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31 10:13

신뢰와 수용 조직문화 정착

선박안전기술공단 김성규 이사장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각종 분야의 기술 발달로 상상을 초월하는 빠른 속도로 조직의 경영환경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따라 조직의 경영개념도 과거의 노동집약적 대량생산에 의한 수익창출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한 신규고객의 창출 및 기존고객의 유지에 초점이 맞추어 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서 변화된 신질서에 적응하고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업무 수행에 따른 지시나 통제를 획일적으로 상위 계층에게서 전달받는 상명하복식의 경직된 관료제 조직으로는 고객의 다양한 개성과 욕구 파악 및 적시 제공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업무량 증가로 기존의 부과제식 거대조직으로는 더 이상의 업무진행이 곤란함에 따라 합리적이고 혁신적인 제도의 도입은 이미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제도의 핵심은 기존의 연공서열식 조직을 일 중심, 역할 중심으로 조직을 전환하는 것으로써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이제는 학벌이나 계급·신분이 아니라 능력과 성과에 의해 철저히 평가되고 보상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분야가 스포츠분야라고 생각한다. 축구나 야구와 같이 단체스포츠이든 골프나 마라톤과 같은 개인스포츠이든 관계없이 승패와 기록단축은 철저한 개인기량에 기반을 둔 팀웍과 전략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스포츠게임에 근거하여 등장한 것이 1990년대 후반부터 기업을 중심으로 도입되어 지금은 정부를 비롯한 모든 공공부문에 이르기까지 시행하고 있는 팀제이며, 이러한 팀제도입은 과거의 연공서열중심의 부과제를 벗어나 팀간 선의의 경쟁을 통한 조직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팀제도입으로 현재 우리나라에는 팀장이 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팀제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직급별 수직적 조직체계를 수평적 조직체계로의 전환에 따른 기득권층의 반발 등 장애들을 극복해야 하고, 상위직에 의한 연공서열식의 평가체계를 능력과 성과위주의 평가체계로 전환함에 있어 전조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구체적인 제도마련과 동시에 이를 통한 공정한 승진 및 보상제도를 확립해야 하는 등 수많은 난관들을 헤쳐나가야 하는 데 특히, 공공부문에 있어 이러한 성공적인 팀제 정착이 만만치 않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공단이 팀제를 도입한 지 3년반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다른 공공기관의 벤치마킹 대상이상이 될 수 있었던 그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나름대로 터득한 바에 의하면 팀제의 성공비결은 기존의 연공서열식 조직문화를 능력과 성과중심의 조직문화로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CEO를 비롯한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와 지속적인 관심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상 잦은 외세의 침범으로 얼룩진 역사로 인하여 우리나라 국민성이 서구국민에 비하여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하는 데,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조직원에 대한 신뢰이다. 사람의 두뇌는 평생동안 빙산의 일각에 해당하는 정도밖에 사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조직원마다 각자의 적성에 따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역할이나 영역이 존재한다. 이를 꺼집어 내는 것은 신뢰이다. 자기를 인정해 주고 믿어 주는 사람에게 따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주위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던 바보온달이나 에디슨과 같은 훌륭한 장수나 발명가가 있기까지 이들의 곁에는 자기를 신뢰해 주는 부인이나 어머니가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끝으로, 전조직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공정한 룰을 만드는 것이다. 조직내에는 다양한 업무와 이를 분담하는 많은 팀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팀장이나 팀원들은 조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고유업무에만 치중하고 일하는 방식이나 절차의 개선 등을 통한 새로운 성과창출에는 오랜 타성에 젖어 도외시 하고자 하는 경향이 짙다. 조직의 발전을 위한 성장동력은 이러한 성과창출을 통해 확충된다는 사실에 입각하여 조직원들이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성과평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비록 지금까지 얘기한 일개 조직의 변화가 전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이러한 변화들이 모여 우리가 속한 분야에서, 나아가 우리사회 모든 조직이 계급이나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과 성과중심의 조직문화를 확산시켜 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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