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6 11:41

수출입銀, 선박금융에 1조 추가공급

해운·조선사 CEO와 긴급회동

한국수출입은행이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해운·조선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선박·해양플랜트 수출자금으로 1조원을 추가로 공급하는 등 선박금융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김용환 행장은 16일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4개 주요 해운·조선회사 대표(CEO)들과 만나 “수출 주력산업인 해운·조선 산업에 선제적인 금융을 제공해 위기 극복에 적극 앞장설 것”이라면서 “최근 국내 해운·조선사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원래 계획보다 1조원대의 선박금융을 추가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해운사들은 최근 물동량 감소와 저운임, 고유가 등 악화된 시황으로 자금난에 빠진 상황이다. 국내 조선사들도 수주 부진과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에 따른 선수금 비율 감소 등으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헤비테일 방식이란 선주가 공정단계별로 선박대금을 지급할 때 인도시점에 지급액이 집중되는 대금지급 방식을 일컫는다.

이날 김 행장이 밝힌 수은의 조선·해운산업 지원강화 내용은 해운사 앞 유동성 공급확대, 조선사의 수주 지원, 세계 선박금융 주도 등 크게 세 가지다.

수은은 국내 해운사들에 대해 최근 신설한 중고선 구입자금 지원제도를 활용해 중소·중견 해운회사의 선대 확충과 자금난 해소를 지원할 계획이다. 중소·중견 해운사는 용선계약이 체결된 중고선박 구매자금을 이 제도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다.

또 해운서비스를 수출하는 국내 해운사에 운용자금을 지원하는 포괄수출금융 지원제도를 활성화해 해운업의 성장잠재력 강화를 지원키로 했다. 해운사앞 포괄수출금융제도는 국내 해운사가 해외에서 선박운용을 통해 벌어드리는 수입을 수출로 보고, 이 실적을 바탕으로 해운사 앞으로 운용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수은은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해양플랜트 수출자금을 당초 계획보다 1조원을 늘려 지원하고 조선사들의 수주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수금환급보증(R/G) 등 이행성보증료율도 현재 보다 5bp 정도 인하키로 했다.

더불어 최근 조직을 확대 개편한 금융자문부를 통해 국내외 상업은행들이 선박금융 신디케이션(협조융자)에 적극 참여하도록 주선기능을 강화한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선박금융 지원 여력이 축소된 유럽계 상업은행의 공백을 채우는 동시에 수은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중장기 선박금융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기회로 활용할 방침이다.

유럽계은행은 유럽재정위기에 따른 부실규모 증가,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바젤III 등 글로벌 금융규제 강화로 금융지원 여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선박금융 세계 3위이자 독일2위 은행인 코머츠방크(Commerzbank)가 선박금융을 중단했고,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Societe Generale)은 선박금융 자산 10억달러 규모를 미국 시티은행에 매각했다.

김 행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해상물동량 감소로 해운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것이 선박발주 감소로 이어지며 조선산업까지 침체의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선박의 심장인 엔진을 다시 달아 오대양에 힘찬 뱃고동소리가 울려 퍼지게 한다는 심정으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현대중공업 이재성 대표이사는 “최근 대외 환경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수은이 이처럼 조선·해운사의 애로사항을 현장에서 직접 듣고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적극 확대함에 따라 자금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조선·해운사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해운·조선 기업 대표는 한진해운 김영민 대표이사, STX팬오션 서충일 부사장 SK해운 황규호 대표이사, 고려해운 박정석 대표이사, 장금상선 정태순 대표이사, 흥아해운 김태균 대표이사, 천경해운 서성훈 부사장, 범주해운 이상복 대표이사, 현대중공업 이재성 대표이사, 삼성중공업 노인식 대표이사, 대우조선해양 고재호 대표이사, 한진중공업홀딩스 이수신 대표이사, 현대미포조선 최원길 대표이사, STX조선해양 신상호 대표이사 등 14명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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