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자에 이어>
[평석]
1. 시작하며
이번 호에서 소개할 판례는 항공여객운송의 지연으로 인한 승객들의 정신적 손해에 대해 항공운송인에게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몬트리올 협약)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2. 사실관계의 요약
1) 원고들은 피고 항공사가 운행하는 항공편을 이용해 2019년 9월13일 01:10(현지시각)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을 출발해 같은 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기로 하는 내용의 국제항공운송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승객들이다.
2) 피고는 2019년 8월12일 원고들에게 이 사건 항공편의 출발시각이 항공기 정비를 이유로 2019년 9월13일 01:40으로 변경돼, 같은 날 09:45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알림 문자를 보냈고, 원고들은 2019년 9월13일 01:00경부터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 탑승게이트 앞에서 대기했다.
3) 그런데 이 사건 항공편에 투입된 항공기에 여압장치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고, 피고는 이 사건 항공기의 부품을 교체하는 수리를 실시한 후 이 사건 항공기를 인천국제공항으로 복귀시켰으며, 2019년 9월13일 04:20경 원고들에게 이 사건 항공기의 기체 결함으로 인해, 이 사건 항공편의 운항이 취소됐음을 알렸다.
4) 원고들 중 일부는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대기하다가, 피고로부터 같은 날 09:40 출발하는 항공편을 대체항공편으로 제공받아 귀국했고, 일부는 같은 날 12:30 출발하는 항공권을 구매해 귀국했으며, 일부는 피고로부터 같은 날 12:45 출발하는 항공편을 대체항공편으로 제공받아 귀국했다.
5) 위 원고들 외에 다른 원고들은 같은 날 06:30경 내지 08:30경 다시 입국심사를 한 후 피고가 제공한 숙소로 이동했고, 당초 탑승예정시간을 22시간 초과한 2019년 9월13일 23:40경 피고 소속 항공편에 탑승해 수완나품 국제공항을 출발했으며, 2019년 9월14일 07:45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3. 쟁점 및 법원의 판단
가. 쟁점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 몬트리올 협약의 당사국인 경우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법률관계에 관해는 몬트리올 협약이 민법이나 상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된다(대법원 2018년 3월15일 선고 2017다240496 판결 등 참조). 태국과 대한민국은 모두 몬트리올 협약의 당사국인 바, 이 사건에서 항공여객운송의 지연으로 인한 승객들의 정신적 손해에 대해 몬트리올 협약에 의한 항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 문제됐다.
나. 법원의 판단
(1) 몬트리올 협약 제19조의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정신적 손해가 포함되는지 여부
법원은 먼저, 몬트리올 협약은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일부의 규칙에 대해서만 통일적인 해석·적용을 꾀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제규범으로,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모든 사항을 규율하는 것은 아니라 해 몬트리올 협약의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밝혔다.
이어서 같은 협약 제17조에서 승객의 사망 외에는 신체의 부상으로 입은 손해에 대해만 배상책임을 규정하는 등 나머지 규정들과의 체계적 해석, 위 제17조가 만들어진 과정에서 정신적 손해 부분을 배제하기로 한 협상의 경과 등을 고려하면, 제19조의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산상 손해만을 의미하고 정신적 손해는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몬트리올 협약이 규율하지 않는 사항에 관해는 법정지인 우리나라의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이 보충적으로 적용되고, 그 준거법에 따라 정신적 손해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2)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 인정 여부
이 사건 국제항공운송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들의 법률관계에 적용돼야 하는 준거법은 대한민국 법이므로, 법원은 몬트리올 협약 제19조가 정하는 손해에 포함되지 않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도 대한민국의 손해배상 법리를 적용해 항공운송 지연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4. 결론에 대신해
이 판결은 몬트리올 협약을 체계적으로 해석해, 그 적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론적으로 항공사의 정신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는 했으나, 이 판결의 법리에 따른다면 만약 보충적으로 우리나라의 국제사법에 따라 지정된 당사자 간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정신적 손해 개념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항공사의 정신적 손해배상책임이 부정될 수 있다. 국제운송계약 시 준거법 합의에 참고할 수 있는 법리를 제시한 판결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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