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01-14 10:57

[ 새해 새소망 - 이응석氏 고려상사 관리과 ]

“올핸 꼭 찾아야지 나의 파랑새를…”

이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97년이 저물었다. 지난 97년은 정말 우리 모두
에게 힘들었던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늦가을을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의
열기에 온 국민이 집단 최면에 걸린 듯이 일상의 틀속에서의 해방감에 취해
있다가 얻어 맞은 아이엠에프의 카운터 블로우에 그동안 누적되어 왔던 피
로에 지칠대로 지쳐버린 한국의 경제라는 사생아는 한순간에 길바닥에 내동
댕이 쳐져 버렸다. 자기 살기 바빠진 기업들과 이미 회생력을 상실한 정부
는 이제 와서 하루하루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피와 땀을 바치는 한국의 아
버지를 무서운 바람이 부는 세상이라는 괴물에게 재물로 바치기 시작했으며
한국의 굴절된 교육환경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 얻은 젊음들의
대학 졸업장을 아무런 가치가 없는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거센 바람이 부는 겨울일지라도 반드시 봄은 오며 눈보라가
치던 새벽이 지나면 더욱 상쾌한 아침이 오듯이 지금의 이러한 암울한 시련
도 반드시 저멀리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이다. 비록 우리의 뼈를 까는 아픔이
선행되어야 하는 힘든 선택이지만…
어쨋든 지난 한해가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정말 나의 인생
에서 의미있는 한해였다. 힘겨웠던 취업전선에서 그나마 살아남아 다니게
된 지금의 직장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많은 실패와 좌절과 불면의 밤들을 지
새웠다. 이제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속에서 한껏 변해버린 나의 모습을 느
낄 수 있다. 시간에 쫓기며 일에 치이면서 나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것
같은 고독의 시간들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잃어 버린 것 같았던
많은 날 들. 일상의 무게에 눌려 외면해 버렸던 나와의 인연속의 사람들에
대해 너무 안일한 자세로 지내온 시간들이 많아 아쉽다.
업무상 나는 외근을 자주 나간다. 그래서 항상 운전을 하게 된다. 나는 운
전 중 수시로 백미러를 살핀다. 뒤로 가기 위해 우리는 백미러를 보는 것이
아니다. 보다 원활한 전진을 위하여 뒤를 살피는 것이다. 이렇듯 새해를
맞이하면서 묵은 해를 반추하는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하지 않
나 싶다. 보다 희망차고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서는…
이제 새롭게 밝아온 무인년 새해를 이미 엉클어져 버린 지난해를 정리하는
새로운 시작의 기쁨으로 우리는 맞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의 계
획 하나를 밝혀야 겠다. 오래전부터 나는 영원하고 무조건적인 남녀간의 사
랑은 없다라는 생각을 가져 왔다. 그 때문에 지금도 혼자인지 모르지만…
내년에는 이런 나의 생각에 금이 가게 만들어 줄 지혜로운 나의 파랑새를
찾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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