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년 전부터 흰 눈썹이 생겨 자꾸 거기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아직은 더 팔팔하게 활동해야 되는데 산신령처럼 나이가 많아 보일까 염려가 되니 말이다. 몇 년 전 독일과 폴란드에 사업 차 갔을 때 찍은 사진에 흰 눈썹이 뚜렷이 나타나면서 더욱 신경 쓰게 됐다.
올해 5월에도 독일의 ‘뮌헨 국제물류박람회’에 초청받아 출장 갈 일이 있었는데 또 흰 눈썹이 사진에 찍힐까봐 검은색으로 눈썹 염색을 할지 말지 단골 미장원 미용사와 함께 상의까지 했다. 그런데 미용사가 하는 말이 “그냥 놔두라”는 것이다. 눈썹을 꼭 염색하려거든 흰머리도 함께 염색해서 전체를 검게 염색하든가, 흰머리를 놔두려면 눈썹도 그냥 놔두라는 것이다.
그녀의 지론인 즉 “미용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연스러움”이기 때문에 내 나이에 나 정도 흰머리가 난 것은 별 것 아닌 수준이므로 염색을 하지 않는 것이 좋고, 그렇게 머리칼을 그냥 놔두려면 눈썹도 놔두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보기 좋다고 강력히 주장하더라.
그녀는 덧붙여 “저도 영업하는 사람이니 염색을 하면은 수입도 더 생기고 좋지만 미용사에게는 미용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이 그보다 더 중요”하다며 “특히 어르신은 저희 아버님 같이 생각하는 분이니 잘 생각 해 보시고 출발 5일 전에 다시 한 번 와 달라”고 했다. 그러면 그땐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성공적인 출장을 위해 무료로 머리를 만져주겠다는 것이다.
그날 집에 돌아와 식구들에게 그 말을 전하니 모두들 미용사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결국 ‘흰 눈썹을 솎아내기’ 작업을 하기로 합의 봤다. 집사람의 지휘 하에 둘째딸이 족집게를 집어 들고 흰 눈썹을 닭털 뽑듯 뽑아냈다. 둘째딸 왈 “아빠는 눈썹이 짙어서 흰 눈썹을 그렇게나 많이 뽑았는데도 별로 표가 나지 않네”란다. 작업을 마치고 거울을 보니 내게서 산신령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독일로 출발 5일 전, 나는 미용사의 말대로 미장원에 다시 갔다. 그녀는 우리 가족의 ‘작업’ 내용을 듣더니 참 잘 했다며 더 젊어 보이라고 머리칼을 짧게 커트를 해 줬다. 그리고 그날따라 마지막 손질로 향수를 뿌려주며 “이제 며칠 있으면 어버이 날인데 출장 중이시겠죠? 오늘 이발은 어버이 날 선물로 무료로 드리는 것이니 출장 건강히 다녀오세요!”라고 했다.
생각해 보니 작년에도 5월에 한 이발은 그녀가 어버이 날 선물이라며 무료로 해줬는데, 금년에도 또 선물을 받은 것이다. 이 생각에 나는 이번 출장길에 응원군이 또 하나 늘은 것 같기도 하고, 딸이 하나 더 생긴 것 같기도 해 미장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 나왔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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