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사태가 장기화할 기미를 보이면서 해양수산분야 국책 연구기관이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 평균 운임 전망치를 소폭 상향 조정했다.
황수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시장연구센터장은 지난 1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4 해양수산 전망대회’에서 올해 평균 상하이운임지수(SCFI)가 900~1100포인트(p)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KMI가 세계해운전망세미나에서 예측한 800~1050 대비 소폭 상승한 수치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선사들의 희망봉 우회로 운항 일수가 늘어나고 선복이 부족해 운임 상승할 거란 이유에서다.
다만, 황 센터장은 “올해 컨테이너 운임은 2023년과 유사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나 인도량 증가로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KMI는 또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년 대비 3.8%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클락슨과 동일하고, 드류리의 3.9%보다 낮은 수치다. 지난해 11월 KMI 해운전망대회에서 예측한 2.3%와 비교해 낙관적으로 바뀌었다.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9%로 예측되는 데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이 수요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공급량 증가율은 6.8%로 수요 증가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클락슨과 드류리가 예측한 7.7% 대비 낮은 수치다. 더불어 올해 신조선 인도량은 약 256만TEU, 해체량은 68만TEU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신조선 인도량은 종전에 전망한 294만TEU보다 줄어들고, 해체량은 40만~60만TEU에서 늘어날 것으로 봤다. 황 센터장은 “컨테이너 운임 약세 및 수급 불균형 악화로 신조선 대량 인도가 지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올해 평균 BDI 1250~1490 기록 전망
올해 평균 건화물선 운임지수(BDI)는 1250~1490을 띨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평균인 1398에서 -11~7%의 등락을 보일 거란 진단이다. 황 센터장은 중국 및 유럽 경기 회복이 기대되는 데다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에 따른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벌크선 물동량은 전년 55억2700만t 대비 0.9% 증가한 55억7700만t을 기록할 것으로 진단했다. 클락슨 전망인 0.9%와 동일하지만 3%인 드류리 전망치보다는 낮다. 마이너벌크와 곡물은 전년 대비 각각 3% 0.4% 늘어나는 반면, 석탄과 철광석은 0.8% 0.3%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벌크선대 선복량은 전년과 비교해 1.1% 늘어난 10억2400만t(재화중량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량은 3.2% 감소한 3350만t, 해체량은 80% 폭증한 1080만t으로 각각 집계했다.
KMI는 탱크선시장을 수급이 개선되면서 전년 대비 양호할 것으로 평가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수송수요(톤마일) 증가, 글로벌 경기 회복, 원유 소비 증가에 따른 유조선 수요 회복 등으로 운임이 상승한다는 예상이다. 황 센터장은 올해 유조선 일일 평균 운임은 1만7706~3만7665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항만물동량 코로나 이전수준 회복 어려워”
이기열 KMI 항만수요예측센터장은 올해 국내 항만 총 물동량은 전년 15억3000만t 대비 2.1% 증가한 15억6000만t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2023년 대비 물동량 증가가 예상되나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의 완전한 회복은 어려울 거란 진단이다.
부산항과 광양항 울산항 등 주요 19개 항만은 물동량 증가세를 이끌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마산항 군산항 완도항 등 11개 항만은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부산항은 전년 4억3600만t에서 1.5% 늘어난 4억4200만t, 광양항은 2억7600만t에서 3% 증가한 2억8400만t, 울산항은 1억9300만t에서 1.2% 증가한 1억9500만t, 인천항은 1억4500만t에서 5.5% 늘어난 1억5300만t을 각각 거둘 것으로 예측했다.
컨테이너는 전년 대비 0.2% 늘어난 3041만TEU를 기록, 3000만TEU를 역대 최초로 돌파할 것으로 점쳐졌다.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 영향으로 물동량 증가가 기대되는 한편, 전쟁, 무역 분쟁 확대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올해 해운분야 나홀로 매출 감소 예상
항만, 조선, 해양레저, 수산분야는 올해 매출 증가가 기대되는 반면, 해운은 나 홀로 매출 감소를 보일 것으로 진단됐다. 최상희 KMI 부원장은 “올해 해양수산업의 총매출액이 0.5%의 성장이 전망되는 가운데 해운업은 공급과잉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부원장은 올해 해운업 매출액이 전년 대비 11.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수출입국의 경기가 불황인 데다 선복량 증가로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본격화된다는 부정적 요인을 들며 외형 축소를 점쳤다.
반면, 항만시장은 수출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경기 회복이 기대되고 아시아 역내 물량이 증가하면서 매출액이 3.6%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기업규제 및 인건비 상승 ▲글로벌 공급망 훼손에 따른 생산 차질 ▲해운사 영업이익 감소 및 컨테이너터미널사 경쟁 과열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조선시장도 두 자릿수의 성장을 예상했다. ▲고부가가치선박 수주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인도 ▲3년 치 안정적 일감 확보 등이 기대돼 전년 대비 매출이 11.4% 늘어날 거란 분석이다.
이 밖에 해양레저도 해양관광 수요 증가와 해양레저 관광도시 조성사업 추진 등의 영향으로 10.1%의 매출액 증가가 기대된다고 최 부원장은 설명했다. 최 부원장은 “해운업은 운영비용 효율화 및 공급망 연계를 통한 수익성 개선과 모니터링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역내(동남아시아)의 공급망이 다변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해운업계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날 나왔다.
강종우 아시아개발은행(ADB) 디렉터는 ‘글로벌 거시경제 전망’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많은 아시아국가가 아시아 밖에서 교역하던 걸 이제 역내서 하면서 공급망이 변화하고 있다”며 “유럽연합(EU)과 미국에 비해 아시아는 공급망이 다변화되어 있지 않아 수입선 다변화 등의 정책이 더욱 효과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장태평 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임기택 국제해사기구 명예사무총장, 최윤희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회장, 정태순 해운협회 회장, 김양수 해양진흥공사 사장, 문해남 해양재단 이사장, 임병규 해운조합 이사장, 김종덕 KMI 원장 등이 참석했다.
강 장관은 환영사에서 “예측과 전망을 통한 대응과 준비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라며, “전망대회에서 국내외 해양수산 여건 변화에 대한 분석과 훌륭한 제언들이 도출되길 바라며, 이 자리에서 제기된 의견과 제언은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더 나은 해양수산 미래를 구현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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