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13 18:11

남북 해운합의 어떻게 운용되나

가장 강력한 제재는 `퇴거'..한계 지적


정부가 13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과 관련해 한반도 주변 수역의 활동 준거로 남북해운합의서를 제시함에 따라 해운합의의 운용 실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해운합의서는 2001년 북한 상선 4척이 제주해협을 무단 통과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2002년 10월부터 남북 간 협의를 거쳐 2004년 5월 채택, 작년 8월1일부터 발효됐다.

2004년 12월 국회에서 비준 동의를 받은 만큼 국내법적 효력을 갖는다.

작년 8월 발효 직후 제주해협을 지나는 항로가 추가됐고 남북 해사당국을 잇는 통신망도 개통됐다.

핵심 내용을 보면 효력이 미치는 선박은 남북의 해상운송회사가 소유하거나 임차해 쓰는 상선에 적용된다. 이 때문에 어선이나 군사 및 정부 선박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항로는 크게 남-북, 북-북, 북-남-제3국 등으로 나눠지기 때문에 북한에서 제3국으로 직행하는 선박은 해운합의서가 정한 항로를 이용할 수 없다. 제3국 직행 선박은 해운합의서가 정한 항로대에서 멀리 떨어진 공해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해운합의서를 한반도 수역의 활동 기준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국내법적 지위를 갖는 측면도 있지만 합의서 내용상 의심스러운 선박에 대한 정선, 승선, 검색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대측 해역을 지날 때 금지한 행위는 ▲군사활동 ▲무기 및 무기부품 수송 ▲정보수집 및 선전선동 ▲어로 ▲조사, 촬영, 측량 ▲평화.공공질서.안전보장 침해 행위 등 모두 10가지.

이런 10대 행위를 했다면 주의환기, 시정조치, 관할해역 밖 퇴거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

퇴거가 사실상 가장 강력한 제재이기 때문에 나포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진 PSI보다 조치의 수준이 낮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여기에 해운합의서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합의서에 따라 항해하는 선박은 부속합의서에 포함된 항로대에 따라 이동한다. 항로대는 비교적 먼 바다에 그어진 외곽항로대와, 이 항로대와 항구를 잇는 입출항 항로대로 나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주로 사용하는 외곽항로대의 대부분이 공해라는 것이다. 외곽항로대 중에는 제주해협을 지나는 197해리 구간만 우리 영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그렇다면 실제 현장에서는 어떻게 운용되고 있을까.

일방이 출항 3일 전에 선박 이름과 운항 목적 및 일시, 적재화물 목록, 선원 명부 등을 적은 선박운항허가신청을 내면 상대방은 내부 협의를 거쳐 출항 하루 전까지 허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연락은 정부중앙청사 통일부 남북교역팀과 북측 육해운성을 연결한 직통전화와 팩스로 한다. 매일 통화 점검을 하며 운항계획이 있을 때는 운항신청 및 허가서를 팩스로 주고받는 것이다.

작년 8월 이후 지난 10월까지 우리측은 북측에 372건을 신청해 모두 운항허가를 받았고 북측은 우리측에 163건을 신청해 157건이 허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측이 6건을 불허한 것은 적용대상 선박이 아닌 경우와 우리측 해역에서 군사훈련이 있었던 경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편도 기준으로 우리측 선박은 북한 해역을 5천358회 운항했고 북측 선박의 우리측 해역 운항은 146회였다.

우리측 운항 횟수가 허가 건수에 비해 크게 많은 것은 정기 노선이 많기 때문이다.

북측 선박이 우리측 해역을 지나간 146회 가운데 남북 운항은 35회, 북한 동서 항구를 잇는 북북 항로 운항은 111회였다.

이 가운데 제주해협을 지나간 횟수는 138차례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검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평상시에 하는 통신검색과 상대측 선박이 금지행위를 했거나 통신검색에 불응할 때 하는 정선 및 승선검색이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통신검색은 작년 8월부터 지난 달 28일까지 1천265회로, 1척당 평균 9차례 가량 실시됐다.

북한 선박은 제주해협 항로대에서 통신검색에 20차례 불응했으나 재호출했을 때 모두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북측 선박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오면 우선 해군 함정이 북한 선박과 교신한 뒤 관련 상황을 해경에 전파하며 그 후 우리측 항로대나 영해를 지날 때는 해군과 해경의 연계 감시와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등을 이용한 원격감시도 이뤄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승선검색은 물론 정선이 이뤄진 사례는 없다.

북측 선박으로부터 금지행위 혐의를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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