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제소기간의 문제
국제기금협약 제6조에 의하면, 국제기금에 대한 보상청구권은 (1) 손해발생일로부터 3년 안에 소송이 제기되지 아니하거나 선박소유자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의 당사자가 해당 소송을 국제기금에 통지(소송고지) 하지 아니하면 소멸하고, (2) 어떠한 경우에도 손해를 일으킨 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6년이 경과하면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국제기금협약 제6조)
[국제기금협약] Article 6 Rights to compensation under Article 4 shall be extinguished unless an action is brought thereunder or a notification has been made pursuant to Article 7, paragraph 6, within three years from the date when the damage occurred. However, in no case shall an action be brought after six years from the date of the incident which caused the damage.
따라서 국제기금과의 관계에서 선박소유자에 대한 소송(책임제한 사건 포함)의 고지 등 절차를 통해 국제기금이 책임제한절차에 참가한 경우에도 6년 이내에 국제기금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경우 제소기간의 연장 합의 등이 없는 한 국제기금에 대한 제소기간이 만료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따라서 채권자들로서는 본건 기름 유출사고가 2007년 12월에 발생했으므로 국제기금이 이 부분을 명확히 하지 아니하면 6년 이내, 즉 늦어도 2013년 12월 이전에 국제기금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국제기금이 적극적으로 책임제한절차에 참가인으로 참가하고 있으므로 제소기간이 이미 연장된 것으로 해석하거나 국제기금이 제소기간의 항변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그렇지 않더라도 국제기금이 뒤늦게 제소기간을 주장하는 것은 위 협약규정의 취지에 맞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신의칙상으로도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부분에 관해는 국제기금의 확실한 유권해석이 요망된다.
7. 허베이특별법상의 구제수단의 문제
가. 허베이특별법의 취지와 내용
정부는 2008년 3월14일 본건 기름 유출사고로 인한 피해의 지원 및 해양환경의 복원 등을 목적으로 한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피해주민의 지원 및 해양환경의 복원 등에 관한 특별법’(‘허베이특별법’)을 제정했는바, 위 특별법은 본건 기름 유출사고를 입은 주민 및 해양환경 등에 대해 신속하고 적절한 수습 및 복구대책을 수립·시행함으로써 피해지역 주민들의 재기와 해양환경의 조속한 복원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허베이특별법 제1조).
허베이특별법에 의하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유배법에 의해 손해배상 또는 보상을 청구한 자가 손해배상금 또는 보상금을 지급받기 전에 손해배상청구권 또는 보상청구권의 대위행사를 전제로 일정 범위의 금액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허베이특별법 제8조 제1항 다만 이 경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보험자, 국제기금 또는 피해주민단체 등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본건 기름유출사고로 인해 발생된 손해가 국제기금의 보상한도액을 초과하면서 유배법에 따라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이 인정돼 국제기금의 보상한도액 초과 부분에 대한 배상책임자가 없는 경우 유류오염 피해자가 지급받지 못한 금액의 전부 또는일부를 일정부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허베이특별법 제9조 제1항 제1호)
나. 보상청구의 가능성 여부
채권자들로서는 위 특별법에 기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선주 및 국제기금으로부터 보상받지 못한 손해에 대한 지급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이나, 위 특별법은 유류오염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손해에 대한 보상의 지급을 ‘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경우 유류오염의 피해자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소송 등을 통해 지급을 강제할 수 있는 권리(피해자의 국가에 대한 보상청구권)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이며, 이 사건 사정재판 결정도 이에 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허베이특별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에게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급청구권을 인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8. 유류오염손해의 배상범위에 위자료청구권이 포함되는가?
가. 국제조약 및 국제기금의 입장
국제기금이 위자료청구권을 배상범위에 포함시킨 사례는 아직까지 없는 것 같다. 실제 국제협약 성안과정이나 논의과정에서도 유류오염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의 범위를 논함에 있어 위자료청구권은 논의대상이 된 바가 없다. 따라서, 유배법이나 국제조약의 취지는 위자료청구권을 배상책임의 범위에서 제외하고자 한 취지로 보인다.
나. 대법원 2004년 4월28일 선고 2001다36733판결의 입장
우리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위자료청구권을 배상책임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다. 동 판결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969년 유류오염손해에대한민사책임에관한국제협약에서는 제1조 제6호에서 유류오염손해를 “유출 또는 배출의 발생 장소에 관계없이 선박으로부터의 유류의 유출 또는 배출로 인한 오염에 의해 유류를 운송하는 선박의 외부에서 발생한 손실 및 손해를 말하며, 예방조치의 비용 및 예방조치에 의해 야기된 그 밖의 손실 및 손해를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나 유류오염손해의 배상범위에 관해는 따로 규정을 하지 않고, 1971년 유류오염손해보상을 위한 국제기금의설치에관한국제협약에서는 유류오염손해에 관한 정의나 그 배상범위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위 민사책임협약상의 유류오염손해를 원용해 제4조 제1항에서 “유류오염손해를 입은 자가 다음의 사유로 인해 손해에 대해 충분하고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기금은 그 오염손해의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위 조약상 유류오염손해와 그 배상범위에 관해는 법정지법인 우리 나라의 일반 손해배상법리에 따를 수밖에 없다 할 것인데, 우리 민법은 제751조와 제752조에서 정신적 손해를 규정하고 있으나, 위 조항에 열거된 사항에 한하지 않고 정신적 손해가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750조에 의해 위자료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법리이므로 위 협약 및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에 규정된 유류오염손해를 경제적, 재산상 손해로 제한해 해석할 이유는 없다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사정재판 결정
일부 채권차들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책임제한절차 개시결정의 내용을 보면, 이 사건 사고로 발생한 물적 손해에 관한 채권에 대해 책임제한절차를 개시한다고 돼 있는바, ‘물적 손해’는 문구 그 자체로 물질적 손해를 의미하는 것일 뿐이고 이를 정신적 손해로 해석할 수 없으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가 이 사건 책임제한절차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없는 점, 그리고 일반적으로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해 물적 침해를 입은 피해자는 그 재산상 손해의 배상에 의해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를 이유로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다만 재산상 손해의 배상이 이루어진다 해도 그것만으로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남는 경우 비로소 위자료 청구가 인용되는데(대법원 1995년 5월12일 선고 94다2555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사고로 물적 침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 사건 채권자들의 경우 그 재산상 손해의 배상에 의해 정신적 고통도 회복됐을 것으로 보이고 달리 그것만으로 회복될 수없는 정신적 손해가 남는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때, 이 사건 책임제한절차에서 채권자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라. 결어
우리나라 대법원이 불법행위 일반원칙과 민법규정을 들어 국제기금의 배상책임범위를 위자료청구권까지 확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유배법상의 선주의 배상책임과 국제기금의 보상책임은 원래 국제조약에 터잡은 것일 뿐만 아니라 일반불법행위책임과 달리 엄격책임주의를 배상책임의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기금은 불법행위 당사자가 아니며 배상책임의 근거도 국제조약이므로 유류오염피해자에대해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일반불법행위 법원리를 들어 국제기금의 배상책임의 범위를 위자료청구권까지 확대하는 것은 다소무리한 해석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 사건 사정재판 결정이 위 대법원 판결이유와 달리 위자료를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시키지 아니한 것은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9. 위법소득의 문제
이 사건 사정재판 결정은 위법소득의 배상 여부에 관련해 위법행위의 위법성의 강도, 비난 가능성의 정도 등을 고려해 무면허, 무허가, 무신고 사업으로 인한 영업손실액도 상당 부분 손해배상책임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것은 종래의 판례에서 인정되던 것을 업종에 따라 사례별로 구체적인 인정기준 및 배상범위를 정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할 수 있다.
VI. 결어
이상에서 허베이스프리트호 기름유출사고에 관한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의 사정재판 결정의 주요내용 및 관련문제들을 살펴 봤다.
위 사정재판 결정은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고 사정재판에 대한 이의소송 과정에서 그 쟁점들이 다시 조사되고 심리될 것이나, 유류오염손해배상책임의 근거, 인과관계, 손해의 종류, 배상책임의 범위 등 유류오염손해배상 전반에 관해 일응의 해석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끝>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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