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6 09:52
여수 화학운반선 침몰… 또 해양 오염사태 올까 긴장
선원 14명 실종, 1명 구조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의 기름 유출사고에 이어 25일 새벽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질산 2000t을 적재한 화학약품 운반선 이스턴 브라이트호가 침몰, 대규모 해양오염 가능성 여부에 비상이 걸렸다.
사고 선박에 실려 있던 질산액은 대만에 수출돼 금속을 녹이거나 화학물질을 추출하는데 쓰이는 공업용이다.
이스턴 브라이트호를 수색하고 있는 여수해경은 화학약품에 의한 해양오염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은 질산이 소량으로 흘러나오면 희석되거나 휘발되는데다 사고선박에는 화학약품 운반선에 설치돼 있는 적재물 누출 안전장치가 있을 것으로 보여 해양오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선박회사측도 침몰선박이 이중선체구조로 돼있고 스텐레스 탱크여서 질산 유출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질산은 물에 잘녹아 누출량이 적을 경우 피해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침몰과정에서 수직으로 압력을 받을 경우 저장탱크가 수압을 견디지 못해 파손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태라는 지적이다.
해경은 2,000t의 질산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경우 해양 동식물의 집단폐사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오염 여부를 확인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사고원인은 해상의 일기가 좋지 않았음에도 무리하게 운행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고전날인 24일 기상청은, 25일 제주 남쪽 먼바다에 풍랑주의보를 내리고 파도가 4m까지 매우 높게 일겠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의 풍랑주의보를 무시한 무리한 항해가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사고선박이 광양항을 출발할 때는 날씨가 양호했지만 사고해역에 접근하면서 날씨가 돌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선박은 부산 NHL개발㈜ 소속 화학약품 운반선으로 2000t의 질산을 싣고 전날 밤 11시30분께 전남 광양항에서 출발, 대만으로 향하던 중이었으며, 배안에는 선장 정춘영씨(41) 등 한국 선원 12명과 미얀마 선원 3명 등 모두 15명이 타고 있었다.
실종된 선원 15명중 유일하게 구조된 미얀마인 선원 묘테이(29)는 해경 조사에서 "선실에서 잠을 자던 중 선체가 40도 정도 기울어 잠결에 급히 구명의를 입고 뛰쳐나왔다"며 "갑판 위에서 상당수 선원이 구명의를 입지 않고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배가 왼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상태에서 직각으로 세워져 물속으로 잠겼다"고 말했다.
현재 사고해역에는 배의 연료용 기름으로 추정되는 폭 20m, 길이 270m의 기름띠가 발견돼 당국이 기름제거작업을 벌였다.
해경과 해군은 사고 해역을 13개 구역으로 나눠 정밀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3~4m의 높은 파도 등으로 수색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실종된 선원 대부분이 구명복을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데다 밤이 되면서 수온마저 급격히 떨어져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 <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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