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러항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컸지만, 신규 선사들이 새롭게 진출했고, 기존에 취항했던 선사들은 서비스를 재개했다.
상반기엔 튀르키예계 해운사인 e쉬핑의 한국총대리점인 팜코지엘에스가 부산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복합운송서비스를 개시했다. 시노트란스는 부산과 중국, 극동러시아를 연결하는 RS1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HS해운과 판다익스프레스라인도 부산과 극동러시아를 오가는 항로를 신설했다. 하반기에는 동영해운이 극동러시아 항로 서비스를 선뵀고, 제이에스해운은 속초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오가는 카페리항로를 개설했다.
2023년 한러항로의 물동량은 극심했던 항만 혼잡이 1월말부터 서서히 해소되기 시작하면서 성장세를 일궜다. 2분기 들어 선적이월(롤오버)된 화물들이 처리된 이후 물동량이 감소세를 보였다가, 8월 들어 다시 늘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의 국경절 연휴 즈음해 물량이 빠졌다가 10월말부터 상승 곡선을 그렸다.
러시아의 연말 연초 약 2주간의 긴 연휴로 인해 물량 밀어내기가 진행되면서 뒷심을 발휘했다. 4분기엔 스노우 타이어, 난방기기 등 품목들이 강세를 보였다. 1월부터 11월까지 부산항에서 극동러시아 항만으로 수송된 20피트 컨테이너(TEU)는 15만2860개였다.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 물동량은 6만7480TEU, 보스토치니행은 8만5380TEU로, 주 평균 각각 1377TEU 1742TEU로 집계됐다. 2월부터 7월까지는 보스토치니로 향한 물동량이 더 많았지만, 8월 이후로는 블라디보스토크향 물량이 역전했다.
한러항로는 2023년 새로운 해운 회사들의 유입으로 집화 경쟁이 치열해졌다. 특히 신규 선사들은 선박 건너뛰기(스킵)를 간헐적으로 실시해 채산성 보전에 안간힘을 썼다. 2023년 한 해 동안 한러항로 수출 운임은 곤두박질 쳤다. 해양수산부 해운항만물류정보시스템(PORT-MIS)에 공표된 12월 운임은 TEU당 700~1650달러으로, 4천달러 수준이었던 연초보다 1/5 수준으로 폭락했다.
한편 서방국가들의 대러 제재로 인해 무역 통로가 좁아진 가운데 러시아 인접국을 통한 우회 수출이 강세를 보였다. 2023년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등을 이용해 카자흐스탄와 키르기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으로 실어 나른 물동량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대러 수출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자동차 부품과 산업장비들이 수출상황 허가 리스트에 포함되면서 TSR 시황에 호재로 작용됐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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