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0 13:45

기자수첩/ 불통의 철도교통

기자의 회사는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와 인접한 곳에 위치해 있다. 취재하러 회사를 나설 때면 대부분 정부청사 앞을 지나가게 되는데, 그곳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시위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정부 청사 쪽 인도는 시위하는 사람들이 점거해 한 번도 제대로 걸어 본적이 없을 정도다. 무더위의 불쾌지수는 정부와 시민단체의 대립을 더욱 부추기고 초여름의 불볕더위는 시위의 열기를 더욱 끌어 올리고 있다.

지난 14일 무더위로 지글지글 끓던 여의도에서도 정부와 시민단체는 대립각을 세웠다. 철도산업 발전방안 공개 토론회가 열리는 자리였다. 국토교통부 철도 담당자들과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토론회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토론회 시작 전부터 철도노조는 단상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철도노조와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로 구성된 ‘KTX민영화저지범국민대책위’는 철도산업 개편안에 관한 토론회를 추진하는 것은 KTX 민영화를 강행하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발표할 예정이었던 철도산업 발전방안은 철도노조의 주장과는 달리,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민간경쟁체제 도입 대신 수서발 KTX를 철도공사 출자회사에서 운영하기로 해 공영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밝혔다. 서로 상반된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하며 불꽃을 뿜어냈다.

철도노조측과 국토부는 공개 토론회 취지를 두고 보는 시각이 달랐고, 토론회 추진 과정에서도 갈등을 보였다. 철도노조측은 정부에 공동으로 토론회를 준비하자고 4차례나 요청했으나 국토부가 시간이 없다며 토론회 일정을 그대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에서는 의견수렴을 위해 철도노조와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단체 등에게 수차례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양측의 갈등은 실랑이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토론회장은 시원했지만 양측의 계속된 대립은 활활 타오르며 참석자들의 불쾌지수를 마구마구 끌어올렸다.

철도노조원들의 분노는 정부를 넘어서 토론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는 모습으로 치달았다. 노조측은 “철도에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토론회에는 왜 온 것이냐”며 참석자들을 국토부 관계자로 매도하며 정부에 대한 불만의 화살을 시민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편을 이해하고 다독이는 게 효과적이지만 분노로 치달은 감정은 비난을 확대 재생산하며 소통을 단절시키기에 충분했다. 토론회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던 100여명의 시민단체, 학계, 일반 시민 등은 1시간 이상을 기다리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토론회가 무산된 뒤에도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국토부는 철도노조 등에서 계획에도 없는 민영화로 국민여론을 호도하며 토론회를 무산시키고 국민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원천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철도노조측은 자신들의 의견을 정부에서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KTX 민간경쟁체제를 두고 지리멸렬하게 싸우는 모습은 당사자들에게도 국민들에게도 좋지 않은 모양새로 비춰졌다. 양측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각자의 의견만 피력하기보다 상대방의 주장을 한번 곱씹어 보고 대화를 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하는 교통물류산업에서 소통의 부재로 갈등이 빚어진다는 게 아이러니 하다.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의견충돌을 빚고 있는 사이 무더위를 식혀줄 요량인지 마침 장마가 찾아왔다. 불만의 목소리가 장맛비와 함께 잠잠해 지길 바란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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