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
●●●1912년은 중국 청나라가 멸망했고,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생님이 태어난 해다.
같은 해 4월에 승무원과 승객 2200여명을 태우고 영국의 사우샘프턴을 출항해 미국 뉴욕으로 항해하다 빙산에 충돌하여 1500여명이 사망한 <타이타닉>호 해양사고가 발생했다. 영국 정부의 해양사고 조사과정에서 선박 침몰당시 부근을 항해 중이던 다른 선박에 조난신호를 보냈으나 당시 신호탄의 색깔이 흰색이어서 조난신호인지 알아보지 못해 인명구조가 지연됐다고 한다.
또 여객선에 대한 수밀격벽(물을 차단하는 벽)이 낮게 설치되어 침몰이 빠르게 진행되는 등 선박의 안전과 구조에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타이타닉>호 해양사고를 계기로 1914년 선박 항해의 안전, 구조, 전신, 구명설비에 대해 규정하는 최초의 해상인명안전협약(SOLAS)이 탄생하게 됐다.
50년간 2만3천여건 해양사고 맡아
우리나라도 해양사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타이타닉>호 해양사고가 발생한지 50여년이 지난 1963년 1월21일 해양안전심판원(초기 해난심판위원회)을 개원해 금년 1월21일 해양안전심판원이 개원한 지 50주년이 됐다. 지난 50년간 해양안전심판원은 여객선 <서해훼리>호 전복사고, 유조선 <씨프린스>호 좌초사고, <허베이스피리트>호 해양오염사고 등 총 2만3263건(연평균 465건)의 해양사고의 원인규명과 재발방지에 힘써 왔다. 좀 더 정확하고 공정한 해양사고 조사와 심판을 위해 선박위치발신장치(AIS), 선박항해기록장치(VDR), 선박위치정보시스템(VMS) 등 객관적인 자료와 시스템을 통해 조사·분석을 하고,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되는 해양사고는 선박안전기술공단, 해양수산연수원 등 7개 전문기관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하여 해양사고의 원인규명에 공동으로 노력해 왔다.
하지만 해양사고는 2004년 800여건을 정점으로 2008년 480건으로 대폭 감소했으나 2009년부터 소형선박 위주로 다시 증가해 최근 5년간 연평균 700여건의 해양사고가 발생되고 있다. 연초 전남 진도 해상에서 어선 충돌사고로 선원 7명이 실종, 군산 해상에서 어선 화재로 9명 사망, 10월에는 포항 외항에서 정박 중이던 중국 화물선이 방파제와 충돌 후 침몰하여 선원 9명 사망과 유류 오염사고가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해양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해양안전심판원이 해양사고 감소를 통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고 해양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해양사고의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해 동일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예방교육을 확대하고, 선박운항 종사자는 물론 국민들에게 해양사고의 중요성 등 홍보를 통해 해양사고를 감소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겠다.
우선 기존 해양사고 발생 건수 중심으로 발표되는 통계로는 해양사고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한계가 있다. 바다에서 발생되는 해양사고의 특수성 때문에 해양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산정하는데 어려움은 있지만,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교통연구원’이 수년 전부터 발표해 교통사고의 심각성을 적극 홍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늦은 감이 있다.
금년 10월부터 해양사고로 인한 물적피해, 인적피해, 환경피해 등 사회적 비용을 산정하는 ‘해양사고 사회적비용 추정 연구용역’을 추진 중에 있고, 빠르면 2015년부터는 해양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국민들에게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승무원 인식변화가 사고예방 첫 걸음
해양사고 예방에 대하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듯이 그간 우리원에서도 해양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 매년 해양사고방지세미나(28회), 대학생모의심판경연대회(7회) 등 많은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해양사고는 선박을 직접 운항하는 선장, 기관장 등 관련자들의 의식변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할 것이다.
올해부터는 해양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해양사고 재결서를 토대로 사고 예방 동영상 6편을 제작해 해양수산업·단체와 해양수산연수원, 관련대학에 교육용 자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최근 5년간 발생한 해양 사고 중 그달의 중요한 해양사고를 분석해 사고원인과 준수사항을 책자 형태로 제공하는 ‘월간 해양예보’와 선박의 잠재적인 사고요인 및 교훈을 삽화로 제작한 ‘나최고 선장의 안전운항 필살기’ 책자를 배포해 해운선사와 선박에 비치할 수 있도록 사고예방 교훈 확산에 더욱 노력하고 있다.
지난 7월 아시아나 항공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항공사고 조사관들의 현장 파견과 사고조사 과정을 보면서, 대형 해양사고나 국외에서 발생한 우리나라 선박의 해양사고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특별조사 조직을 신설하고 조사인력을 신속하게 파견하기 위해 ‘해외 해양사고조사 매뉴얼’도 정비하고 해양사고의 초동조사와 현장중심의 조사를 강화하기 위해 차량, 노트북 등 조사장비도 단계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특히 금년도 하반기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특별조사부’가 설치되면 국내외 중대 해양사고를 좀 더 과학적으로 심도있게 조사해 근본적인 사고원인 규명은 물론 개선방안을 마련해 국제해사기구(IMO)에 선박운항 안전기준 개정을 제시하는 등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양안전심판원이 지난 50년 동안 해양사고의 원인규명에 치중했다면 다가올 50년은 해양사고 예방을 위해 교육 위주의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해양수산 업·단체와 선박 운항자들의 인식을 변화 시키고, 국민들에게 해양사고의 심각성을 적극 홍보하여 공감대를 같이 해 나간다면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2017년까지 해양사고 30% 줄이기의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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