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2 19:27
이스라엘 해운갑부, 한진해운 적대적 M&A 시도하나
노르웨이계 제버란트레이딩이 매각한 한진해운[000700] 주식을 이스라엘 해운갑부인 새미 오퍼(84) 쪽에서 취득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지분 매입 배경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새미 오퍼측의 최근 공격적인 행보를 고려할 때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새미 오퍼, 한진해운 지분 12% 확보 = 이스라엘의 억만장자인 새미 오퍼(84)가 보유한 투자회사인 사마마그룹측은 지난 4일 장 마감 이후 시간 외 대량매매를 통해 제버란트레이딩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 주식 624만여주(8.7%)를 1천545억원에 사들였다고 12일 밝혔다.
모나코 국적의 사마마그룹은 기존에도 한진해운 지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5% 미만 보유자로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주주이며 이번 추가 매입을 통해 12%대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이스라엘 태생인 새미 오퍼는 해외투자를 담당하는 지주회사 사마마그룹과 이스라엘내 투자를 담당하는 이스라엘 콥(Israel Corp)을 중심으로 수십개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이스라엘 최대 컨테이너 해운사인 짐라인(Zimline)의 최대주주이며 세계적인 크루즈 회사 로얄카리빈(Royal Caribbean) 주식 10억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사마마그룹 관계자는 “지배권을 행사하는 국내외 수십개 기업말고도 세계 곳곳에서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번 한진해운 지분 매입은 단순투자 목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포브스가 추정한 그와 그의 가족들의 자산규모는 부동산 자산까지 포함해 30억달러다.
◆한진해운, 적대적 M&A 부각 = 이번 지분거래는 한진해운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부각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증권가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달 13일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한국공항이 한진해운 지분 0.34%를 매입키로 결의함에 따라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장남이자 대한항공을 물려 받은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에 눈독을 들인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셋째인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 쪽이 보유한 지분은 자사주를 포함해 17.3% 수준이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계열은 11.1%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새미 오퍼가 누구의 편에 서기보다는 독자적으로 경영권 인수를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류재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 해운업계에선 업체간 M&A가 활발하다는 점에서 새미 오퍼가 보유한 짐라인이 한진해운의 경쟁 선사라는 점은 지속적인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 애널리스트는 “KT&G의 지분을 인수한 칼 아이칸의 사례를 고려할 때 새미 오퍼측도 단일 최대주주로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요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새미 오퍼 쪽은 최근 짐라인을 인수한 이후 공격적으로 외형을 키우고 있다”며 “적대적 M&A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미 오퍼측에서 자금력을 앞세워 적대적 M&A에 나설 경우 조양호 회장과 조수호 회장이 서로 협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와관련, 한진해운 관계자는 “새미오퍼측이 전체 지분의 12%대를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조양호 회장 쪽 지분을 포함한 우호 지분이 30% 수준이기 때문에 경영권에 위협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이날 오전 10시35분 현재 전일대비 4.53% 오른 2만4천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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