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23 10:40

“한일러 카훼리항로 2년…지속적인 선적화물 증가”

내달 韓-자루비노 로로선 뱃길로 재도약 발판
DBS크루즈훼리(주)

<사진왼쪽부터 DBS크루즈훼리의 윤규한 부사장, 권중근 화물팀장, 고범석 과장, 태광호 사원>


●●●2009년 6월 동해안엔 일본과 러시아를 잇는 환동해권 해양 실크로드 시대가 열렸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일본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를 운항하는 DBS크루즈훼리는 동해와 주변지역의 활성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1만4천t급 <이스턴 드림>호를 띄웠다. 하지만 취항 후 극심한 영업난을 겪으며 해양 실크로드의 꿈은 잊혀져가는 듯 했지만 최근 선적물량의 급증으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DBS크루즈훼리는 올 1~5월 동안 1만3377t의 화물을 수송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인 5405t에 비해 150% 이상의 성장을 보였다. TSR(시베리아횡단철도)을 통해 모스크바와 카자흐스탄으로 수출되는 화물이 크게 늘면서 TSR의 시발점인 블라디보스토크향 물량 급증의 요인이 됐다.

DBS크루즈훼리의 윤규한 부사장은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수출화물이 기대 이상으로 늘었다. 초기에 적자를 봤었지만 안정화 되고 있다”며 “내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될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담으로 꾸준한 기자재의 수요와 공격적인 영업전략이 물량증가를 이끌었다”며 물동량 급성장 배경에 대해 말했다.

처음 3국을 잇는 항로가 개설될 때 초기 몇 년 간은 관광객과 화물 수요 부족으로 적자경영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돼 동해시와 일본 돗토리현에서 항로의 활성화를 위해 연간 각각 25억원, 17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윤 부사장은 “아직까지는 수출 물량이 90%, 수입 물량이 10% 수준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주변에서도 항로 안정성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지만 점차 개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입 화물의 경우 수산물이 대부분이다. 러시아 극동지역은 제조산업이 발달해 있지 않은 까닭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주변의 슬라비앙카항에서 많이 잡히는 가리비가 DBS크루즈를 타고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있다.

DBS크루즈는 수출 노선에서 일반 컨테이너 화물 뿐 아니라 굴삭기, 중고차, 중장비 등도 다량 수송하고 있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가 러시아로 수출하는 굴삭기나 서울 및 인천 등지의 중고자동차는 매 항차에 80~100대 정도를 선적하고 있으며 실적 개선에 효자품목이 되고 있다. 올해 들어선 중앙아시아와 극동 러시아향 건설중장비와 중고차 비중이 전체 수출화물의 70%를 차지할 만큼 크게 늘었다.

윤 부사장은 “첫 출항 때보다 화물수송은 500% 증가했으며 동해항이 3국간 무역에선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안정화 된다면 장기적으로 운항될 항로”라고 말했다. 윤 부사장은 DBS크루즈가 태풍 등 자연재해를 제외하고 지금껏 휴항한 적이 한번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4월 일본열도를 강타한 지진에도 화주와의 약속을 위해 화물이 없어도 운항을 감행했다. 때문에 신생업체임에도 화주들로부터 정기운항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그 결과 부산항을 이용하던 러시아 수출화주들이 동해로 옮겨오고 있다.

>>> 결항없는 운항, 화주 신임 얻어

DBS크루즈훼리는 화주에 대한 서비스를 극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물DECK에 투자를 해 위험물 수송 적합증서를 취득했다. 지난해엔 보세창고를 마련해 화주 편의성을 높였다. 화물이 많건 적건 화주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운항하는 선사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윤 부사장의 경영전략에서 비롯된 성과다.

최근에는 여객예약도 크게 늘고 있다. 동해와 일본을 오가는 관광객들이 매 항차 300명 이상 DBS크루즈를 이용하고 있다고 윤 부사장은 귀띔했다. 한중항로엔 ‘보따리상’이라 불리는 소무역상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한일러 항로 여객은 관광객들이 대부분인 것. 회사 이름에 크루즈라는 말이 붙인 것도 일반 카훼리선사가 아닌 관광객을 위한 카훼리선사란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선내 매출도 높은데다 선박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한중 카훼리선사에서 방문하기도 하는 등 이제 DBS크루즈는 안정화단계에 들어섰다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윤 부사장은 “3개국을 운항하는 유일한 항로라는 장점이 크다. 실제로 매스컴에 탈 만큼 많이 보도가 되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미스코리아선발대회를 선상에서 개최할 정도로 선박이 잘 구비돼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BS크루즈는 여세를 몰아 러시아 자루비노항 서비스에도 나선다. 다음달부터 우리나라와 자루비노를 연결하는 로로(RO-RO) 화물선 서비스가 그것이다. 벌크 컨테이너 중장비 등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1만t급 규모의 로로선을 투입해 부산-동해-속초-자루비노를 정기 운항할 예정이다. 현재 항로 신설 준비는 막바지 상태다. DBS크루즈훼리는 자루비노항에 화물선이 투입되면 동해항의 경쟁력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향 화물이 늘어나는데 블라디보스토크항의 경우 하역공간이 좁아 다른 항만 추가기항을 고민하던 중 자루비노항의 러브콜을 받고 항로 신설을 흔쾌히 수락했다.

자루비노항 취항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속초시와 일본 니가타, 중국 훈춘, 러시아 자루비노항을 연결하던 ‘동북아 신항로’가 항로개설 1년10개월 만에 폐지됐기 때문이다. 윤 부사장은 “자루비노항의 하역환경이 열악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다양한 항로를 구성해 늘어나는 러시아향 화물을 수송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물동량 유치에 대한 걱정은 없다는 뜻이다.

화주들로부터 자루비노항을 기항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것도 항로 신설 결정에 힘이 됐다. 현대자동차 러시아 공장으로 납품되는 자동차부품이나 완성차, LG전자의 가전제품 등 대기업 화물을 이미 확보된 상태다. 우즈베키스탄 GM 생산공장 라인교체에 쓰여질 설비부품도 신규항로의 취항만을 기다리고 있다.

DBS크루즈훼리는 내년 봄 일본 사카이미나토 인근의 쓰루가항도 추가 기항할 계획이다. 오사카와 나고야에 밀집해 있는 공업단지 화물을 사카이미나토항까지 내륙으로 운송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쓰루가항을 이용하게 되면 육로수송에 1시간밖에 걸리지 않아 수송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윤 부사장은 설명했다. 쓰루가항에 여객터미널 시설이 갖춰지는대로 서비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13일 DBS크루즈훼리는 쓰루가항까지 시험운항을 마쳤다.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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