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15 08:11

'해운' 놓고 국토부·해수부 물밑 신경전 가열

"해운도 물류의 한 범주니까 당연히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 관할이다"(국토부 관료)
"해양수산부 출범으로 해운에 관한 모든 건 우리쪽 업무다"(해수부 관료)

박근혜 정부 출범으로 5년만에 부활한 해수부 업무 영역을 놓고 국토부와 해수부가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운 물류 담당 부처를 놓고 각자 유리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갈등의 단초는 국토부가 지난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대기업의 물류분야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고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서 출발한다.

국토부는 직접 지목하지 않았지만 물류분야 '경제민주화' 대상으로 현대글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현대제철 등 초대형 계열 화주를 등에 업고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는 인식이다.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인 오너 일가가 '불로소득'을 얻고 있다는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국토부는 대형 화주가 계열 물류업체가 아닌 제3자 물류를 이용했을 때 비용의 3%를 법인세에서 면제해주는데 범위를 5%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획재정부나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같이 징벌적 과세에 직간접으로 개입할 수 있는 부처가 아니어서 인센티브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국토부가 물류의 범위를 해운에까지 적용, 경제민주화 실천 부처로 앞서 나가자 해수부 일각에선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장관 임명이 지연돼 대통령 업무보고 시기조차 가늠할 수 없는 틈에 국토부가 '자기 밥그릇(해운)'을 건드린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칫 해운사들이 해수부가 아닌 국토부의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육상 물류뿐 아니라 자동차운반, 철광석, 철강제품 운반선 등을 운영해 해운사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국토부와 해수부 주장에는 저마다 명분이 있다.

국토부 관료는 "물류는 해상과 육상을 별개로 구분해서 생각할 수 없다"며 "현대글로비스도 육상과 해상 물류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측은 "5년전 해수부 시절 해운 업무는 모두 해수부 관할이었다"며 "해운업이 없는 해수부는 존재 가치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해운 물류는 연간 국내 물류시장(약 80조원)의 70%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다. 해운 산업을 거느리는 건 부처파워와 직결되기 때문에 국토부와 해수부간에 신경전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5년만에 부활을 계기로 조선과 해양플랜트를 모두 가져오려던 해수부가 산업통상부(옛 지캅姸┷�)의 강력한 반대에 해양플랜트 부문을 가져오지 못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업계는 어떤 형태로든 교통정리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아직 표면화 되지 않았지만 부처간 갈등의 불똥이 업계에 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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