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법 제23조 제1항은 선박 또는 항공기에 의한 외국항행용역의 공급에 대해서는 영세율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동조 제3항은 외국항행용역의 범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32조 제2항 제1호는 ‘운송주선업자가 국제복합운송계약에 의하여 화주로부터 화물을 인수하고 자기 책임과 계산으로 타인의 선박 또는 항공기 등의 운송수단을 이용하여 화물을 운송하고 화주로부터 운임을 받는 국제운송용역’을 외국항행용역의 범위에 포함하고 있다.
한편, 복합운송주선업 등을 영위하는 국내 운송주선업자(이하 ‘포워더’)는 수입 건이든 수출 건이든 간에 해외에 소재하고 있는 운송주선업체들(이하 ‘파트너사’)과 일종의 파트너계약을 체결하고 서로 수익을 배분하면서 운송용역을 수행한다.
그런데 대법원이 최근 국내 포워더가 파트너사와 함께 화주에 공급하는 운송용역 중 국외 화주가 운송 관련 모든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조건[수출의 경우 공장인도조건(EX-Works, 도착지까지 물품에 수반되는 비용을 모두 매수인이 지불하는 조건) 등, 수입의 경우 관세지급반입인도조건(Delivered Duty Paid, 판매자가 배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부담하는 것으로서, 수입국에서의 수입절차와 함께 관세, 부가가치세까지 판매자가 모두 부담하는 조건) 등]의 운송용역이 부가가치세법상 외국항행용역이 아니며 영세율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대법원 2024년 6월27일자 2024두37954 판결).
그러나 필자는 위 판결이 아래와 같은 이유로, 국내 포워더가 영위하는 복합운송주선업의 실무 및 화주, 운송주선업자, 운송인 각 계약당사자의 실질적인 의사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판시되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국내 포워더가 운송용역 건별로 파트너사에 가격을 제시하고 가격 경쟁을 통하여 운송용역을 제공한 사정이 있는지 아니면 파트너사와 처음부터 지분 관계 등이 있어 긴밀한 업무협업 관계를 바탕으로 수익을 배당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특히, 국외 화주에 대하여 국내 포워더가 파트너사 간 업무의 범위와 절차, 수익배분을 규정한 근거서류가 있고 그에 따라 하나의 국제운송용역을 제공하고 있다면, 국내 포워더를 국제복합운송계약에 직접적인 계약 당사자로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선하증권은 운송물의 인도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으로 운송계약에 기하여 작성되는 유인증권이며, 항공화물운송장은 반증이 없는 한 운송계약의 체결, 화물의 인수 및 운송의 조건에 관한 증거(prima facie evidence)가 된다. 따라서 선하증권이나 항공화물운송장 상에 국내 포워더가 수하인으로서 전체 운송구간 중 일부 운송구간을 인수한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 당연히 국내 포워더가 “일체의 국제운송용역(외국항행용역)” 중 일부를 인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
나아가 국내 포워더가 국제복합운송계약을 기초로 물류주선업자로서 타인의 물류시설·장비 등을 이용하여 운송인과 자기 명의와 계산으로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해당 운송인의 운임을 최종적으로 국외 화주가 지급한 사실이 있다면, 부가가치세법령 규정의 문언에 충실한 해석으로서 이를 외국항행용역으로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복합운송주선업의 실무상 국내 포워더가 수출업자와 수입업자 중 누가 운송비용을 부담하는지에 대해 어떠한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는 점도 판단요소가 되어야 한다. 실제 영세율 적용을 배제하고 일반 10%의 세율을 적용할 경우, 국내 포워더의 거래상대방인 파트너사는 그 부가가치세액을 공제 내지 환급 받을 수 없어 해당 세액이 수출재화 또는 수입재화의 원가에 포함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 처분청이 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운송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에 따라 부가가치세법령상 영세율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면, 사실상 처분에 불합리한 차별이 있다고 생각한다.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 경험을 쌓았다. 배에서 내린 뒤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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