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2-14 15:59
P&O주주 99.5% 찬성으로 매각 승인
영국 항만운영사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그 소유권을 넘기는데 찬성했다.
P&O(Peninsular & Oriental Steam Navigation) 주주들은 13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주주총회에서 두바이포트(DP)월드가 제시한 주당 520펜스, 총 39억파운드(68억달러)의 인수제안서를 99.52%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이날 주총에서 DP월드가 인수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득표수인 75%(3/4)를 훌쩍 넘어선 수치.
이날 일부 주주들은 "오랜 역사를 가진 영국회사를 외국자본에 넘길수는 없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존 파커(John Parker) P&O 회장은 "모든 영국회사를 비롯해 P&O는 보호무역주의의 광대가 될 순 없다"며 "우리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하는 회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P&O주주들의 매각 찬성으로 DP월드는 HPH, PSA에 이어 세계 3위 항만운영사로 도약하게 됐다.
DP월드는 전 세계적으로 29개의 컨테이너 터미널과 물류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4위 항만운영사인 P&O 인수로 세계 30개 나라에 51개의 컨테이너 터미널을 보유하게 됐다.
◆PSA와의 인수전 승리= DP월드는 지난해 11월 29일 주당 443펜스, 총 33억파운드(59억달러)의 최초입찰가로 P&O에 인수를 제의했고 P&O이사회가 이를 지지하면서 인수가 순조로이 이뤄지는 듯 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항만운영사인 PSA인터내셔널이 지난해 12월 P&O지분을 4% 매입하면서 P&O 인수전에 참여할 뜻을 비친 이후 올 1월 26일 주당 470펜스, 총 35억파운드(62억달러)로 본격적인 인수제안서를 써내고 P&O이사회가 이를 추천하면서 P&O인수를 둘러싼 양사간 경쟁이 촉발됐다.
그러나 12시간도 안돼 DP월드가 금액을 훌쩍 올린 현재 입찰가를 제시한 후 P&O이사회가 입장을 뒤집고 DP월드 제안을 지지하면서 PSA의 카운터오퍼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 10일 PSA가 재입찰을 포기한다고 공식발표하면서 DP월드는 양사간 인수전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PSA인터내셔널은 이날 "두바이포트(DP)월드가 주당 520펜스로 입찰가를 상향수정한 이후 PSA는 입찰가를 올리지 않기로 정했다"며 "따라서 인수합병과 관련한 인수제안서를 P&O 주주측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발표해 백기를 들고 말았다.
PSA는 "주당 470펜스가 최적의 공정한 인수가임을 믿는다"며 "그 이상을 지불하는 것은 사업성과 PSA의 장래 성공등 두측면에서 봤을 때 양립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세계 최대항만사 도약의 꿈을 접은 배경을 설명했다.
이로써 작년 세계최대컨테이너항만의 자리에 오른 싱가포르항의 기세를 등에 업고 P&O 인수에 도전했던 PSA는 보름만에 다시한번 오일달러의 큰 벽을 실감하며 무릎을 꿇고 말았다. PSA는 이번 패배로 지난 2004년 CSX월드터미널사 인수패배 이후 두바이포트와의 인수전 경합에서 2패를 기록하게 됐다.
결국 13일 주주투표는 DP월드에겐 P&O를 인수하는데 마지막 장애물이었다.
규제당국 승인과 관련해선 DP월드는 "P&O 인수와 관련해 이미 미국등 세계 여러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169년 전통 P&O 영국품 떠나= P&O는 대영제국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837년에 설립해 호주 시드니와 인도 캘커타, 싱가포르, 홍콩등 여러 영국식민지로부터 화물운송을 시작하면서 성장했다. 지난 1997년엔 네덜란드 컨테이너선사인 로얄네들로이드와 합병하면서 세계 3위의 컨테이너선사로 도약, 해운.항만 양쪽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컨테이너사업부의 수익성 저하와 항만사업 강화를 이유로 작년 5월 덴마크의 세계 최대 해운그룹인 AP묄러-머스크에 컨테이너사업부인 P&O네들로이드를 매각하면서 사업부문은 항만업과 카훼리, 냉동물류 부문만 남게 됐다.
이어 같은해 11월 2일 P&O는 냉동물류부문인 P&O콜드로지스틱스를 캐나다 버사콜드 홀딩스사에 매각하기로 합의한 이후 전부터 인수가능성이 제기돼 온 DP월드에 항만 및 카훼리사업마저 매각하는데 P&O 이사회가 합의하면서 169년 전통의 영국 해운항만회사인 P&O는 영국의 품을 떠날 채비를 하게 됐다.
◆"P&O해체 없다" 확인= DP월드는 일각에서 제기해온 카훼리사업부문 매각에 따른 P&O 해체는 없을 것이며 오히려 최근 몇년간 고전해온 카훼리 사업을 올해안에 높은 수익성을 가진 사업으로 다시 회복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DP월드 술탄 아메드 빈 술레이엠 회장은 P&O인수로 DP월드는 아시아시장에서 성장발판을 마련했으며, P&O의 그 어떤 자산도 되팔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거래는 우리에게 성장의 기회를 줄 것이다. P&O 인수로 우리는 유럽에서도 항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 결과적으로 극동아시아에서 더 많은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며 "우리는 결코 자산의 일부를 팔 의도가 없다. 우리는 전체 회사를 산 것이다"고 말했다.
입찰가 상향에 대해 빈 술레이엠 회장은 "DP월드가 자금력이 풍부한 점도 있었다. 그러나 인수를 빨리 매듭짓기 위해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증시에서 P&O 주가는 처음 회사 매각설이 불거진 작년 10월 이후 기존 가격보다 70%가 뛰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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