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STX팬오션이 예상을 깨고 회생계획안 인가 결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종석 수석부장판사)은 22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3별관에서 열린 2,3회 관계인집회에서 STX팬오션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이날 채권자 표결에서 회생계획안은 회생담보권 100%(470억원), 회생채권 74.3%(2조2141억원)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회생담보권자 4분의 3(75%), 회생채권자 3분의 2(66.7%)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을 수 있다.
당초 해운업계 안팎에선 현재 조사확정재판을 받고 있는 채권자들이 많은 만큼 회생계획안 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 시부인 과정에서 STX팬오션과 갈등을 빚고 있기에 이들이 반대표를 대거 던질 것으로 예상한 까닭이다.
조사확정재판 신청채권 찬성표가 가결 이끌어
하지만 막상 표결에 들어가자 독일 선주사인 콘티를 비롯해 기어벌크버뮤다 웨스턴벌크캐리어 등 유럽계 선주사 일부를 제외하고 조사확정재판을 진행 중인 다수의 채권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조사확정재판과는 별도로 회생계획안 인가를 통해 채권 회수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조사확정재판을 진행 중인 상거래 채권자 중 한진해운 현대상선 장금상선 대한해운 대우로지스틱스 동아탱커 KMTC벌크 한국허치슨터미널 아이에스해운 한국전력 등 국내 채권자들은 대부분 STX팬오션의 회생안에 찬성 의견을 냈다.
하파그로이드나 가와사키기센(케이라인) MISC 스테나 등 해외 선사들도 찬성 쪽에 가세해 회생계획안 가결에 힘을 실었다.
채권 규모가 확정된 상거래 채권자들도 대부분 찬성쪽에 섰다. 찬성표를 쓴 상거래 채권자는 고려해운 인천컨테이너터미널 CJ대한통운 한국머스크 세방 동방 동부익스프레스 범주해운 삼목해운 부산신항만 등 60여곳이다.
반면 브라질계 세계 최대 펄프회사이자 STX팬오션과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한 피브리아(FIBRIA)는 기권, 동방 하스매니지먼트 동부제철 동국제강 등 8곳은 불참함으로써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회사채 채권자 중에선 기관과 개인투자자간에 큰 입장 차이를 보였다. 기관투자자는 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한국교직원공제회 동양증권 등은 찬성, 한국투자증권 스탠다드차타드 등은 반대함으로써 찬반이 갈렸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반대 의견을 표명, 회생계획안에 불만을 나타냈다.
확정채권 규모 2조235억
회생계획안 표결에 앞서 진행된 관리인 보고에서 김유식 관리인은 시부인 과정을 거쳐 확정된 채권액은 회생담보권 470억원, 회생채권 1조9739억원, 조세 등 채권 25억원으로 합계 2조235억원이라고 밝혔다. 1차 관계인 집회 뒤 새롭게 신고된 회생담보권 6건 1292억원 회생채권 603건 3316억원 중 208억원 505억원만을 각각 시인해 상환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날 STX팬오션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회생계획안이 아닌 수정된 계획안을 제시했다. 현금변제와 출자전환 비율이 조정됐다. 회생채권과 보증채권은 종전 현금변제 31% 출자전환 69%에서 33% 67%로 조정됐으며, 관계회사 상거래 채권은 현금변제 31% 출자전환 69%에서 10% 90%로 현금변제 비율이 대폭 깎였다.
이종석 부장판사는 “기존 회생계획안은 특정 채권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어 배제 결정을 내렸다”고 회생계획안 수정 배경을 말했다.
22일 현재 출자전환되는 회생채권은 회사채 채권 7618억원, 금융기관 대여채권 1915억원, 보증채권 547억원, 일반 상거래채권 482억원, 계열사 상거래채권 657억원, 확정 구상채권 1117억원을 비롯해 미확정 구상채권과 조사확정재판 신청채권 등 1조2340억원이다.
현금변제되는 회생채권은 이자 포함 7309억원이다. 이 중 2%가 2014~2015년간 균등분할 변제되고 3%는 2016년에, 5%는 2017년에 각각 변제된 뒤 22%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균등분할 변제된다. 또 나머지 68% 중 2%가 2020년에 변제되며 66%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매년 균등분할 변제된다.
종전과 마찬가지로 3000만원 이하의 소액 상거래 채권(45억원)은 2014년에 전액 상환된다.
회생담보권은 변화 없이 원금과 개시 전 이자 전액을 현금변제한다. 60%를 2014년부터 2015년까지 2년간 매년 균등분할 변제하고, 나머지 40%를 2016년에 모두 변제할 예정이다. 회생담보권은 우리은행 92억원, 하나은행 272억원, 산업은행 90억원, 임대보증채무 16억원 등이다.
감자후 출자전환 단행
감자계획안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내용에서 바뀌지 않았다. 보통주 2억585만여주 중 STX STX조선해양 STX엔진 강덕수 전 회장 등이 소유한 2517만여주(12.22%)는 10:1, 일반주주가 소유한 1억7956만여주(87.23%)는 2:1 비율로 병합된다. 감자로 인해 발생하는 1주 미만의 단주와 채무자가 소유하고 있는 자기주식 112만7천여주는 무상소각된다.
STX팬오션 회생절차 조사위원인 한영회계법인측(대리인 김정배)은 회생계획안이 청산시 배당률보다 높아 법에서 규정한 청산가치 보장원칙을 충족한다고 평가했다.
김 대리인은 회생담보권은 현금변제액의 현재가치와 출자전환에 따른 주당순자산가치를 합산한 변제율이 101.69%로, 청산시 배당률 80.87%보다 20.83%포인트 높다고 판단했다. 회생채권의 경우 현금변제액의 현재가치와 출자전환에 따른 주당순자산가치를 합산한 변제율이 35.18%로 청산시 배당률 11.97%보다 23.21%포인트 높은 것으로 계산됐다.
STX팬오션은 회생계획안이 법원의 인가를 받자 곧바로 후속절차에 돌입했다. 이달 28일 일반주주 지분을 대상으로 하는 1차 감자를 한 뒤 다음 달 12일 회생채권 출자전환을 통한 유상증자를 거쳐 다음 달 26일 최대주주 대상 2차 감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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