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01-10 15:16

[ 양복도 이젠 제폼을 찾아가는데… ]

-우진항공화물(주) 한병오

한해의 계획을 세우는 설레임보다 아쉬움이 앞서는 것은 연초에 세웠던 계
획을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물론 모두가 이런 생각을 하진 않겠지.
지난 한해는 나에겐 졸업과 함께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의미있는 한해였
다.
늘 사회로부터 특권을 누려온 학생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이제는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내가 택한 한 회사의 직원으로서 내 몫을 해야 된다는
중압감과 설레임들을 가지고 96년을 맞이했었다. 낯선 사람들과의 분위기
속에서 어느덧 일년이 지나가 버리고, 그렇게 안어울려 보이던 양복도 이
제는 제폼을 찾아가는것 같은데 왠지 이렇게 내가 어느 곳에 길들여지는
감정이 석연치 않은 것은 아무래도 최선을 다하는 생활을 하지 않았기 때
문일 것이다. 나만의 모습을 가지고 싶었고 나만의 패기를 가지고 이 사회
에 부딪치고 싶었는데 처음의 열정과 설레임을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다.
내가 뜻한대로 살아간다는 것, 너무 힘이 들고 어쩌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조들이 남긴 그 많은 격언들과 조언들은 몇몇 사람들
의 특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지 않은 모습보다 뭔가를 이루려
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 사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한다. 문득 이런말이 떠오른다.‘한번 실수는 兵家之常事다’
올 한해는 나에겐 한번의 실수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회를 반성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기회로 더 멀리 가기위한
도약대로 만드는 현명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먼저 나태해졌던 마음가짐을
새로 바로잡아야 겠다. 빨리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는 말도 있지 않
은가. 중도에 그쳤던 영어회화도 다시 시작해야 겠다.
기회는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른다. 항상 기회를 잡을 준비를 하는 생활, 왠
지 생동감과 설레임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나만의 것을 갖고 싶다. 그것이 종교일 수도 있고 나만의 독특
한 기술일 수도 있겠다. 바로 이런 것들이 삶을 좀더 풍요롭게 만들기 때
문이다. 이렇게 새해를 계획하는 것을 보니 정말 ‘1996년은 과거지사가
되었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 매년 똑같은 계획을 세운다 하더라도 올
해는 그 계획을 위해 노력하고 실망하더라도 다시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진짜로 멋진 젊은이가 되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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