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띠 해 계사년이 저물고 청마의 해 갑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말은 고래(古來)로 용맹함과 강건함을 상징했습니다. 특히 청마(靑馬)는 진취적인 기상과 역동성을 표상하며 행운을 가져다주는 영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至難)한 해운 불황의 고리를 끊고 새 도약의 기지개를 켜야 하는 해운물류기업들에게 청마의 역동적인 기상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덕목입니다.
지난해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한 해였습니다.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양대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막대한 규모의 적자에 신음하며 벼랑 끝으로 내몰렸습니다.
근해선사들도 2012년의 호기로운 모습과는 거리가 먼 이전투구식 경쟁으로 시장 관계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습니다. 해외에선 세계 컨테이너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빅3 선사들이 ‘P3네트워크’라는 공룡 얼라이언스 결성을 선언했으며 G6과 CKYH얼라이언스들이 이에 대응해 제휴 확대에 나서는 등 해운시장 ‘새판짜기’는 더욱 가열되는 양상입니다.
일련의 사건들은 해운물류업계에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구태적인 경영방식과 관행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해운물류 패러다임을 창조할 때만이 생존할 수 있음을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지난 연말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국내 양대 선사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발표했습니다. 한진해운은 전용선 및 벌크선 등 비주력, 적자사업 정리를 통한 회사 정상화 의지를 밝혔으며, 현대상선이 속한 현대그룹은 알짜사업인 금융 부문 매각이라는 고강도의 유동성 확보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최악의 해운불황기를 맞아 이전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혁신적인 구조개혁만이 유일한 생존전략이라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것입니다.
다행히도 해운물류조사기관들의 새해 해운물류산업 전망은 다소 호의적입니다. 선진국 경제와 세계 무역 회복으로 수요는 살아나는 반면 선박 공급 증가율은 둔화될 것이란 예상입니다. 건화물선 운임지수(BDI)도 지난해 4분기 이후 상승탄력을 보여주며 이 같은 긍정론에 동조하는 분위기입니다.
해운물류업계 종사자 여러분. 국내 해운물류산업이 시장 회복의 단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선 최근 불기 시작한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미봉책 수준에 그쳐선 안 될 것입니다. 1980년대의 해운산업 합리화가 그랬듯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국내 해운물류산업이 기사회생하고 나아가 우리나라가 초일류 해운물류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전 해운물류기업들이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바다행정 일원화라는 해양산업계의 염원을 담아 5년 만에 부활한 해양수산부도 해운업계 숙원과제인 ‘해운보증기금’ 설립에 박차를 가하는 등 불황 탈출을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난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으로 변화와 혁신의 물결에 동승한 코리아쉬핑가제트도 해운물류산업이 새로운 백년대계를 써나가는 데 올바른 방향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운물류 정론지 역할에 더욱 매진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발행인 김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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