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본사를 둔 물류 자동화로봇 전문기업 엑소텍이 자사 2세대 로봇을 앞세워 한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앞서 진출한 일본 사례를 발판 삼아 한국에서도 자동화시장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지난 2015년 창립한 이 기업은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프랑스 산업계의 첫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로봇·소프트웨어 개발, 인프라 구축, 유지·보수 등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법인 엑소텍코리아가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에 차세대 데모센터를 개소했다. 새롭게 문을 연 이곳은 상설 전시장으로 운영된다. 자동화로봇인 스카이팟(Skypod) 시스템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엑소텍은 국내 고객과 파트너를 대상으로 최신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회사는 이날 공급망 혁신 기술 세미나를 개최하고, 동시에 스카이팟을 소개했다. 라프렌치테크서울과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엔 필립 베르투 주한프랑스대사, 주한프랑스상공회의소 소냐 샤이예브 대표, 라프렌치테크서울 앙리 보퀴앙 대표 등이 참석해 프랑스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는 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엑소텍의 스카이팟은 까르푸, 르노, 유니클로, 니폰익스프레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업에서 업무 자동화를 실현하고 있다. 다테와키 류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정교한 창고 로봇과 사람이 협업해 지속 가능한 창고 생산성을 촉진하는 것이 엑소텍의 목표”라며, “한국시장에 혁신을 제공하고 물류 효율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엑소텍코리아 오지석 부사장은 “구성이 간단하다”고 스카이팟을 소개했다. 한국은 땅이 좁고 임대료가 비싼 만큼 창고 부지를 크게 쓰기 어려워 간결하고 소형화된 이 로봇 시스템이 맞춤형이라는 설명이다. 스카이팟은 무인운반차량(AGV)이 컨테이너박스에서 물건을 직접 꺼내와 목표 지점까지 운반하는 구조다. 작업자는 조작부에 목표를 입력하고 포장만 하면 된다. 이날 엑소텍은 스카이팟 시스템을 시연하면서 빨라진 작업 속도를 선보였다.
최근 출시한 2세대 스카이팟은 1세대보다 작아졌고 이동범위는 늘어났다. 사륜구동인 이 로봇은 수평뿐 아니라 수직으로 이동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바닥에 있는 레일을 따라 움직이며, 최대 14m 높이까지 구성된 상하부 저장 랙을 타고 오르내릴 수 있다. 랙은 창고 구조에 맞춰 유연하게 설계 가능하다. 또한 이 시스템은 로봇 대 로봇으로 피킹해 작업자가 물건을 들거나 이동하는 과정이 불필요하고, 대응 속도도 빠르다. 충전단자가 내장돼 충전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인 것도 강점이다.
미니인터뷰/ 엑소텍 다테와키 류 아시아·태평양 대표
“한국 물류시장은 빠르면서도 품질 기대치 높아”
Q. 아태지역과 유럽 물류자동화 시장의 다른 점은? 먼저 사업을 시작한 일본에서는 차이를 어떻게 극복했나.
유럽과 북미 지역은 자동화를 도입하기 전 물류 인프라 전체를 자동화에 최적화된 상태로 바꾼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은 대다수가 다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일부만 진행해보고 효과를 시험해보려 한다. 효율적인 솔루션을 투입해도 전체 공정에서 시너지가 나지 않으면 비효율적이다. 커스터마이징이 많이 필요하고 비용도 올라간다. 그래서 컨설팅 단계에서 전체 자동화의 중요성을 보여주며 설득한다. 일본도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Q. 엑소텍 본사에선 한국의 물류 자동화 시장을 어떻게 보고있나.
사업 시장을 유럽 아시아·태평양 북미 지역으로 나누는데, 아태 지역의 중요성은 굉장히 크다. 이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1순위 시장이다. 두 국가는 인접한 데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사회란 공통점이 있다. 특히 한국은 일본보다 인구 감소율이 빨라 자동화가 핵심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전자상거래(이커머스)가 강점인 만큼 주목하고 있다.
Q. 한국 물류 시장의 특징은 뭔가.
한국은 ‘빠른 배송’과 더불어 배송 품질에 관해서도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이 높다. 엑소텍의 인박스 시퀀싱 기술이 이를 지원할 수 있다. 물체의 크기와 무게, 민감도 등을 고려해 박스 안에 들어가는 아이템의 피킹 순서를 정하는 기술이다.
Q. 엑소텍이 지향하는 물류 자동화란?
일반적으로 물류가 비용이라고 생각하지만 회사의 핵심가치(코어밸류)가 될 수 있다. 새로운 경쟁력을 물류에서 창출하는 것이다. 엑소텍은 단순히 물류 과정 효율화가 아닌, 고객사의 마인드를 바꾸고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게 목표다. 일례로 요도바시카메라는 엑소텍 시스템을 이용 후 배송 속도를 급격히 단축했고,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 24시간 픽업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Q. 다음 진출 예정지가 궁금하다.
아태 지역에서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고려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인건비가 높고 토지가 한정돼 있어 창고 자동화 수요가 높고, 말레이시아는 제조공장이 많아 솔루션이 필요하다. 빠르면 올해 하반기에 진출할 예정이다. 이 밖에 인구가 적어 자동화가 절실한 오세아니아 지역도 고려 대상이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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