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소량화물혼재(콘솔) 시장은 해운 불황 등에 따른 수출입 물량 침체에 상당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콘솔업계에 따르면 각 콘솔사마다 평균 20% 가량 수출 물량이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콘솔사들은 물량 유치에 급급한 분위기였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지난해 잠잠했던 콘솔사 간 출혈경쟁도 다시 활발해졌다. 각 콘솔사들은 올해 상반기 내내 마이너스 운임을 감수한 공격적인 영업 활동을 이어갔다. 이후 하반기 들어선 기존 거래처와의 관계 유지에 힘을 실으면서 내실 경영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체감상 물량이 너무 부족하다 보니 몇몇 콘솔사들은 각종 부대운임도 제값에 못 받는 현실에 적자를 보면서까지 화물 유치에 적극 나섰다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계 자본이 투입된 콘솔사들은 특정 지역을 공격적으로 배팅해 화물을 대거 유치하고 있다.
국내 콘솔업계가 화물 유치를 주력으로 하는 아시아역내항로 물동량 부진은 심각한 실정이다. 올해 상반기 동남아항로와 한중항로 물동량은 각각 188만5800TEU 157만4900TEU로, 전년 동기 대비 6% 2% 감소했다. 동남아항로는 지난 2020년 이후 3년 만에 200만TEU대가 붕괴됐다. 또 수출 화물이 큰 폭의 감소를 보이면서 처음으로 수입 화물에 역전됐다.
1~7월 한국과 일본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6% 줄어든 86만8500TEU에 그쳤다. 7개월 물동량이 80만TEU대를 기록한 건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의 수요 부진이 얼마나 심각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량은 작년 9월부터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운임도 같이 폭락했다. LCL 가격이 하락하면서 콘솔사들의 수익성도 저하됐다. 콘솔사 대부분은 성수기인 7~9월에도 적자를 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콘솔업 관계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3분기 매출과 이익이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며 “지금 확실한 거는 FCL이든 LCL이든 물량이 없고, 선사·포워딩·콘솔사 등 만나는 업계 관계자들마다 다 적자라고 난리”라고 말했다.
아시아역내항로에선 올해 마이너스 운임도 다시 가중되고 있다. 홍콩과 상하이 등 교역량이 많은 중국 노선은 이미 마이너스 운임이 횡행하고 있으며, 유럽 등 원양항로까지 마이너스 운임이 겉잡을 수 없이 번졌다. 마이너스 운임은 화주가 콘솔사에게 화물을 맡기고 운임을 지불하는 게 아니라 도로 받는 운임 구조를 의미한다. 마이너스 운임이 심각한 항로로는 중국(상하이·신강·칭다오·다롄·홍콩) 일본(도쿄·요코하마·오사카·나고야·고베)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자카르타) 등이 꼽힌다.
우리나라 수출 물량이 많은 호찌민 하이퐁 등 베트남 지역은 현재 1CBM(㎥)당 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며 1000~1200달러선에 거래됐던 작년과 비교해보면 격차가 상당했다. 콘솔업계 관계자는 “해상 운임이 큰 폭으로 올라가야 콘솔 시장에서도 운임 인상분을 화주들에게 적극 반영할 수 있다”며 “통상 운임 인상분을 화주들에게 적용하는 데 시일이 걸리는 데다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그 폭은 오른 운임의 10% 수준에 머문다”고 설명했다.
국내 콘솔업계가 부대 운임을 통해 얻는 이익도 과거와 달리 줄어들고 있다. 개별 부대 요금을 하나로 묶는 총액 운임(올인레이트)을 요구하는 시장 분위기 때문이다. 각각의 부대비를 따로 받아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콘솔사에게 ‘올인’ 운임은 운임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또한 컨테이너조작료(CFS) 터미널화물처리비(THC) 서류발급비 등 부대 운임엔 표준 요율이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원가보다 떨어진 가격이 제시되고 있다. 콘솔업계의 오랜 과당 경쟁과 화주들의 비용 부담 회피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콘솔사들, 창고 등 기타사업 운영으로 수익성 도모
콘솔사들은 영업 환경이 나날이 악화되자 창고사업 등 기타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창출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국내 주요 콘솔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2~3개의 창고 사업은 회사의 매출 성장을 견인할 만큼 성과가 우수한 걸로 파악됐다. 현재 운영 중인 콘솔사들의 창고들은 모두 보관 공간이 부족해서 추가적인 물량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컨테이너 지체료(디텐션), 창고 보관료 등 추가 비용 인상에도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진 최근까지 보관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몇몇 콘솔사들은 부산항 인근 창고 투자를 추가로 검토 하고 있는 걸로 파악됐다.
한 콘솔업 관계자는 “창고 등 기타 사업을 통해 콘솔에 대한 리스크를 감소시키고 있다”며 “내년에 부산 신항 남측쪽 창고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3년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물류창고업이 등록된 물류창고 수는 전년보다 6.1% 늘어난 4904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4624개보다 280개 늘어났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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