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7.자에 이어>
평석
1. 시작하며
이번 호에서 소개할 판례는 미국에서 한국으로의 수입 화물의 운송 중 분실 사고를 다룬다.
2. 사실관계의 요약
1) 원고는 2021년 1월20일 미국의 수출자(송하인)으로부터 프린터 총 10여개를 공장인도조건(EXW)으로 약 USD 40,600에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이어서 복합운송업체인 피고에게 미국 Arlington의 수출자 공장에서 부산항까지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위임했다.
2) 이에, 피고는 자신의 수급인들에게 위 송하인 공장 ~ Fort Worth 소재 창고까지 내륙운송(트럭킹), 2) 동 창고 ~ 엘에이(Los Angeles)항까지 철도운송(철송), 3) 엘에이항 ~ 부산항까지 해상운송(해송)을 의뢰했다.
3) 화물은 송하인 공장에서 반출돼 Fort Worth 소재 창고까지 트럭킹을 거친 후, 위 창고에서 컨테이너에 적입됐고, 컨테이너는 봉인(seal) 됐다. 컨테이너는 철송을 거쳐 엘에이항에 도달하고, 엘에이항에서 선박에 선적됐다.
4) 컨테이너는 부산항에 도착해 하역된 후 부산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반출됐는데, 반출 당시 컨테이너의 봉인은 분실된 채였음이 발견된다. 직후 컨테이너는 개봉됐는데, 당시 화물은 모두 분실됐다.
3. 쟁점 및 법원의 판단
가. 쟁점
1) 피고가 운송인인지 운송주선인에 그치는지 여부
우선, 피고는 자신은 운송주선인일 뿐, 운송인(계약운송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관해 법원은 아래와 같은 점을 살폈다:
(1) 피고는 국내·외 운송업 등도 사업의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점
(2) 피고의 보수 청구서에는 화물의 실제 운송인, 피고가 그 운송인에게 지급한 운임 등이 나타나 있지 않은 점
(4) 원고는 운송 여부 확인부터 선적 스케줄, 컨테이너 로딩 여부, 선박 출항, 도착일 지연 등 운송과정 전체에 관한 의사결정을 피고에게 일임했고, 피고의 수급인 회사들과 연락을 주고받지 않은 점
(5) 운송주선인은 운송인과 물건운송계약을 체결했을 때, 상법 제123조 및 제104조에 의해 운송위탁자에게 그 구체적 내용을 통지할 의무가 있을 것인데 피고는 원고에게 운송주선인으로서 체결한 운송계약에 관해 아무런 통지를 하지 않은 점.
상기를 바탕으로, 법원은 피고가 운송주선인이 아니라 운송인이라고 보았다.
2) 이 사건 화물이 절취된 구간은 육상(철도) 운송 중인지, 해상운송 중인지, 아니면 수입항 도착 후인지 여부
화물 절취가 언제 있었는지에 따라 피고의 책임 제한 여부가 달라지므로 이는 실무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됩니다. 이에 관해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단했다.
(1) 피고는 이 사건 사고의 경위를 파악한 후 원고에게 이메일로 ‘댈러스 창고에는 정상적으로 입고가 됐음을 확인했다. 댈러스에서 컨테이너 작업 후 레일로 운송해 엘에이항으로 운송하던 과정에서 도난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2) 이 사건 컨테이너 봉인장치 번호는 실제로 봉인장치를 확인하지 않고도 서류로 알 수 있으므로, 위 번호가 이 사건 선하증권 등에 기재됐다는 점만으로 엘에이항 선적 시까지 봉인장치의 분실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엘에이항의 직원은 이 사건 화물의 해상운송에 제공된 선박의 선주에게 ‘엘에이항에서는 검수원 및 확인자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컨테이너의 봉인이 있는지 여부(whether the container was sealed or not)를 별도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3) 이 사건 컨테이너의 부산항으로의 하역, 보관 및 반출 업무를 수행한 회사는 원고의 사실조회에 대해 ‘2021년 4월22일 부산항에서 이 사건 화물을 인도받을 당시 이 사건 컨테이너 봉인의 분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당사의 기기인수증[EIR] 자료에 표기된 봉인 번호는 선사의 검수회사로부터 제공받은 전산자료에 의해 표기한 것이다.’ 라고 회신했다.
(4) 컨테이너가 장치된 시점부터 반출된 시점까지 그 앞뒤로 다른 컨테이너들이 빼곡하게 장치돼 있었고, 이 사건 컨테이너를 포함해 각 컨테이너 사이의 간격이 매우 좁기 때문에 당시 누군가가 이 사건 컨테이너의 봉인을 훼손해 그 문을 개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 것으로 보인다.
(5) 엘에이항에서 부산항으로 선박을 통해 이동하는 해상(海上)에서 이 사건 컨테이너 내 다른 화물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화물만 분실됐다고 상정하는 것은 다소 불합리하다.
이를 바탕으로 법원은 이 사고가 철송 구간에서 난 것으로 결론 지었다. 그리해 법원은 피고의 해상운송인으로서의 책임제한을 배척하고, 피고로 해금 절취 물건의 시장가격 그대로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4. 결론에 대신해
화물이 국경을 넘어 운송되는 경우 절취된 시점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아니하다. 양측이 엇갈리는 주장과 증거가 제출되는 때가 허다하다. 이 사안에서 법원은 사고는 복합운송 중 철송 단계에서 도난 사고가 난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육운 중의 사고로 보아 피고에게 해상운송인으로서의 책임제한을 인정치 않았다.
물론 간접증거에 의한 이러한 판단이 100% 진실에 부합한다는 보장은 없으며, 특히 패소한 피고 측은 억울한 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판에서는 직접증거가 없을 시 간접증거가 승패를 좌우하게 된다. 유사 사건에 관한 추가적인 판례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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