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13 15:00

기획/ 국제물류주선계, 올해 채산성 악화 부담 덜었다

지난해 해상운임 급등 기저효과 ‘톡톡’
물류업계의 甲-乙 관계…공정거래법개정 실효성 의문

원양항로 취항 선사들이 상반기에 운임인상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해운시황은 ‘다크니스’ 그 자체다.

연초 선사들은 각 항로에서 대대적인 운임인상을 도입했지만 3월 이후부터 운임인상은 흐지부지 됐다. 그나마 북미항로에선 5월 SC(수송계약) 시즌을 맞아 일정 부분 회복하는 성과를 일궜지만 유럽항로에선 기본운임인상(GRI)이 유야무야됐다.

상하이항운거래소에 따르면 6월11일자 상하이발-유럽항로 스폿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558달러를 찍었다. 4월 TEU당 1천달러 선이 붕괴된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해상운임이 바닥을 치면서 선사들은 울었지만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들은 웃었다. 물동량은 제자리걸음이지만 포워더들의 수익성이 해상운임에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모습이다. 지난해 상반기 선사들의 운임인상 러시로 수익성에 치명타를 입었던 때와 비교해 기저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프레이트포워더를 상대하는 콘솔사(화물혼재업체)들은 더욱 수익성이 좋아졌다. 해상운임이 오르면 포워더에게 인상분을 적용하기가 어려워 부담이 크지만 올해와 같이 선사들이 운임을 올리지 못할 경우 수익 내기가 수월해진다. 콘솔사들은 지난해 이맘때를 ‘마의 6개월’로 불렀다. 자고 일어나면 운임이 오르는 통에 밑지는 장사를 감수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화물을 운송한 바 있다. 지난해 많은 콘솔사들의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들어왔었던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콘솔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만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올해는 해상운임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익성이 나아졌고 작년과 비교하면 정말 좋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포워더들은 해상운임에 더욱 민감한 상황에 처했다. 해상운임이 롤러코스터를 타면 해상운임과 화주의 운임사이에서 운임 차액으로 먹고 사는 포워더들은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야했다. 최근에는 5~6월 성수기를 맞이하면서 더욱 상황이 나아졌다.

한편으론, 포워더들은 상반기 수익성이 나아졌지만 하반기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던 해상운임이 치솟기 시작해 또 다시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게 될까 걱정이다. 화주에게 해상운임인상분을 반영하는게 맞지만 현실은 철저한 갑-을 관계로 인해 해상운임이 낮게 유지되는 걸 바랄 뿐이다.

운임은 여전히 마이너스 궤도

채산성이 작년대비 상대적으로 나아졌기 때문인지 콘솔업체들이 채산성 확보를 위해 나섰던 부대 운임 ‘제값 받기’는 처음과 달리 동력이 떨어졌다. 콘솔업체들은 지난해 LCL(소량화물) 수출입화물에 대해 CFS(컨테이너작업장)수수료를 모두 적용키로 하고 수입 LCL화물에 대해 드레이지(내륙운송) 수수료를 부과키로 한 바 있다. 처음에는 모두 적용하기로 업체들끼리 다짐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수료 100%를 모두 받지 않거나 일부 운임에서 빼주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LCL의 마이너스 운임은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까지 내려간 상태다. 해외 파트너콘솔사와 계약을 맺고 물량을 주고받는 국내 콘솔사들은 수출물량 유치 전쟁을 벌이면서 마이너스 운임 폭을 키워왔다. 부산-상하이 노선은 평균 1CBM당(=1㎡) -25달러를 넘어섰고 그보다 더 떨어진 운임도 이제는 낯설지 않을 정도다. 

한 콘솔사 관계자는 “몇몇 콘솔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정말 터무니없는 운임이 시장이 돌기도 했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다”며 “지금도 악화된 상태지만 이 수준만이라도 유지하고 더 내려가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콘솔업계에는 한국시장에 새롭게 도전하는 해외 콘솔사들이 생겼다. MTM해운항공과 파트너를 맺었던 미국의 톱 콘솔사인 쉽코트랜스포트가 지난 4월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외국계 콘솔사가 한국 시장에 직접 지사를 연건 이번이 세번째다. 2005년 싱가포르의 콘솔업체인 글로브링크가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으며, 중국의 콘솔사인 CMS로지스틱스그룹이 2011년 진출한 바 있다. 

해외파트너콘솔 관계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업계에 따르면 모락스와 맥스피드의 해외 파트너였던 미국의 콘솔사 밴가드가 6월부터 맥스피드와 단독으로 파트너관계를 맺게 됐다. 모락스는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맥스피드는 기존에 밴가드와 계약하지 않았던 지역들의 파트너를 두고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글로벌물류기업의 한국 진출이 이미 이뤄졌고, 외국적선사들은 이미 한국시장에 터를 잡았지만 아직까지 콘솔업체의 한국시장 진출은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점차 외국의 대형 콘솔업체들이 한국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토종 콘솔사들의 입지가 줄어들 것을 두고 걱정하고 있다. 토종 콘솔사들도 여건이 안 된다고 하지만 자생력을 키워 국내에서만 활동할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의 활동이 필요하다.

물류기업의 甲과 乙

프레이트 포워더들은 이미 시장에 진입한 글로벌포워더에 복잡한 심경이다. 같은 경쟁자의 입장이지만 출발선이 다르다는 얘기다. 물류업계가 화주에겐 항상 을의 입장이지만 글로벌 포워더는 같은 을의 입장이 아닌 갑의 위치를 갖고 있다는 것. 최근 ‘남양유업 사태’로 불거진 경제적 갑을 관계는 아니지만 그만큼 글로벌 포워더들의 힘이 크다는 얘기다.

거래를 유지하던 화주들이 갑자기 바이어의 노미(Nomination)건이라며 글로벌 포워더로 돌아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토종 포워더들은 서비스에서 별 차이가 없다 해도 지명도에서 글로벌 포워더에 밀리는 상황이다.  

한 중소물류업체 관계자는 “강자와 약자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시장에는 강자가 너무 많다”며 “강자만 있는 시장이 무슨 시장이라고 할 수 있나”라며 현재 물류시장 상황을 꼬집었다.

중소물류업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규모가 큰 2자 물류업체들이 해외로 진출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영업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입장이다. 중소기업은 인력과 비용에서 진출 한계에 봉착하므로 대기업이 나서서 해외 투자와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물류업계에는 상생은 없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2자 물류기업들의 단가후려치기는 심각한 상황이다. 중소물류기업들은 모기업 물량을 기반으로 한 2자 물류기업들의 저운임 영업에 밀려 물량 이탈을 마냥 지켜보고 있는 처지다.

국제물류협회도 국제물류주선업체들의 지원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협회 김영남 회장은 지난달 23일 국토교통부 서승환장관과 물류업계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 참석해 중소 물류 전문기업이 살아남는 환경 조성을 위해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달라고 말하고, 2자 물류기업의 대기업 화주 물량 취급 비율도 제한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토교통부 서승환장관도 물류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와 ‘물류전문기업 육성’ 등으로 제 3자 물류를 활성화하는 한편 다단계 거래 등 후진적인 시장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업체들은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보다 오히려 중소물류업체들을 키울 수 있는 지원책을 펼쳐야한다고 역설한다. 정부에서는 해외진출 타당성 조사로 물류업체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해양수산부에서는 국내 해운물류기업의 글로벌 물류네트워크 확대, 해외 유망사업 발굴 등 국내기업의 해외진출 촉진을 위해 2011년부터 해외진출 타당성조사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 일감나눠주기?

2자 물류업체들도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근 두산은 글로넷사업부 물류사업부문을 중단했다. 물류사업부문은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사의 물류 기능을 모은 사업부로 그룹 물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룹 계열사 외에 제3자 물류사업 성장이 낮아 핵심 사업에 집중키로 하고 물류사업부문을 중단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계열사간 거래 축소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6천억원에 달하는 광고와 물류분야 일감을 중소기업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연간 6천억원의 목표액 중 물류분야에서 5월에 350억원을 집행했으며, 6월에 125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30대 재벌 그룹의 계열사간 내부거래도 감소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자산 순위 30대 재벌 그룹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 현황 조사 결과 2012년 총 매출 1250조1천억원 가운데 12.81%에 해당하는 160조1천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의 내부거래 금액은 2008년 101조6천억원, 2009년 108조4천억원, 2010년 128조1천억원, 2011년 161조8천억원 등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처음으로 1조7천억원이 감소했다. 이와 함께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도 전년 대비 0.94%포인트 하락했다.

경제민주화 등의 영향으로 드디어 재계가 일감 나눠 주기에 나선 것으로 보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내부거래 비중은 전년대비 감소에도 여전히 160조원의 내부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사실은 3자물류업체들의 힘을 빠지게 하고 있다. 업계는 강력한 규제가 마련되지 않으면 허울뿐인 제재가 될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6월 국회에서 다뤄질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중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여부도 재계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거래법개정안은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상호출자제한 집단 소속 대기업이 계열사와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할 경우와 계열사에게 특혜를 제공할 경우, 총수 일가가 회사의 사업 기회를 유용하면 최대 5%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하지만 정작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에서 부당 내부거래가 적발되면 총수가 관여하거나 지시한 것으로 간주해 처벌하는 ‘30%룰’은 위헌소지가 있어 제외됐다. 재계는 ‘재벌 때리기’, ‘반(反)기업 정서’라고 지적하며 반대한 ‘30%룰’이 사라지면서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일부 자유로워졌다.

물류업계는 이를 두고 가장 강력한 규제 내용이 빠져나가버려 과연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실효성이 있을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일감몰아주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인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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