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14 11:03

KSG에세이/ 항구와 배 “그리고 부두는 언제 잠드는가”

서대남 편집위원
묶인 로프를 풀고 배가 떠날 때까지, 그 뒤안길 산책 - (20)
바다의 물길 수로 안내, 도선(導船/Pilotage) - 20

서대남 편집위원

우리 해운과 항만 근세사에서 선장과 도선사의 역사를 언급할 경우, 유항렬 선장을 빼놓고는 얘기를 할 수 없다는 게 그를 기억하는 시니어들이나 이름을 전해 들은 현직 도선사 또는 후진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유 도선사는 1901년 충남 공주생으로 공주보통학교와 공주농고를 졸업후 1915년 대한해협을 넘어 일본으로 건너가 약관 20세에 일본관립 고등상선학교(동경상선대학 전신)에 입학했다.

군함과 상선 기선 등에서 운항술을 익히는 한편 일본우선(日本郵船/Nippon Yusen Kaisha/NYK)에 파견되어 승선 실습과 정을 마친 후 우등생으로 졸업한 뒤 조선우선주식회사(전 대한해운공사 전신/KSC·한진해운 모체)에 입사했고 1928년 갑종선장 면장을 취득했다.

이어 선장으로 일하던 1937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도선사 면허를 받고 인천항 도선구의 도선사로 취업하게 된다.

그후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에는 우리나라 정부로부터 도선사 면장을 갱신 발급받아 1961년 60세로 정년을 맞아 퇴임할 때까지 25년간 인천항 도선사로 활약한 전설적인 인물이 되어 그를 기리는 기념비가 인천항 갑문 옆에 세워져 바다에 대한 사명감과 공인정신은 영원히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사표로 남아있다.

한편 1930년대의 우리나라 도선구는 강제도선구가 아니고 자유도선구 즉 임의 도선구로 압록강, 대동강, 인천항, 군산항, 목포항, 부산항, 원산항, 나진항 등 8개 도선구가 지정되었었다.

그리고 해운분야 중에서도 도선업은 변호사 및 법무사나 세무사와 비슷하게 자연인적 개념의 개인을 업무추진의 주체로 삼는 일종의 자영업과 같아서 그 역사나 발전사를 돌아보고 회고하는 일은 결국 개개인의 경력이나 족적을 추적하거나 살펴보는 범주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필자가 도선업무와 인연을 갖게된 1960년대 말 매스컴 취재활동부터 시작해서 197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관련 업무상 회동을 하거나 상호 방문 및 각종 행사장 교례 등으로 면식이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주관적 입장에서 추억삼아 자주 거명되던 도선사들을 합하면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항은 진해고등해원양성소 출신(23기) 배순태 (한국해대 명예졸업자) 도선사와 김동균(한국해대 1기) 도선사 그리고 김수금(동 2기) 도선사를 비롯하여, 전술한 대로 이용자측의 도선관련 업무를 맡은 후로는 정희정(동 1기), 이용우(동 3기), 최학영(동 4기), 정연직(동 12기), 노병호(동 13기), 김길성(동 15기), 이경화(동 18기) 도선사 등과는 이해관계를 두고 첨예하게 요율문제 등으로 격론도 벌이고 때로는 화해의 술잔도 나눴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이후 관련업무를 떠나서는 이귀복(한국해대 24기/전 전국회장), 진노석(목포해대 20기/현 인천회장), 최기불(목포해대 25기), 서원일(목포해대 22기), 나종팔(한국해대 28기/현 전국회장), 조태호(한국해대 27기), 김명석 (한국해대 26기) 도선사 등을 들 수 있고 그 이후로는 아는 선장이 없는 것 같다.

부산항의 경우는 황부길(동경상선대학), 최수일(진해고등상선학교 14기), 이세희(한국해대 3기), 김원중(동 3기) 도선사에 이어 중견으로 활동하던 문경헌(동 12기), 양진학(동 10기) 도선사 등과 자주 회동했고 신석흔(동 14기/전국회장), 이윤규(동 15기/전국회장) 도선사가 부산항의 중심에서 활동할 때엔 마침 필자가 부산지부장으로 내려갔던 때라 차창녕(동 17기), 박영철 (동 22기) 도선사 등과 나눈 정의는 당시 갑자기 부산으로 쫓겨나 유배생활(?)을 하던 필자에게 큰 위로가 됐었기에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 밖에도 마산항의 옛 도선사 박민균(한국해대 2기), 박성극(해사 3기) 도선사와는 합포 앞 바다까지 찾아가서 도선현장에서 가끔 벌였던 논쟁이 이젠 추억으로 여울지고 여수항도 현장을 방문해서 만났던 작고한 옛 원로 최용도(한국해대 2기), 황호채(동 3기) 도선사 얼굴이 떠오른다.

현대상선 육상근무시절부터 인연의 고리가 이어진 최근 동항 회장으로 선임된 홍종관(동 27기) 도선사 등의 그간 취재협조에 감사를 드리는 전화라도 올려야 할 것 같다.

그간 필자의 직·간접 체험과 전·현직 도선사들 취재를 통해 커버하지 못한 부분은 ‘한국도선사협회 30년사’와 ‘도선(導船/Pilotage)’지를 참고했음을 밝혀둔다. <계속>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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