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이 HMM 인수 협상권을 거머쥐었다. 다만 인수자금 조달, HMM 노조의 반발 등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과제로 지적된다.
지난 3월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한국산업은행은 삼성증권(매각자문) 삼일회계법인(회계자문) 법무법인 광장(법무자문)을 매각 수행기관으로 선정하면서 HMM 매각을 구체화했다. 자문단과의 매각 타당성 점검 컨설팅을 통해 올해 안으로 경영권 매각에 착수할 것을 결정했다. 매각 지분은 총 3억9879만주로, 지분율로 따지면 산업은행 29.2%, 해진공 28.67% 등 총 57.87%다.
해진공·산은은 7월에 공고를 올리며 본격적으로 절차에 돌입했다. 두 기관은 “HMM의 국가 경제적 중요성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견인할 능력 있는 인수자에게 경영권을 넘겨 급변하는 해운산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예비 입찰 명단에 독일 선사인 하파크로이트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해양업계는 반발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부산항발전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국내 최대 선사 HMM의 해외 매각 저지를 촉구했다.
이후 LX·하림·동원그룹이 적격 인수후보로 낙점되고 실사에 들어갔다. 하림은 계열사인 팬오션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매각하는 동시에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와 손을 잡았고, 동원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현금성 자산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1월23일 본입찰에 진입하자 매각 주체 측이 예정 가격을 6조3500억원대 안팎으로 설정하면서 기업들이 써낸 금액도 크게 낮아졌다. 하림과 동원은 각각 6조4200억원 6조2000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LX그룹은 응찰하지 않았다.
매각 과정에서 해진공과 산은이 보유한 영구채가 변수가 됐다. 지난 10월20일 두 기관은 보유한 2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 가운데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1조원가량을 주식으로 전환해 40.64%였던 지분율을 57.87%로 늘렸고 이 지분을 모두 매물로 내놨다.
HMM의 중도상환청구권 행사 기일이 내년부터 내후년까지 차례로 도래하는 만큼 나머지 1조6800억원의 영구채도 주식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전환되는 주식 수는 3억3600만주로, 두 기관의 HMM 지분율은 32.78%가 된다. 인수 기업이 낙찰받은 지분율은 38.9%로 희석된다.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영구채 전환을 3년간 유보해달라고 요청했다. 동원은 “불공정하다”며 해당 조건을 전제로 하림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정책금융기관은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장고 끝에 지난 18일 가격 우위에 있는 하림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림 측에서 본입찰 당시 제시한 요구사항을 철회하며 사안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5년간 HMM 지분 매각 불가능, 사외이사 지명 등 매각 주체 측과 의견이 엇갈렸던 사항 또한 수용하고 협상에 들어갈 거란 전망이다.
남은 숙제는 자금 조달이다. 회사 측은 인수 주체가 되는 팬오션을 통해 3조2500억원가량의 현금성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 유동화 방안을 동원한다는 전략이다. 또 JKL파트너스에서 7000억원, 호반건설에서 5000억원을 지원받고 나머지는 인수금융을 이용할 예정이다. 하림그룹은 벌크 선사인 팬오션과 컨테이너 선사인 HMM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하며 종합 해운물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HMM 노동조합(육상노조·선원노조) 측의 반발도 넘어야할 산이다. 노조는 매각 입찰 과정에서 지속해서 유찰을 요구했다. 특히 입찰에 참여한 회사 모두 현금성 자산이 부족하다는 점을 우려했다. 업계 불황을 앞두고 기간산업인 해운업을 시장논리에 입각해 졸속으로 매각하지 말 것을 거듭 강조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이 선정됐지만 해운업 발전 의지를 가지고 인수하려 하는지 향후 계획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요하다면 전체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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