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선사들이 너도나도 자구책을 마련한 가운데, 3조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내놓은 현대그룹의 신용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의 구본욱 책임연구원은 ‘현대그룹의 분석과 주요 크레딧이슈’ 보고를 통해 현대그룹에 대한 신용도를 풀어냈다.
현대그룹은 자산규모 기준 28위의 기업집단이다. 그룹은 해운업, 승강기제조업, 물류업, 증권업 등을 영위하고 있으며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증권의 4개사가 계열 내 주력 기업으로서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핵심계열사인 이들 4개사를 중심으로 그룹의 사업위험과 재무위험을 분석했다.
현대그룹은 건설부문에서 출발해 자동차, 조선, 전자, 해운, 정유, 유통, 금융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1999년 말 기준 국내 35개사가 소속된 국내 최대의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외환위기 등으로 인해 재무적 부담이 가중돼 일부 계열사가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고 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의 타계로 형제간 지분정리가 이뤄지면서 자동차, 중공업, 건설, 정유 부문 등이 계열에서 분리됐다. 이로 인해 그룹은 2003년 말 기준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현대택배(現. 현대로지스틱스) 등 7개 계열사가 소속된 소규모 그룹으로 변모했다.
계열분리가 일단락된 직후인 2003년말 기준 그룹 총자산은 6조4천억원, 연간 매출액은 5조4천억원에 불과했다. 이후 현대상선의 선복투자 확대, 신규 계열사 설립 등으로 인해 그룹 외형이 확대돼 2012년 말 기준 자산규모 15조원, 연간 매출액 11조7천억원의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현대그룹은 2003년 8월 정몽헌 회장이 타계한 이후 현정은 회장과 범(凡) 현대가(KCC그룹, 현대중공업 그룹 등) 사이에 오랜 기간 경영권 분쟁을 겪어왔다. 또한, 2013년 9월 말 기준 현대상선에 대한 범 현대가의 지분율(29.1%)이 현정은 회장 측의 직접 보유 지분(27.6%)을 상회하는 등 경영권 관련 잠재적인 불안요인은 현재까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배구조의 불안정성에 대응해 계열간 순환출자를 이용한 내부지분 확대, 파생상품계약 등을 이용한 다수의 우호지분 확보 등을 통해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다.
현정은 회장 및 특수관계자는 ‘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글로벌 / 현대로지스틱스’의 순환출자 구조를 이용해 현대그룹 전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또한, 그룹 지배구조상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현대상선에 대해 현대엘리베이터가 다수의 FI(재무적투자자)들과 함께 의결권 공동 행사 조항 등이 포함된 주주간 파생상품계약을 체결해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룹은 현대상선 및 현대증권의 주가하락으로 인해 파생계약 체결의 주당사자인 현대엘리베이터가 대규모 관련 손실을 인식하는 등 경영권 안정에 필요한 자금 부담을 안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들과 체결한 파생상품계약의 만기가 순차적으로 도래하고 있어 계약 갱신 및 신규계약 체결 여부 등에 따라 그룹 지배구조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해상운송 집중, 사업다각화 위험분산 효과 낮아
비금융 부문은 경기민감도가 큰 해상운송업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아 국내외 경기변동에 따라 영업실적이 민감한 영향을 받고 있다. 사업의 특성상 에너지의존도가 높아 국제 유가의 변동에도 그룹 영업실적이 영향을 받고 있다.
그룹은 2012년 상장계열사 등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 계열사의 단순합산 재무수치를 기준으로 해상운송업의 매출비중이 79.1%, 자산비중이 71.1%에 이를 정도로 해상운송업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해상운송업을 제외한 그룹의 중요사업은 육상운송 등 물류사업과 승강기 제조업으로 각각 그룹 비금융 매출 및 자산의 10%내외 수준을 점하고 있다.
이밖에 그룹은 대북사업, 호텔업, 경영컨설팅업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나, 기타 사업이 비금융부문 전체 매출과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주력 사업인 해상운송업에서 축적된 영업노하우와 지속적인 선대확충 등을 통해 국내 상위의 경쟁지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 유수의 선사들과 세계 최대 규모의 해운동맹(G6 Alliance)을 결성해 선복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화주와의 교섭력을 강화하고 있다. 승강기 제조업 및 물류사업은 각각 국내 수위권 및 국내 상위권의 시장지위를 보유하고 있어, 국내외 경기변동 등 대외변수 충격에 대한 사업상 대응능력은 양호한 수준이다.
반면, 그룹은 해상운송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보유하고 있어 사업다각화를 통한 위험 분산효과가 크지 않다. 영업용자산(선박 및 터미널 등) 확보에 따른 투자부담이 과중해 금융비용 등의 고정비 지급부담도 과중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경기변동, 국제유가 변동 등 주요 거시변수의 변화 등에 따라 그룹 핵심 사업인 해운부문의 영업실적이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는 등 경기변동에 따른 그룹 영업실적의 민감도는 큰 수준이다.
현대그룹은 2008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 등으로 인해 해상운송수요가 위축되고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재현되면서 일시적인 운임반등이 이뤄졌던 2010년을 제외하고는 부진한 영업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09년에는 그룹 해운부문의 대규모 영업손실 발생으로 결합재무제표상 비금융부문에서 5233억원의 영업이익(EBIT)적자를 기록했다. 그룹은 2010년 해운시황의 일시적인 반등에 힘입어 3개사 합산기준 6600억원의 EBIT흑자를 기록한바 있으나, 2011년 이후에는 시황침체로 인한 운임하락과 연료비 부담의 증가 등으로 2013년 9월 말까지 누적기준 8,855의 EBIT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영업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그룹 수익성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컨테이너선 화물운송 사업은 전 세계적으로 누적된 공급부담이 작지 않은 가운데, 원가경쟁 심화로 인한 경쟁적인 초대형선 발주가 계속되면서 수급불균형 해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선제적인 초대형선 확보를 통해 원가경쟁력의 우위를 지니고 있는 세계 컨테이너선 시장의 빅3사(머스크, CMA CGM, MSC)가 2014년 2사분기부터 공동운항 서비스 실시를 발표함에 따라, 관련 규제당국의 승인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상위선사 주도에 의해 운임경쟁이 재차 심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구본욱 연구원은 “비우호적인 산업환경에 대응해 인력 구조조정을 비롯한 수익성 개선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나 단기적인 실적 개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그룹은 주력 사업에서 상위의 경쟁지위를 보유하고 있어 양호한 수준의 대응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해운업의 경우에는 해외 유수의 선사들과 해운동맹을 결성해 대외변수 충격에 대한 대응능력을 제고하고 있다. 한편, 금융부문의 핵심계열사인 현대증권은 위탁매매부문에서 업계 수위권의 경쟁지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산관리와 투자은행(IB)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계열사간 사업 의존 낮은 반면, 재무거래 빈번
그룹은 운송/운수 연관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계열사 간에 경상적인 영업 거래가 발생하고는 있지만 사업 규모 대비 계열사간 거래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현대상선은 해외 화주에 대한 접근성 개선을 위해 설립한 미주법인(HMM AMERICA) 등 해외 종속기업에 대한 중개수수료 지급이 특수관계자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사업 자회사인 상해현대전제제조유한공사에 원재료를 판매하고 동사에서 승강기를 제작한 뒤 이를 재구매하는 식의 거래가 영업거래의 대부분을 점하고 있다. 이 밖에 현대로지스틱스는 그룹 내 육상운송서비스를 전담하고 있어 물류관련 계열사와의 영업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나, 계열에 대한 매출 및 매입 규모는 10% 미만으로 작은 수준이다.
전반적으로는 계열간 경상적인 영업거래 규모가 작은 수준이나 운송 부문 계열사의 경우 물류 관련 인프라를 공유하고 실제 운영이 그룹 내 사업부문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상호간의 사업적 의존성은 작지 않은 수준으로 판단된다.
한편, 주요 계열사간의 상호 지급보증 제공은 전무하지만 현대상선의 경우 해외 종속기업에 대한 자본출자 부담과 함께 2013년 9월 말 기준 해외자회사에 대해 총 2457억원 규모 (자기자본 대비 46.0%)의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어 해외 자회사 부실에 따른 재무적 부담에 노출돼 있다.
현대상선이 제공하고 있는 지급보증의 대부분은 해외 소재 현지법인 또는 합작법인의 항만건설 관련 투자,항만장비 등의 리스 등과 관련한 것으로 관련 주식 등이 담보로 제공돼 있다. 이 밖에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로지스틱스의 경우에도 해외 자회사의 차입금과 관련해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으나 관련 채무보증의 규모는 자기자본 대비 경미한 수준이다.
현대상선 실적 악화로 계열사 위험 증가
그룹은 계열사간 사업 및 재무위험 연계 정도는 작은 수준이지만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계열사간 출자지분 취득 거래, 유상증자 참여 등의 재무적 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현대상선 및 현대증권의 우호주주들과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보상 등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간 파생상품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현대상선 및 현대증권의 주가 하락 시 파생계약 관련 정산부담에도 노출 돼 있다.
구 연구원은 “계열사간 빈번한 재무적 거래, 계열 지배력 제고를 위해 체결한 파생상품계약 등으로 인해 그룹 주요 계열사간의 재무적 연계성은 높은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룹은 2008년 이후 대규모 자본지출(CAPEX)투자가 대폭 증가한 가운데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경기둔화로 인해 계열 전반의 영업현금창출능력이 저하되면서 차입부담이 대폭 증가했다”며 “그룹은 금융위기 이후 수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을 진행했으나 사업환경 악화로 재무안정성 개선이 지연되면서 증가된 재무적 부담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비금융 부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황의 장기 침체와 이로 인한 현대상선의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인해 계열 전반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상선은 2011년 상반기까지 선박투자로 인한 자금소요가 크지 않아 시황부진으로 인한 재무안정성 저하 정도가 크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1년 하반기 들어 발주된 신규 선박에 대한 CAPEX투자 부담이 작지 않은 상황에서 해운업황의 개선 가능성도 불투명함에 따라 2011년 12월 30일 장기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조정했다.
또한 2013년 11월에는 장기간 지속된 해운시황의 침체로 인한 자금조달 여건의 악화와 중고선 가격의 하락 등으로 인한 대체자금 조달여력의 저하 등으로 인해 사업위험 및 재무위험이 더욱 증가한 것으로 판단돼 장기신용등급을 BBB+로 추가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아울러 수급 요인 및 경쟁환경 요인 등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사업환경의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돼 장기신용등급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승강기 업계 내 수위의 시장지위와 이에 바탕을 둔 양호한 영업실적 등에 힘입어 2013년 5월 말까지 장단기신용등급으로 각각 A/안정적과 A2의 신용등급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자회사인 현대상선의 실적 부진 및 채무상환능력 저하와 현대상선 주식을 기초로 한 파생계약 정산에 따른 대규모 자금유출 부담으로 인해 2013년 6월 중 장기신용등급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한 데 이어 2013년 11월에는 장단기신용등급을 각각 A-/안정적과 A2-로 하향조정했다. 또한, 2013년 12월에는 현대상선 주식가격 하락에 따른 파생계약 정산 부담이 확대된 점 등을 감안해 동사의 장단기신용등급을 각각 BBB+/안정적과 A3+로 추가적으로 조정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주요 화주와의 안정적인 거래관계, 택배시장에서의 양호한 시장 지위, 낮은 영업수익성, 시설투자 및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매입으로 인한 차입금 증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12년 이후 장단기신용등급으로 BBB+/안정적과 A3+의 신용등급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물류사업의 양호한 사업안정성 및 현금창출능력에도 불구하고,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 계열 관련 자금소요로 동사의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돼 2013년 11월 중 장기신용등급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한편, 현대증권은 상대적으로 계열 관련 위험으로부터 절연돼 있어 2012년 4월 중장기신용등급이 상향된 이후 장기신용등급 AA/안정적, 단기신용등급 A1을 유지하고 있다.
3조원대 자구안, 성공할 경우 유동성 대폭 개선
그룹은 2013년 12월22일 금융계열사 매각을 비롯한 3조3천억원 이상의 자금조달을 목표로 하는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그룹은 SPC(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의 자산을 이전하고 전용선 사업, 국내외 부동산 등 자산 매각과 사업부문 매각을 통해 약 3조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상증자, 외자유치 및 기업공개 등을 통해 320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 확충 계획도 제시하고 있다.
한편, 현대상선은 항민터미널 사업과 벌크선 전용선 사업 등 사업부문 매각과 부산용당 CY(Container Yard) 및 유가증권 등 보유자산의 매각을 통해 약 2조원의 자금조달을 계획하고 있다. 이 중 현대상선은 KB금융지주 지분(465억원), 현대오일뱅크 지분(140억원), 컨테이너박스 매각(Sale & Leaseback, 564억원) 등을 완료해 약 1,170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했으며 신한금융지주 지분(931억 원)과 부산 용당부지(700억원) 매각, 현부산신항만 리파이낸싱(500억원) 등을 통한 자금조달을 진행하고 있다.
그룹이 발표한 자구계획 중 LNG전용선 매각, 상장 유가증권 매각,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 및 현대로지스틱스의 기업공개 등이 진행 및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나 일부 자구계획의 경우에는 다양한 불확실성 요인이 존재하고 있다.
구 연구원은 “재무구조 개선안을 성공적으로 이행할 경우 현대그룹의 유동성은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나 금융부문, 전용선 사업 등 수익성이 높은 사업의 매각으로 그룹의 중장기 사업역량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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