 모든 사고 또는 재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상에서만(of the seas)발생하는 우연한 사고 또는 재난만을 의미하고, 우연성이 없는 사고, 예컨대 통상적인 바람이나 파도에 의한 손상, 자연적인 소모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이러한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8년 5월15일 선고 96다27773 판결 등 참조).

여기서 그 증명의 정도는 이른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에 의한 증명(대법원 2001년 5월15일 선고 99다26221 판결 등 참조) 즉, 사고원인에 관한가설의 개연성을 교량했을 때(balance of probability), 보험사고가 부보위험에 의해 일어났을 개연성이 그렇지 않을 개연성보다 우월(more likely than not the loss arose because of an insured peril)할 정도로 입증돼야 하며, 만일 부보위험과 미부보위험 또는 부보위험에서 제외되는 위험(a non-insured or an excepted peril)이 동등한 정도로 보험사고에 영향을 주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입증은 실패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 지급채무의 발생 여부는 이 사건 침몰사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 의해 담보되지 않는 미부보위험인 ‘이 사건 선박에 대한 대대적 구조변경 및 그에 따른 타설장비의 지지력 결여’에 의해 일어났을 개연성보다 해상 고유의 위험 즉,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 등 예상치 못한 기상악화’라는 원인에 의해 일어났을 개연성이 우월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계속>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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