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3-07 16:06
현대상선의 잇따른 매각발표…외항업계 우려속에 과감한 결단력 주시
국적외항업계가 작년 조양상선 파산이후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현대상선이 최근 알짜 장사를 하고 있는 자동차 전용선부문을 외국선사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함으로써 더욱 술렁이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선사인 현대상선이 현대그룹의 지주회사로서 무거운 짐들을 떠맡으며 제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현 처지가 해운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대주주로 출자함으로써 지분(현재 5%소유)에 대한 큰 손실을 감수해야 했고 대북 햇볕정책에 따라 금강산 관광선 운항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어 수천억원의 적자를 본 현대상선은 5조원이 넘는 부채를 청산하고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외형보다는 내실있는 알찬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외형보다 내실위주 경영 선언
현대상선 관계자에 의하면 5조원의 부채중 3조원가량은 선박금융 부채로 여타 선사와 부담의 정도는 마찬가지이지만 나머지 2조원의 빚을 어떻게 갚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유동자금을 확보하고 경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부채를 갚기위해선 자동차 전용선부문의 해외매각을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노르웨이의 ‘Wilh, Wilhelmsen ASA'사 및 스웨덴의 ’Wallenius Lines AB'사와 최근 자동차선 운송사업 부문 매각에 관한 비구속적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비구속적 양해각서 체결은 이제 처음부터 어떠한 제약없이 매각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는 것으로 현대상선은 자동차 운송사업 매각가치를 2조원정도로 보고 있다. 이같은 협상은 앞으로 2~3개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현대측의 제시대로 협상이 타결되면 현대상선은 경영정상화에 발목을 잡고 있는 부채를 청산할 수 있어 홀가분하게 컨테이너 및 LNG운송 등에 전력투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이 현재 가장 힘겨워하는 것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성격을 띠고 있고 하이닉스의 몰락등으로 금융권에서의 신뢰도가 크게 악화돼 유동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가 없고 회사채 발행도 그리 만만치 않다는 점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으로부터의 유동자금 확보는 국적외항업체 대부분이 겪는 애로사항이지만 최근에 와서 은행으로부터의 견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대내외 신인도 회복 급선무
아울러 현대상선을 비롯한 국적외항업계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 환차손으로 지난해에도 장사는 잘해 놓고도 환차손에 의해 경영이 어려워 진 회사들이 한둘이 아니다.
계획조선이 유명무실해지고 IMF이후 선박건조가 거의 없었던 국적외항선사들은 용선체제로 선박운영을 전환했으나 용선가의 급등으로 경영에 타격을 입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이래저래 경기침체속에서 악재를 만난 것이다.
국적외항업계는 현대상선의 향배를 주시하고 있다. 조양상선 파산이후 특히 외국 언론에서 국내 유수선사에 대한 좋지 않은 보도들을 흘리고 있어 현대의 경영정상화 여부가 국적외항선사들의 입지나 신뢰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국내 터미널의 매각과 사옥매각에 이어 이번 자동차운송사업부문의 해외매각 추진으로 경제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해운업계는 물론이고 우리 경제계 전반의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는 것.
일본선사 NYK에 불과 몇척 차이로 세계 2위의 자동차운송사업부문을 거느리고 있는 현대상선은 알짜배기 사업부문을 팔아서 까지 경영정상화를 조속히 실현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데서 현대그룹차원의 결단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많다.
현대그룹의 지주회사로서 현대상선의 홀로서기가 이번 자동차운송사업부문 매각으로 성공한다면 현대상선은 컨테이너해운시황의 회복과 더불어 재기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상선은 이번 자동차운송사업부문 매각 추진 발표에 앞서 비수익상로에서 과감히 철수하는 새로운 선박운항체제를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현대상선은 비수익 항로는 과감히 철수하고, 유망한 지역으로는 항로를 확장하는 등 컨테이너선 항로를 수익성 위주로 재편한고 밝혔다.
현대상선이 미국 APL, 일본 MOL과 공동 결성한 「뉴월드얼라이언스(TNWA : The New World Alliance)」그룹은 「아시아-지중해?유럽간 항로」의 5개 노선중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노선 1개는 2월 중순경에, ‘아시아-지중해’간 노선은 3월 말에 각각 철수하여 3개 노선으로 전면 재편키로 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현대상선측은 2개의 비수익 노선을 철수하여 비용절감 효과를 얻고, 나머지 3개의 노선에서는 선박을 초대형선으로 교체 투입하고, 유망지역과 지중해 지역에 기항지를 추가함으로써 효율성과 수익성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이 컨테이너사업부문에도 비수익 항로 운항체제를 과감히 정리하고 수익성위주의 사업체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이후 나온 자동차운송사업부문 해외매각 발표는 현대측의 고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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