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탄소 선박인 원자력 추진 선박 도입에 국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원자력을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을 상용화하려면 입항 규정과 손해배상책임 등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9월9일 국회에서 열린 16회 해운·조선·물류 안전화포럼에서 김인현 고려대 명예교수는 제도적으로 원자력 추진 선박에 사고가 났을 때 국적 선박은 무한대의 책임을 부담하는 반면 외국적 선박은 낮은 수준의 책임만 지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별법으로 제정된 원자력 손해배상법은 적용 대상을 국적선을 제외한 육상 원자로와 외국적 선박으로 제한하고 있고 해상법에서도 원자력에 의한 손해를 선주의 책임제한 범위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현행 제도에선 무한 책임을 지는 우리나라 국적의 원자력선은 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상용화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하면서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외국적 원자력 선박의 배상 금액을 9억 SDR(특별인출권)로 정하고 있지만 실제 배상 조치 한도를 2억원 또는 3억 SDR로 제한하고 나머지 금액을 정부가 보상하도록 한 원자력 손배법 규정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배상 한도를 2억원에서 대폭 인상하고 국제추가기금에 가입하거나 관련자가 기금을 만들어 처리하는 방법으로 정부 보상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날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백종혁 책임연구원은 원자력은 경제성이 높은 데다 친환경적이어서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1kwh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은 원자력 55원, 태양광 231원, LNG 214원으로, 원자력이 압도적으로 싸다. 특히 공장 제작이 가능한 300MW 이하의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부유식 해양 원전이나 선박 등에 적용하기 위한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선 ▲BANDI ▲스마트100 ▲머린 MSR 등의 해양 SMR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국가적 기술 난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인 K-문샷사업에 SMR 선박 개발이 포함됐다.
원자력 손해배상법의 국제 권위자인 박기갑 고려대 명예교수는 원자력 손해배상의 기본 원칙은 ▲원자력 사업자의 책임 집중 ▲무과실 책임 부과 ▲유한책임 제도 ▲배상조치와 책임 보험 가입 ▲사고 발생 국가의 배타적 관할권 등이라고 설명하면서 우리나라가 원자력 사고의 손해를 공동으로 배상하기 위해 1997년 출범한 국제보충기금협약에 우리나라가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언수 전 대우조선해양 전무는 우리나라가 원자력과 조선해양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강조하면서 현재 원자력선 개발 기술이 있지만 규제와 인증의 벽을 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자력 추진선의 상용화 단계를 1.설계 2.선급 규칙 제정 3.IMO(세계해사기구)와 IAEA의 안전 보안 규제 4.연료 공급 핵물질 통제 5.손해배상 책임과 보험으로 분류하면서 우리나라는 1단계와 2단계의 중간인 개념 설계 단계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원자력 선박의 입항 규정을 소개한 서현정 폴라리스쉬핑 보험부장은 외국적 원자력선이 우리나라에 입항하려면 선박입출항법과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입출항 신고를 해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사전심사절차 표준화, 국제안전기준 현대화 등의 제도 정비와 주요 국가와 협의해 원자력선 전담 항로를 설정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