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 조선사들이 올해 상반기 신조선가 급등과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에 힙입어 일제히 영업이익 개선을 이뤄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개 중견 조선사의 매출 총액은 전년 5조5943억원 대비 18.6% 증가한 6조637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합계는 2023년 -1417억원에서 올해 3719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HD현대삼호가 약 3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더불어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과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으며, HD현대미포와 대선조선도 적자 폭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합작 순이익은 전년 -1328억원에서 351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영업이익과 마찬가지로 HD현대삼호가 3452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한 게 흑자 전환의 원동력이 됐다. 케이조선을 제외한 나머지 조선사들도 모두 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개선됐다.
(해사물류통계 ‘주요 중견조선사 2024년 상반기 영업실적’ 참조)
HJ중공업·케이조선 영업익 ‘흑자전환’
올해 상반기 HD현대삼호는 외형과 내실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9.7% 성장한 3조5162억원을 달성하며 3조 클럽에 입성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각각 3배(202%) 3.6배(258%) 폭증한 3619억원 3452억원을 거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저(低) 선가 물량이 해소된 한편, 선가가 크게 상승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인도가 늘어난 게 수익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HD현대미포는 외형 확대에 성공하는 한편, 영업이익 규모도 대폭 개선했다. 매출액은 2조1021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1억원 262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1조9208억원 -871억원 -424억원에 견줘 매출액은 9.4% 신장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가 축소됐고, 순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HD현대미포는 “화학제품운반선의 매출 비중이 확대된 데다 공정 안정화가 이뤄지면서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했다”고 밝혔다.
케이조선도 수주 물량 증가와 신조선가 상승에 힘입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동반 개선됐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47.4% 폭증한 4780억원,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한 112억원을 각각 거뒀다. 반면, 순이익은 전년 대비 32.7% 감소한 21억원에 그쳤다. 케이조선 관계자는 “과거에 수주한 화학제품운반선이 순차적으로 잇따라 인도되고 있다. 인도된 선박들의 선가가 크게 상승해 영업이익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HJ중공업 역시 케이조선과 마찬가지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50.6% 증가한 3927억원,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한 74억원을 각각 달성하며 반등을 이뤄냈다. 특수선과 상선을 중심으로 인도량을 늘린 게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대선조선은 -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크게 축소했다. 순이익 역시 49억원을 기록, 전년 -858억원에서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다만, 매출액은 0.9% 후퇴한 1486억원에 그쳤다. 대선조선 관계자는 실적 개선과 관련해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탱크선 호조’ 중견조선 상반기 선박수주 23%↑
중견 조선사들의 올해 상반기 선박 수주량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국내 중견 조선사들의 상반기 선박 수주량은 21척 54만t(CGT·수정환산톤)로 전년 동기 대비 22.6% 증가했다. 탱크선 19척과 컨테이너선 2척 등 총 21척이 중견 조선사들의 수주 장부에 기입된 선박들이다.
올 상반기 탱크선은 중견 조선사들의 효자 선종으로 자리매김했다. 상반기 중견 조선사들의 탱크선 수주량은 46만t로 전년 대비 44% 급증했다. 반면, 지난해 중견 조선사들의 곳간을 책임졌던 컨테이너선의 수주량은 15.4% 감소한 8만t에 그쳤다.
같은 기간 중견 조선사들의 수주액은 70.2% 급증한 16억4000만달러(약 2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양 연구원은 “중형사들이 집중적으로 수주한 탱크선의 신조선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을뿐 아니라 상반기 수주한 수에즈막스급 탱크선 중 3척이 일반 탱크선 대비 고가인 셔틀탱크선으로, 수주액 증가에 크게 기여하며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중견 조선사들의 건조량(인도량) 역시 전년 대비 16.2% 증가한 42만t를 기록했다. 2021년 이후 양호한 수주에 따른 일감 증가 영향으로 건조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2021~2022년 수주에서 탱크선보다 컨테이너선의 비중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탱크선 인도량은 전년 대비 33.1% 감소한 22만t였지만, 컨테이너선은 534% 증가한 19만t를 기록, 건조량 증가에 기여했다. 양 연구원은 “일부 중형조선사들의 인력난에도 건조량이 증가 추세을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중견 조선사의 수주잔량은 총 83척 219만t로 전년 말 대비 0.8% 줄었다. 국내 중견 조선시장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200만t를 웃도는 일감을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가 극심해 수주 활동이 저조했던 2020년 100만t를 밑돈 것에 비하면 크게 증가했다. 양 연구원은 “중형조선사 전체로는 약 2년6개월치의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양 연구원은 올 상반기 국내 중형조선시장이 주력 선종인 탱크선의 수요 증가로 수주 점유율이 소폭 증가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규모 확대와 경쟁력 제고 등 향후 발전을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형조선사들 보다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이 불리해 수요에 비해 수주 증가세가 더디다는 분석이다.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다양한 선형을 건조해야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양 연구원의 견해다.
그는 “중형조선사는 다양한 선형의 국내 수요 선박 건조를 위해서도,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도, 국내 기자재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선산업의 일부”이라며 “정책적으로 RG발급 지원과 인력확보를 위한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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