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 WTO 가입, 오히려 대미수출 피해불렀다”

美, 베트남産 의류에 반덤핑 강화키로


베트남 현지생산으로 미국에 의류를 수출하던 한국 제조기업들이 지난달 11일 베트남의 WTO 가입으로 수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베트남의 WTO가입으로 섬유쿼터가 해제될 경우 수입이 크게 확대될 것을 우려해 베트남산 의류에 대해 반덤핑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 상무부는 의회에서 PNTR법안(항구적 정상무역관계)으로 불리는 베트남의 WTO 가입 승인법안 표결과정에서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같은 반덤핑규제 강화안을 의원들에게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무부는 현재 세부 시행지침을 마련중에 있으며, 2차례에 걸쳐 의견수렴 작업을 벌였고, 오는 7월1일부터 시행할 전망이다.

주요 골자는 베트남산 의류에 대해 수입모니터링을 실시해 미국 생산자의 제소절차 없이도 상무부가 직권으로 반덤핑 조사를 개시(self-initiation of antidumping investigation)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쿼터를 받아 미국에 수출해오던 베트남 진출 의류업체들은 베트남의 WTO 가입을 수출확대의 호기로 생각했으나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국내 섬유 및 의류업체는 의류 완제품, 부자재 업체 등을 포함해 총 300여 곳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중 30~40여개사가 현지 생산한 의류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들의 연간 대미수출실적은 15억달러에 달한다.

현지진출 업체들은 보통 1곳당 20~60개 라인에 종업원도 4~5천명에 이르며 월마트, 갭, 나이키, 리앤풍 등을 주요 바이어로 두고 있다.

미국정부의 반덤핑 강화 조치로 반덤핑을 우려한 미국측 바이어가 생산시설을 인근국으로 옮길 것을 요청하는가 하면, 수입조건에 상무부의 반덤핑조사에 대비해 베트남 현지공장이 각종 재무자료를 철저히 갖출 것을 요구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국내업체의 경우 덤핑마진 시산작업(simulation) 등 추가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이번 베트남의 WTO 가입을 계기로 섬유쿼터가 철폐됨에 따라 많은 업체들이 신규투자를 계획중이었으나, 이번 조치로 생산라인 확대를 잠정 보류하거나 추세를 관망중이다.

미국 상무부의 수입모니터링 적용을 받게 될 세부 품목(HS Code)은 물론 베트남과 같은 비시장경제국의 덤핑마진 산정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가격비교대상국(surrogate country)도 확정되지 않아 대응책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역협회는 이같은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협회는 먼저 ‘반덤핑 강화제도의 부당성(WTO협정 위반 가능성)과 미국 산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의견서를 작년 12월27일과 올해 1월31일 두 차례 미 상무부에 제출했다.

또 국내 의류업체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15일 1차 대응설명회를 가진데 이어 내일 14일 무역센터 51층에서 의류업체 임직원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워싱턴 소재 ‘빈슨앤엘킨스(Vinson & Elkins)’ 법률회사의 전문변호사를 초청, 2차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