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선 시장이 모처럼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비록 5일 천하로 끝났지만 운임지수(BDI)가 2000포인트를 2년 만에 돌파했다. 17만t(재화중량톤) 안팎의 케이프사이즈 선박운임도 오랜만에 4만달러를 돌파하며 시황 회복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BDI는 지난달 24일 2021을 찍었다. 2011년 10월28일(2018p) 이후 1년11개월 만에 2000포인트선을 돌파했다. BDI는 지난 8월12일 912까지 내려갔다가 이후 케이프 시장의 수급 호전을 배경으로 한 달 반가량 상승추세를 그려왔다. 적자 시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선사들로선 ‘깜짝 상승세’다.
케이프사이즈 일일 평균 용선료는 같은 날 4만달러를 넘어섰다. 2010년 11월 초 이후 2년11개월 만이다. 선사들의 케이프사이즈 손익분기점은 2만5000~3만달러 전후다. 선사들은 케이프 시장의 때 아닌 호전으로 오랜만에 흑자운항 가능성을 바라보게 됐다.
중국의 철광석 수입 증가와 신조선 인도 감소가 케이프 시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중국의 월평균 철광석 수입물동량은 6583만t으로 지난해에 비해 371만t 늘어났다. 이 같은 증가분은 15만t급 케이프 선박 25척이 새롭게 필요한 양이다. 특히 8월 실적은 6901만t으로, 지난해 6245만t에 비해 656만t(8.3%) 증가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고병욱 전문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철광석 수출물동량이 올해 1월부터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며 “톤-마일 효과가 큰 브라질 수출물동량이 8월에만 3120만t을 기록해 지난해 월평균 물동량 2721만t을 크게 웃돌며 케이프 시황 상승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케이프 시장 수요의 또다른 축인 유럽의 중요 철강생산국가인 독일의 철강생산은 지난해 동기 대비 6.3% 감소한 320만t 생산에 그쳐 해운시황에 지지대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복 증가(신조-해체)가 지난해의 42% 수준인 1024만 DWT에 그치며 공급부담이 완화된 것도 시황 상승에 한몫했다. 8월까지 케이프 선박의 신조선 인도량은 1609만t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 3322만t에 비해 반토막났다. 반면 같은 기간 해체량은 지난해의 71% 수준인 579만t으로 집계됐다.
벌크선 시장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중국발 철광석 수요가 추세적인 모습을 보일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내 철강 생산량은 매우 높은 상태이며 재고량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중국 철강 전문 컨설팅 업체인 마이스틸에 따르면 중국 강철봉(rebar) 재고는 610만t까지 증가했다. 향후 철광석 수입량 상승 곡선이 계속 꺾이지 않고 유지될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붙는 대목이다.
1일 볼틱해운거래소가 발표한 BDI는 전날보다 9포인트가 빠진 1994를 기록했다. 2011년 10월엔 16일 동안 2000포인트대가 유지됐지만 이번엔 엿새 만에 붕괴됐다. 케이프 뿐 아니라 파나막스선박이 쌍끌이로 시장을 부양했던 2년 전에 비해 케이프가 나홀로 주도하고 있는 최근의 시장 환경은 상대적으로 상승모멘텀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고병욱 연구원은 “과거 5년간 73% 성장세를 보인 선박량에 비해 항만물동량은 27% 증가에 그쳐 46%에 달하는 누적된 공급압박이 본격적인 시황상승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라며 “현재 시황을 주도하고 있는 케이프 선박이 다른 선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용 유연성이 낮고, 글로벌 화주의 물동량 변동성도 커 운임도 등락폭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많이 본 기사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