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2-26 10:28

부산항 화물입출항료 부가세 논란 장기화 조짐

부산항만공사, 화물입출항료 고지 아예 못해…정부에 관련법 개정 통한 부가세 면제 요구
선사측, ‘代納절대 못한다’ 강하게 반발…정부, ‘BPA에 부가세 부과는 당연’


PSA(싱가포르항만공사), HPH(허치슨포트홀딩스) 같은 세계적인 민간항만운영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며 출발한 부산항만공사(BPA)가 출범한지 한달여가 흘렀다.
모든 해운물류관계자들의 희망과 바람을 한껏 안고 출발 총성을 울린 BPA는 그간 부산지방해양수산청과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에서 맡아오던 부산항 운영에 관한 대부분의 업무를 넘겨받고 민간항만운영업자로서 부산항 관련 정책들에서 신선한 방안들을 내놓으며 항만운영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BPA는 출범 이후 부산해양청, 부산시 등과 정례적인 협의회를 갖는 등 부산항 발전을 위한 여러 방법들을 모색하면서 과거 항만운영 및 건설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틀을 짜는 작업에 착수했다.
BPA는 우선 과거 컨테이너 전용부두의 크레인 등 각종 하역장비를 항만공사가 구매해서 빌려준 뒤 이를 임대료에 반영시키는 방식은 운영사들이 물량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 앞으로는 운영사들이 필요한 장비를 직접 조달하도록 할 방침이다.

BPA, 부산항 운영 새로 짠다

BPA는 또 현재 운영중인 하역장비 중 항만공사 소유로 돼 있는 것들은 부두운영사들에게 모두 매각할 방침이다.
하역장비 매각으로 생긴 돈은 부산신항 개발 등 다른 곳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현재 부산항 컨테이너 전용부두의 임대기간이 10~30년으로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아 운영사들이 하역장비 등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요인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30~5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과거에는 컨테이너 전용부두를 개발하면서 모든 부두의 상부시설에 대해 크레인 궤도 폭 등을 똑같이 설계, 시공했으나 앞으로 항만공사가 개발한 부산신항 남측부두의 일부 선석부터 부두운영사가 필요에 맞게 직접 설계와 공사를 하도록 해 장비 대형화를 유도하는 한편 사후 시설개선 공사에 따르는 불필요한 비용낭비를 없앤다는 방침이다. 환적화물 유치를 위해 시행중인 볼륨인센티브 제도도 전년에 비해 일정비율 이상 처리실적이 증가한 선사에 대해 항만이용료를 깎아주고 있어 대량의 환적화물을 처리하는 대형선사에겐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으로 판단, 이에 대한 개선책도 모색중이다.
BPA는 지난달 23일부터는 부산항의 부두별로 전담직원을 지정해 원스톱 지원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부산 북항의 9개와 감천항의 4개부두, 다대포항의 1개 부두 등 14개 부두별로 2명씩의 전담 직원을 지정해 해당 부두를 이용하는 선사 및 부두운영사의 전반적인 업무에 대해 현장방문 등을 통해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부두운영사와 선사들은 각종 문제나 애로가 있을 때 관련되는 부서나 직원을 일일이 찾지 않고 전담직원들과 상담하면 일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돼 선사 등 부두 이용자들의 편의가 제고되고 결국 부산항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BPA는 또 오는 3월부터 발주하는 항만관련 공사와 각종 물품구매 및 용역에 대해 전자입찰제를 도입한다. 이를 위해 항만공사는 전자입찰제도 시행에 필요한 행정기관코드 취득(행자부), 수요기관 등록(조달청), 인증서 취득(한국증권전산원), 전자입찰 가입(조달청)을 마무리했다. BPA는 우선 입찰참가자격심사(PQ)가 필요한 공사를 제외한 일반공사와 용역, 물품의 제조ㆍ구매 계약에 대해 전자입찰을 실시한 뒤 향후 모든 공사로 확대할 방침이다.
BPA는 또 지난달 9일부터 부산항을 이용하는 선박과 화물에 관련된 각종 민원을 PDA(개인휴대 단말기)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처리할 수 있게 했다. 부산해양수산청과 부산항만공사는 무선망을 이용해 영남권 항만민원업무(Port-MIS)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서비스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PDA를 이용해 인터넷 방식으로 선박 입출항 신고와 선박 접안 및 정박을 위한 항만시설사용허가 등 각종 민원을 처리할 수 있도록 구축됐다.
이 무선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이동 중 또는 퇴근한 이후 가정에서도 긴급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특히 전자문서교환(EDI)망을 갖추지 못해 각종 신고를 직접 해양청 등을 방문해 처리해 온 영세업체들의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출범 이후 최대 난국, 화물입출항료 부가세 문제

이렇듯 출범한지 한달 남짓 부산항의 경쟁력 강화와 질 좋은 서비스를 위해 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부산항만공사도 앓는 이가 있다. 과거 부산해양청에서 부산항을 관리할 때는 부과되지 않던 화물입출항료에 대한 부가세가 그것이다.
정부투자기관인 BPA로 모든 부산항 운영권이 넘어오면서 국가기관에는 부과되지 않던 부가세가 각종 항만사용료에 붙어 나오고 있다. 부가세법 제12조 1항 17호, 부가세 예규 부가 1234-3912에 의해 국가기관인 부산해양청에서 부과하던 사용료에는 부가세 면제가 적용됐으나 BPA는 국가기관이 아니므로 면세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BPA가 항만이용자들에게 징수하고 있는 항만사용료는 화물입출항료, 접안료, 국제여객터미널이용료, 계선료, 전용사용료(화물장치료), 화물체화료 등이다. 이들 사용료는 내외국적 선박, 혹은 수출화물 등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10%의 부가세가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항만이용의 실질적 주체인 선사들은 접안료나 터미널이용료 등에 붙는 부가세를 BPA측에 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유독 화물입출항료에 붙는 부가세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화물입출항료에 붙어나오는 부가세는 선사가 아닌 하주가 내야 하는데 BPA가 이를 징수하는 것은 현재의 시스템 상으론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화물입출항료는 15일간의 유예기간이 있어 BPA는 출범한 후 15일이 흐른 지난달 2일부터 선사측이 이를 대납한 뒤 하주측에 추후 청구하도록 해 이의 징수를 꾀하려 했으나, 선사측의 강한 반발로 성사되지 못했다.
부산항에서 징수되고 있는 화물입출항료는 컨테이너화물의 경우 TEU(20피트 컨테이너)당 외항화물은 4,200원, 내항화물은 1,100원이다. 따라서 여기에 10%의 부가세가 붙을 경우 외항선사들이 TEU당 420원씩의 부가세를 꼬박꼬박 BPA측에 납부한 후 이를 다시 하주측에 청구해서 되돌려받도록 한다는 것이 BPA가 당초 계획한 선사에 의한 부가세 대납방식이다.
선사측은 이에 대해 선사와 하주가 갑을관계임을 감안할 때 선사들이 대납한 부가세는 하주측에 다시 청구하기가 매우 힘들어 결국 선사가 부가세를 물게 되는 꼴이라며 대납을 거부했다.
또 부가세를 항만공사에 대납할 경우 수많은 하주들에게 일일이 세금계산서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인원확충 등에 따른 비용부담이 늘어날 뿐 아니라 부가세가 매출에 포함돼 각종 세금이 늘어나는 등의 문제 때문에 협조할 수 없다며 부가세를 면제해주거나 항만공사가 직접 징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가세 징수는 부산항 경쟁력 10% 떨어뜨리는 일

이와 함께 국내 다른 항만과 달리 부산항에 대해서만 화물입출항료에 부가세가 부과됨으로써 사실상 항만물류비용이 10% 늘어나는 셈이 돼 선사와 하주들이 부산항 이용을 기피할 우려마저 있다고 선사관계자들은 말한다.
해운대리점 관계자는 “항만공사가 출범하면 업무가 더 간소화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반발하며 “부산항이 볼륨인센티브제 등 화물유인을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항만사용료에 대한 부가세 10% 부과는 부산항의 경쟁력을 10% 떨어뜨리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화물입출항료 부가세 징수문제가 해운업계 표면으로 불거지면서 장기화조짐을 보임에 따라 정부부처와 선사단체들은 지난달 16일 재정경제부 소비세제과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이에 대한 논의를 했다. 재정경제부, 해양수산부, 국세청, 한국선주협회, 국제해운대리점협회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대책회의에서 국세청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한 부가세 면제방안, ▲화물입출항료를 선사에서 부담하고 선사는 하주로부터 운임과 함께 징수, ▲현행과 같은 방안 등 세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이중 두번째 안이 세제 적용상 제일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해양부는 ▲항만공사가 직접 하주에게 세금고지서를 발급하거나, ▲선사측에서 고지서발급업무를 수행하고 대납수수료를 인상, ▲항만공사에서 총괄적으로 부가세를 납부하고 세금계산서 미제출에 따른 가산세 부과 감수 등 부산해양청의 업단체 회의결과에 따른 세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재경부는 BPA에 부가세 부과는 당연한 일이라고 밝히고, 항만공사가 KTNET을 통한 시스템을 구축해서 직접 부과하는 방안을 강구토록하는 한편, 해양부에서 직접 부과에 소요되는 비용과 준비기간을 산출한 후 가부(可否)를 판단해 재경부에 통보하면, 그에따라 재경부는 필요한 사항을 협조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선주협회와 대리점협회는 이 회의에서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한 면세를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며, 이것이 안될 경우에도 갑을관계의 이유를 들어 선사가 이를 대납할 수는 없다고 강한 대납거부 의사를 밝혔다.

선사측, ‘부가세 대납은 배보다 배꼽이 더 커’

그런데 선주협회와 대리점협회의 부가세 대납거부방침은 양 단체간 입장이 약간 다르다. 선주협회의 기본방침은 이전과 같이 면제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다고 밝히고 이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반면 대리점협회는 면세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BPA가 직접 부가세를 징수하는 방안을 찾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리점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사자도 아닌 우리 대리점업계를 흔들지 말아달라. BPA가 직접받는 대안을 제시하면 좋겠다. 대납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되는 것으로 세금계산서 발행에 따른 세금 부담이 10배 이상 증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BPA는 뜻하지 않은 화물입출항료 부가세문제가 불거지자 당혹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BPA는 현재 선사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부가세 징수가 사실상 어렵게 되자 출범이후 화물입출항료 징수를 보류한 상태다. 화물입출항료를 징수하게 되면 그에 따른 부가세 부과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BPA는 주 수입원인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를 한달여째 못함에 따라 그에 따른 운영자금확보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항을 이용하는 화물의 입출항료는 연간 200억원에 이른다. BPA는 선사측의 대납에 의한 부가세 징수는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 화물입출항료 부가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선사측에서 요구하는 면세방안을 강구중이다. BPA는 이를 위해 재경부, 해양부, 국세청 등에 ‘조세제한특례법’을 개정해 BPA를 정부대행단체에 속하도록 해 부가세가 면제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요청했다.
그러나 현재 부가세 면제에 대해 일부부처가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2안으로 부가세를 직접 받을 수 있도록 하주들의 화물정보를 제공받는 시스템 개발도 염두해두고 있다. KTNET의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하루 수만건에 이르는 입출항료에 대해 직접 부가세를 부과하고 징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직접징수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부가세가 하주와 선사, 대리점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항만공사가 부가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되는 정부업무 대행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국세청, 재경부 등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해운업계, BPA역할 ‘전혀모른다’ 태반

한편 BPA가 출범한지 두달 가까이된 지금도 해운업계 종사자들 대부분이 BPA와 부산해양청의 바뀐 역할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항만공사 출범 이후 이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 웹사이트(www.ksg.co.kr) 사이버설문조사에 따르면 총응답자의 60% 이상이 그 역할에 대해 ‘전혀모른다’고 답한 반면 ‘모두 파악하고 있다’나 ‘대충 알고 있다’는 응답은 35% 수준에 머물렀다. 정작 부산항을 이용하는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BPA가 단순히 출범만 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 업무내용에 대해선 전혀 파악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현재 BPA는 지금까지 부산해양수산청과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에서 수행하던 부산항 항만시설의 관리 운영 및 개발, 유지ㆍ보수 업무 가운데 안전 및 항만보안과 관련한 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 항만시설사용료 가운데 부산해양수산청이 징수하는 선박 입출항료, 정박료, 수역점용료 등과 부산시가 징수하는 컨테이너세 등을 제외한 접안료와 화물 입출항료, 전용사용료 등을 징수, 이를 수입원으로 운영된다.
BPA는 이와 함께 부산해양청에서 맡고 있는 위험물 반입신고를 제외한 선박의 입출항신고, 화물 반출입신고, 컨테이너신고, 항만시설(선석)신청, 항만시설사용(화물료)신고 등 각종 항만운영 관련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BPA가 항만건설 및 관리는 물론 해양부가 담당했던 화물입출항료 등 항만관련 이용료의 결정 및 징수까지 담당하게 됨으로써 해양부는 항만기본계획 수립 등 정책적인 결정만 하고 부산해양청은 항만의 안전관련 및 수산업무에 집중하게 된다. 또 그동안 국가로부터 부산항의 컨테이너 전용부두들을 무상임대해 민간운영업체에 전대, 그 수입으로 컨테이너부두를 건설해온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은 부두시설과 하역장비를 항만공사에 이관하고 광양항 등 신항만 컨테이너부두개발 업무에 전념하게 된다.
다만 현재 건설중인 부산신항 북측 컨테이너부두의 욕망산 앞쪽 4개 선석은 신항만의 차질없는 건설을 위해 계속 개발할 수 있고 추후 BPA와 계약에 의해 이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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