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독일 물류기업인 퀴네앤드나겔의 클라우스-미하엘 퀴네 명예회장이 2024년 해운·물류업계 최대 억만장자에 선정됐다. 스위스 선사 MSC 공동 설립자인 아폰테 부부와 노르웨이 선박왕 욘 프레드릭센, 프랑스 선사 CMA CGM 사드 일가의 세 자녀들도 나란히 상위 10위권 억만장자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해양수산개발원(KMI)이 영국 경제·경영 전문지인 CEO월드비즈를 인용해 밝힌 2024년 물류업계 억만장자 순위에 따르면 퀴네 명예회장은 순자산 332억달러를 보유해 물류 분야 최대 부자로 등극했다.
퀴네는 지난 1937년 6월 2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올해로 87세의 고령에 접어든 그는 퀴네앤드나겔의 오너면서 동시에 독일 컨테이너선사인 하파크로이트의 지분을 30%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엔 독일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의 지분 17.5%를 인수해 최대 주주에 등극했다.
지역 내 소규모 물류 회사에 불과했던 퀴네앤드나겔은 퀴네가 지난 1963년에 본격 합류한 이후 해상·항공운송, 계약물류, 보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며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또 그는 물류와 운송 분야 연구를 지원하는 퀴네 재단을 설립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크게 기여하며, 전 세계 물류업계에서 명망 높은 기업가이자 자선가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스위스 MSC 해운그룹의 공동 설립자인 라파엘라 아폰테 디아만트(Rafaela Aponte-Diamant)와 그의 남편이자 MSC의 회장인 잔루이지 아폰테(Gianluigi Aponte)가 2위와 3위 자리에 등극했다. 이들은 순자산 302억달러를 각각 가지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나폴리 선장 출신인 잔루이지 아폰테 회장은 지난 1970년 MSC를 설립했다. 처음에 단 한 척의 선박으로 시작했던 회사는 지속 가능성과 고객 중심 서비스 등 혁신적인 경영 전략 하에 세계적인 해운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지난 1990년대 중반까지 중상위권에 속했던 선사는 2000년도에 들어서 선복량 톱5 안에 드는 핵심 선사로 우뚝 올라섰다. 이후 2003년 2위에 진입한 뒤 덴마크 선사 머스크와 오랜 기간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왔다. 인수합병(M&A) 방식 대신 직접 선박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선단 규모를 늘러왔던 MSC는 지난 2022년 1위 머스크를 제치고 세계 컨테이너 최대 선복량를 기록했다.
라파엘라 아폰테 디아만트도 MSC 내부 운영, 특히 크루즈 사업 부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소화하며 회사의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됐다. 아울러 그는 지속 가능성 프로젝트와 사회적 책임 활동에 관심을 가지며, 회사를 지속 가능하고 책임감 있는 글로벌 해운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노르웨이 ‘선박왕’으로 불리는 욘 프레드릭센(John Fredriksen)은 보유 자산 140억 달러를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프레드릭센은 세계 최대의 유조선 회사 중 하나인 프런트라인의 설립자이며, 해운, 해양 드릴링, 어업 및 유전 서비스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러 다른 기업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그는 1980년대의 이란-이라크 전쟁 중에 석유 운송에 있어서 리스크를 감수하며 막대한 이익을 얻었고, 이러한 과감한 사업 전략으로 ‘탱크선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오늘날까지도 세계 해운·석유 산업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명으로 기억되고 있다.
5위부터 7위는 프랑스 CMA CGM 해운그룹의 창립자인 자크 사드(Jacques Saade)의 세 자녀인 타냐 사드 제니(Tanya Saade Zeenny), 로돌프 사드(Rodolphe Saade), 자크 사드 주니어(Jacques Saade Jr)가 각각 차지했다. 이들의 보유 자산은 약 98억달러 수준인 걸로 알려졌다. 로돌프 사드는 현 CMA CGM 그룹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CMA CGM의 창립자인 자크 사드의 아들로, 회사를 세계 해운·물류 시장에서 핵심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 중 한 명이다. 로돌프는 지난 2017년부터 CEO를 맡아 회사의 운영을 총괄하고 있으며, 그의 리더십 아래 회사는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경험하고 있다.
타냐 사드 제니는 주로 회사의 경영과 전략적 기획 분야에서 활동하며, 여러 주요 직책을 맡아 왔다. 그녀는 그룹의 이사회 집행위원회의 일원이기도 하며, 회사의 재무와 전략적 발전 방향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한 그녀는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성 이니셔티브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CMA CGM의 사회적 기업가 정신과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8위 엔리케 라존 주니어는 동남아시아 해운·물류 기업인으로 유일하게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라존은 필리핀의 유명한 사업가이자 억만장자로, 주로 항만 운영과 카지노 리조트 사업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필리핀 항만 운영사인 ICTSI의 회장 겸 CEO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필리핀 외에도 중남미, 아프리카, 유럽, 중동 등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항만을 운영하며, 국제 항만 운영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업적 성공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개발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라존의 비즈니스 철학은 경제적 성공을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중점을 두는 것으로, 그는 필리핀 사회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9위 데니스 워싱턴(Dennis Washington)은 자수성가한 미국의 억만장자로 해운업뿐 아니라 건설, 엔지니어링, 철도 운송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워싱턴그룹인터내셔널(Washington Group International)과 워싱턴컴퍼니즈(The Washington Companies)를 포함한 여러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캐나다 몬타나 소재 워싱턴컴퍼니즈의 대표적인 자회사 중 하나로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주사인 시스팬을 꼽을 수 있다.
10위 헬무트 소멘(Helmut Sohmen)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업가로, 주로 홍콩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그는 글로벌 해운기업인 BW그룹의 전 회장으로 전 세계 해운업계에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로 알려져 있다. BW그룹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과 대형 유조선 운영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소멘은 글로벌 해운 산업 내에서 혁신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리스 최대 해운사인 안젤리쿠시스 그룹의 마리아 안젤리쿠시스(Maria Angelicoussis) 회장은 56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하며 상위 20위권에 속했다. 이 밖에 ▲12위 프레드 스미스(Fred Smith) 페덱스 창립자이자 전 회장(보유자산 55억달러) ▲13위 조넬 헌트(Johnelle Hunt) JB운송그룹 창업주이자 명예회장(51억달러) ▲16위 브레드 제이콥(Brad Jacobs) XPO CEO(38억달러) 등 미국 물류업계 거물 3인과 ▲15위 라이 메이쏭(Lai Meisong) ZTO익스프레스 회장(40억달러) ▲17위 둥젠청(董建成, Tung Chee Chen) OOCL 전 회장(34억달러) ▲18위 양사오펑(Yang Shaopeng) SITC 회장(33억달러) 등 중국계 인사들도 이름을 올렸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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