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거리가 단거리인 경우에 운송품보다 선하증권 원본이 뒤늦게 도착하면 수하인이 신속하게 운송품을 인도받을 수 없다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무역 실무상의 필요에 따라, 출발지에서 선하증권 원본을 이미 회수된 것으로 처리함으로써 선하증권의 상환증권성을 소멸시켜 수하인이 양륙항에서 선하증권 원본 없이 즉시 운송품을 인도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 송하인은 운송인으로부터 선하증권 원본을 발행받은 후 운송인에게 선하증권에 의한 상환청구 포기(surrender, 이하 ‘서렌더’)를 요청하며, 운송인은 선하증권 원본을 회수하여 그 위에 서렌더(SURRENDERED) 스탬프를 찍고 선박대리점 등에 전신으로 선하증권 원본의 회수 없이 운송품을 수하인에게 인도하라는 서렌더 통지(surrender notice)를 보내게 된다.
이와 같은 이른바 서렌더 선하증권(Surrender B/L)은 유가증권으로서의 성질이 없고 단지 운송계약과 화물인수사실을 증명하는 일종의 증거증권으로 기능하는데, 이러한 효과는 송하인과 운송인 사이에 선하증권의 상환증권성을 소멸시키는 의사가 합치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송하인과 운송인 사이에 상환증권성을 소멸하는 의사 표시 이외에 당사자들 사이에 다른 의사 표시가 없다면, 서렌더 선하증권의 이면에 기재된 약관은 항상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운송물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운송인의 이행보조자, 대리인 또는 하위계약자’에 대하여 제기된 경우에 그들이 운송인이 주장할 수 있는 책임제한 등의 항변을 원용할 수 있고, 이와 같이 보호받는 하위계약자(Sub-contractor)에는 ‘선박소유자 및 용선자, 운송인 아닌 선복제공자, 하역업자, 터미널 운영업자 및 분류업자, 그들을 위한 이행보조자와 대리인 및 누구든지 운송의 이행을 보조하는 사람’이 포함된다는 취지의 ‘히말라야 약관(Himalaya Clause)’이 서렌더 선하증권상 이면에 기재되어 있는 경우 해당 히말라야 약관의 효력이 문제가 된 사건이 있었다.
대법원은 위 사건에서, 당사자들 사이에 다른 의사표시가 없다면 의사가 합치된 상환증권성의 소멸 외에 서렌더 선하증권 이면에 기재된 히말라야 약관 등에 기한 운송에 관한 책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6년 9월28일 선고 2016다213237 판결 참조).
그런데 실제운송인과 송하인 사이에 운송품에 대하여 선하증권을 발행하지 않는 이른바 서렌더 화물로 처리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고, 그에 따라 실제운송인이 ‘SURRENDER’ 문언이 표시된 선하증권 앞면만을 사본한 후 이를 송하인에게 교부한 후 이면약관의 효력이 문제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해당 서렌더 선하증권상 이면약관의 효력을 상기 판결과 달리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 경우 선하증권 자체가 발행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선하증권의 발행을 전제로 하는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선주 등의 책임제한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6년 10월26일 선고 2004다27082 판결).
즉, 대법원은 상기 두 판결에서 서렌더 선하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에 따라 선하증권상 이면약관의 효력을 완전히 다르게 판단한 것이다.
해운물류 실무상 위 두 가지 발행 방식은 여전히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서렌더 선하증권을 발행하는 담당자나 그 밖의 이면약관상 운송 책임에 관한 이해관계자는 발행 전 서렌더 선하증권상 이면약관이 계약 내용에 포함되어 유효한 것인지 여부를 충분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 경험을 쌓았다. 배에서 내린 뒤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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