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전선(BNl)이 승리했지만 세부내용 측면에선 이미 많은 것을 잃고 있음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나이스신평은 선거 결과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지만, 여당과 정치권이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된 유권자들의 요구를 어떻게 정책에 반영할 것인지가 중장기적으로 말레이시아 정치·경제 흐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일 치러진 총선에서 여당인 BN은 총 222석 중 133석을 차지하면서89석에 그친 야당연합에 승리했다. 여당의 의석수는 2008년 총선의 140석에 비해 7석 줄어들었지만, 선거운동 막바지에 독립 이후 최초의 정권교체 가능성까지 제기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상 밖의 성공이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여당의 득표율은 47.4%에 불과해 2004년 총선의 63.9%, 2008년 총선의 50.3%에 이어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며, 야당연합(50.9%)보다 낮은 수치로 여당의 지지기반이 계속해서 취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여당인 BN은 말레이계를 대표하는 정당인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와 중국계를 대표하는 정당 말레이시아 중국인 연합(MCA)와 Gerakan, 인도계를 대표하는 정당 말레이시아인도인의회(MIC), 마지막으로 보르네오 북부 2개 주인 사바 및 사라와크의 군소 정당들로 구성된 정당연합이다.
이들 정당들은 상이한 정체성에도 불구하고 “인종간 분열은 곧 말레이시아의 공멸”이라는 대의명분 하에 정당연합을 구성하고 있으며, BN은 그 동안 BN만이 말레이시아 내 인종간 갈등을 조정하면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실제로 집권의 기반으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여당 내 중국계 정당이 사실상 몰락해 2004년 47석에 달했던 이들 정당들의 의석은 7석으로 감소했다. 그 결과 그 동안 말레이시아 인종 화합의 상징이었던 BN이 말레이계와 북부 보르네오 원주민만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나이스신평은 선거결과가 역동성이 약해진 경제와 효율성을 잃어버린 부미푸트라 우대정책으로 인해 말레이계 청년층 유권자와 중국계 유권자가 여당 지지층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여당과 정치권이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된 유권자들의 요구를 어떻게 정책에 반영할 것인지가 중장기적으로 말레이시아 정치·경제 흐름의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여당에 대한 지지도 하락이 중단기적으로 말레이시아 경제 여건을 훼손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말레이시아 경제의 원동력이 효과적인 정치보다 풍부한 외환보유고 수준, 경상수지 흑자 기조, 아직까지는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제조업 부문, 잘 발달된 금융시장과 은행부문에 대한 관리능력 등에서 비롯되는 까닭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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